“혁명전통교양 강요는 사상적 테러 행위”

0:00 / 0:00

'노동신문 다시 보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박성우: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박성우: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노동신문 5월 23일자 1면 상단에 실린 “주체혁명의 새시대의 요구에 맞게 혁명전통 교양을 더욱 강화하자”라는 제목의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가 펼친 ‘휘황한 설계도’를 따라 사회주의 강국 건설을 위한 투쟁이 힘있게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체혁명’을 끝까지 완성하기 위해서는 온 나라를 ‘혁명전통 교양의 학교’로 만들고 혁명전통 교양을 끊임없이 심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북한 당국이 내부적으로 사상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는 뜻으로 이해되는데요. 사설 내용을 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이현웅: 이 사설은 지난 3월에 있었던 김정은의 조선혁명박물관 현지지도가 “혁명전통 교양의 최전성기를 여는 불멸의 이정표”로 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계기로 당과 근로단체 등 모든 조직, 당원 및 근로자, 청년학생 등 전 주민을 혁명전통으로 무장시키는 사상교육 사업에 주력할 것을 지시하고 있습니다.

혁명전통 교양의 목적은 수령들의 혁명역사와 혁명업적, 혁명선열들의 혁명정신을 뼈에 쪼아 박은 견결한 혁명가들을 키워내는 데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한 혁명투쟁의 환경과 조건은 달라질 수 있지만 혁명전통 교양사업은 한시도 중단될 수 없는 중대사이자 당의 신념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마치 북한 정권의 앞날이 사상교육의 성공 여부에 달려있는 양 필사적으로 달려드는 모양새입니다.

이 사설은 혁명전통 교양이 필요한 이유를 세 가지로 밝히고 있는데요. 첫째는 북한이 사회주의 강국 건설을 위한 ‘높은 단계’에 들어선 상태에서 인민들에 대한 혁명전통 교양이 더욱 절박하다는 것입니다. 자가당착적인 주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둘째는 제국주의자들의 북한 붕괴 기도와 압력, 봉쇄 시도에 대응해 사상적 동요를 차단하고 피로써 쟁취한 사회주의를 지켜내는데 있다는 것입니다. 셋째는 사회주의 건설 과정에서 제기되는 혁명과업이 방대할수록 혁명전통 교양을 더욱 강화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과거 혁명전통 교양의 모범 사례 두 가지를 제시하고 있는데요. 하나는 1960년대와 1970년대 전체 주민들에 대한 항일 혁명전통 교양을 강력하게 실시함으로써 사회주의 건설의 혁명적 대고조를 일으키는데 성공적이었다는 것이며, 또 하나는 김정은이 5년전에 ‘백두의 혁명 정신’과 ‘칼바람 정신’을 심장마다 만장악하여 전대미문의 난국을 뚫고 사회주의를 굳건하게 수호했다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여기서 백두산 혁명 정신과 칼바람 정신은 수령결사옹위 정신과 자력자강의 투쟁정신, 당 정책 결사관철 정신 등으로 구체화할 수 있는데요. 이런 정신을 전체 군인과 인민들에게 튼튼히 무장시키는 것은 김정은의 확고부동한 의지이고 결심이라고 밝혀 혁명전통 교양 사업이 김정은의 지시에 따른 것임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그야말로 김정은의 사상교육 청사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혁명전통 교양의 결정판을 내놓은 듯합니다. 북한이 현 시점에서 이런 포괄적인 혁명전통 교양 지시를 공개적으로 한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지요?

이현웅: ‘사상적 통제기제’를 활용하여 내부 단속을 강화하고 외부로부터 오는 체제 위협 요소의 침투를 막아보자는 것이겠지요. 북한 정권은 전통적으로 독재권력 유지를 위해 세 가지 통제 방법을 동원해 왔습니다. 그 하나는 배급, 주택과 차량 배정 등 경제적 자원 배분 수단의 활용이고, 두 번째는 통치 사상, 당의 유일사상체계확립 10대원칙, 생활 총화 등 사상통제 수단의 활용이며, 세 번째는 국가안전보위성, 검찰 및 재판소 등 감시억압 수단의 활용입니다.

여기에서 경제적 자원배분 수단은 실질적인 기능이 멈춘 상태이나 최근 평양을 중심으로 초고층 아파트를 건축하여 배정하는 모습을 보면 일부 작동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 감시억압 수단은 국가안전보위성이 중심이 되어 독재권력에 장애가 될만한 측근과 고위층을 제거하고 숙청하는데 활용됐으며, 이미 도를 지나칠 정도로 악용되어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공포정치만으로는 권력 안정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잘 알게 되었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비록 강제적이며 비자발적인 방법이지만 사상통제 수단이라는 칼을 빼 든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 한편으로는 김정은 정권의 통치 이념인 김일성김정일주의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성우: 당 기관지가 사설을 통해 대대적으로 밝힌 내용이기 때문에 북한에서는 앞으로 사상교육이 강력하게 실행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주민들에게는 어떤 여파가 미치게 될까요?

이현웅: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는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도 벅찬데 강도 높은 사상교육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참석하여 과거 수령들의 개인역사와 혁명송가를 부르며 세월을 낭비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빠지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번 혁명전통 교양은 독재정권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사상적 고난의 행군’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1960-70년대 혁명전통 교양 방식을 본보기로 하라는 지시는 그야말로 심각한 역사적 후퇴이며 통치이념의 창조적 발전 부재가 가져온 ‘사상적 테러행위’라고 기록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자신들이 교육 과정에서 사상 검열과 성분 분석의 대상으로 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자기 앞날에 대한 불안으로 전전긍긍하게 될 것입니다. 교육 성과에 따른 제재가 뒤따를 것이 뻔하기 때문에 주민들로서는 혹독한 시련기를 어떻게 잘 넘길 것인지에 대한 걱정이 앞설 것입니다. 또한 사상교양 사업의 숨은 목적이 독재정권의 걸림돌을 제거하는데 있기 때문에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수많은 숙청이 단행될 가능성도 높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이번 혁명전통 교양의 내용과 방법이 구태의연하고 창조성과 설득력이 부족하며 비자발적이라는 점에서 김정은 정권이 기대한 만큼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박성우: 지금 세계 많은 국가들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이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국민을 상대로 과학기술 교육에 매진하며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위원님께서 소개해주신 노동신문 사설의 내용을 들어보니, 북한은 이런 추세에 역행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케케묵은 일제 강점기 혁명전통 교양에 여전히 목메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동신문 다시 보기’, 지금까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