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이 평화를 수호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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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박성우: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박성우: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노동신문 6월 9일자 5면에 실린 “평화수호를 위한 정정당당한 자위적 조치”라는 제목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미국이 최근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전략자산을 한반도 주변에 전개하고 있는 것을 “북침을 위한 핵전쟁 책동”이라고 비난하면서 북한의 핵무력 고도화를 위한 각종 군사도발 행위는 평화수호를 위한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또한 북한이 만들고 있는 핵무기는 앞으로 있을 ‘통일조선의 국보’이기 때문에 어떠한 제재와 압박이 있더라도 절대 포기할 수 없으며 다양한 종류의 핵 타격능력을 더욱더 강화해 나갈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현시점에서 ‘북한 사전에 핵개발의 중단이나 철회는 없다’는 김정은 정권의 핵개발 의지를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기사라 하겠습니다.

박성우: 북한은 지난 5월 10일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채 한 달도 되기 전에 다섯 번에 걸쳐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핵무기 이동수단 개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기사는 이런 자신들의 도발행위를 정당화하려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관련 내용을 좀 더 설명해주시죠.

이현웅: 이 기사는 먼저 미국과 한국의 ‘북침 핵전쟁 책동’을 막기 위해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나섰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핵을 보유한’ 북한의 ‘전략적 지위’를 인정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적반하장이 따로 없지요. 북한의 끊임없는 핵과 미사일 시험 발사 등 고강도 군사 도발이 전쟁 발발 위기의 원인이라는 점은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둘째, 북한은 핵무기 개발 명분으로 “조선반도와 세계의 평화 및 안전 수호”를 들고 있습니다. “핵무기는 통일조선의 국보”라고도 주장합니다. 북한 핵무기가 ‘통일조선의 국보’로 된다는 주장은 한반도 통일을 북한이 주도하고 통일 과정에서 핵무기 이용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므로 ‘평화 및 안전 수호’라는 명분과는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셋째, 이 기사는 ‘경제핵 병진노선’에 따라 북한이 반드시 핵무력을 완성할 것이며 미국이 강력한 군사적 제재에 나설 경우 이에 맞서 미국 본토를 초토화 시킬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습니다. 즉 핵개발 포기는 있을 수 없음을 재확인한 거죠.

박성우: 북한이 이런 엉뚱한 논리를 내세우는 이유는 뭐라고 보면 될까요? 그리고 미국과 각을 세우는 이유는 어떻게 이해하면 될까요?

이현웅: 가장 큰 이유는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해야 하는 진정한 명분이 전혀 없다는 데 있다고 봅니다. 북한의 주장과는 달리 거꾸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 및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세력균형’이 전쟁을 방지하고 안정을 유지한다고 보는 ‘현실주의’ 국제정치 이론은 여러 반론에도 불구하고 그 타당성을 널리 인정받고 있는데요. 이 같은 분석틀로 볼 때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한반도에서 군사적 ‘세력균형’을 와해시킴으로써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깨뜨리고 전쟁의 참화를 불러올 수 있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핵무기 개발을 완성할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 미국이라는 ‘외부’에서 오는 ‘위협’을 과장함과 동시에 그 외부 위협이 북한주민에게 ‘최대의 악’으로 인식되도록 낙인 찍는 일을 계속해야만 한다는 데 그 이유가 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지역 내 전략자산 전개는 세력균형론의 입장에서 볼 때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미국의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는 ‘악의 상징’으로 될 수 없으며 오히려 이러한 전략자산을 전개하도록 원인을 제공한 북한의 핵개발 질주가 ‘악의 상징’이 될 수 있는 거죠. 게다가 북한이 미국을 ‘악의 상징’이자 ‘불구대천의 원수’로 여기게 된 계기는 ‘미국의 6.25전쟁 참전’입니다. 그러나 미국의 참전은 김일성이 스탈린의 허락을 받아 기습적인 불법 남침을 한 직후 유엔의 합법적인 결의와 국제사회의 지원 하에 이뤄진 일입니다. 미국이 참전한 근본적 원인은 북한의 남침에 있었던 거죠.

마지막으로 한반도의 적화 통일을 위해 완벽한 군사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점도 북한이 핵무력 고도화를 추진하는 이유입니다. 북한은 사회주의 체제를 수립한지 7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혁명’과 ‘건설’을 외치고 있습니다. 당 규약에 의하면, 여기에서 주장하는 ‘혁명’에는 한국사회에 대한 혁명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북한의 모든 군사무기는 ‘혁명무력’이며 ‘통일무력’입니다. 북한 핵무기가 적화통일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볼 때 ‘민족 핵’이란 주장은 거짓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 있는 거죠.

박성우: 북한 지도부의 엉뚱한 주장을 들으면 주민들도 의아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위원님은 어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에서는 당과 정권이 추진하는 각종 정책에 대해 외부에서 토론하거나 비판할 수 있는 언론매체나 시민단체, 정당 등이 존재하지 않죠. 오직 통치자 한 사람의 지시와 의견만이 존재하는데요. 김정은 정권의 핵개발 독주에 대해 어떤 비판이나 반론 등 다른 견해를 접할 수 없는 환경에서 북한 주민의 생각은 정권의 일방적 선전 범위에서 벗어날 길이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핵 개발이 195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만큼, 그 동안 핵실험 갱도 건설에 동원되어 가혹한 노동과 굶주림으로 죽어간 정치범들의 이야기와 각종 핵실험에 참가하였다가 불치의 병을 얻어 목숨을 잃은 수많은 과학자들의 참혹했던 삶에 관한 증언들이 잇따라 공개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증언을 접한 북한 주민들은 북한 정권의 핵무기 개발에 관한 보랏빛 선전선동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또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압박이 강화될수록 핵무기를 개발하고 보유하며 운용하는 데는 민족과 정권은 물론 개인 차원에서도 사활을 건 위험이 뒤따르게 된다는 사실을 북한 주민들은 점차 깨닫게 될 것입니다.

박성우: 북한이 핵을 개발하는 이유는 ‘김씨일가의 독재정권 유지’에 있다는 게 국제사회의 일반적인 시각이죠. “북핵은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한 것이다”, 이런 식의 주장은 북한 말로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입니다. ‘노동신문 다시 보기’, 지금까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