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미주구 비난? 도둑이 매든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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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 다시 보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박성우: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박성우: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노동신문 7월 2일자 6면에 실린 “친미주구들의 비굴하고 가련한 추태”라는 제목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한국 대통령과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30일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공동노력하며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한다’는 내용 등의 합의를 도출한 것과 관련하여 남측 현 여권과 외교부 장관 등 정상회담 실무추진 당국자들, 그리고 정상회담 당사자인 대통령이 “대미굴종의 사슬에 얽매여 있는 가련한 몰골”을 보여주고 “미국의 주구 노릇을 자청”하고 “동족대결에 기를 쓰며 날뛰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시대착오적인 대미 추종 정책에서 벗어날 것”을 촉구하였습니다. 북한 정권은 이 기사를 통해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북한 비핵화’ 원칙과 ‘한미동맹 강화’라는 기존 동맹 유지의 틀 내에서 마무리된 데 대해 초조감과 불쾌감을 여실히 들어냄으로써 향후 남북관계 발전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력하게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박성우: 북측이 한국 대통령을 비롯해 여권 전체를 광범위하게 비난했다고 이야기하셨는데요. 그 내용을 좀 더 설명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노동신문 기사는 비난의 대상을 몇 군데로 나누고 있는데요. 첫째, 한국의 대통령을 “집권자”로 표기하고 미국 공식방문 행사를 집권자의 “행각”으로 비하하여 비난의 화살을 한국 대통령에게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한국 대통령의 방미 사전준비와 관련하여 “집권자까지 나서서 미국 언론들과 ‘회견 놀음’을 벌려놓고 대북정책을 비롯한 주요 현안들에 대해 미국과의 공조와 우호협력 관계의 강화를 운운했다”며 한국의 평화애호적인 외교 이념을 공격했습니다.

둘째, 외무부 등 정상회담을 실무적으로 준비해온 해당 부처 ‘당국자’들을 집중적인 비난의 표적으로 삼고 있습니다.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미국측 담당자들을 만나 한미동맹과 우호 협력관계 강화 및 미국과 대북정책 공조 등의 사전조율 활동에 나선 것과 관련하여 “촛불민심을 배신한 용납 못 할 반역행위”이자 “미국의 주구 노릇을 자청”한 것이라며 최고 수위의 비난을 공격적으로 퍼부었습니다.

셋째, 한국의 집권세력 전반을 비난의 대상에 포함하고 있습니다. 현 집권세력들이 정상회담을 전후로 북한의 위협을 언급하면서 한미동맹 강화를 매일 떠들어 대고 있는 것은 미국에 대해 꼬물만한 자존심도 없기 때문이라고 호도하였습니다. 또한 미국을 등에 업고 동족과 대결하기 위해 기를 쓰고 날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시대착오적인 대미추종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박성우: 북측의 지난 4일 탄도미사일 도발도 아마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지켜본 다음에 최종적으로 결정한 것일 텐데요. 북측이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비난하는 배경을 분석해 보면 아마도 북측이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도 가늠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위원님, 그 배경은 뭐라고 보면 되겠습니까?

이현웅: 북한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놓고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 이유는 북한이 기대했던 ‘한미공조’ 파탄 가능성이나, 자신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만한 이른바 ‘민족공조’ 관련 내용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한국의 기존 대북 강경정책을 대북 우호정책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조치로 두 가지 정도를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나는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애써 무시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현재의 한국 집권세력을 직접 협박하는 것입니다. 북한 김정은 집단은 공갈과 협박이 상대방을 굴복시킬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선 북한은 한미 정상회담을 ‘상전과 종 사이에 벌어진 의례적인 관행’ 정도로 무시함으로써 국내외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는데 방점을 둔 것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한국의 집권세력들에 대해 “지금처럼 미국과 야합하여 동족을 적대시할” 경우, “역사의 쓰레기통에 처박힌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협박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이른바 ‘제2의 촛불투쟁’ 촉발을 배후 주도할 능력이 있는 양 자신을 들어내 놓고 있습니다. 김정은 집단은 이와 같은 대남 협박만으로도 한국 정부의 기존 대북 강경정책을 대북 우호정책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성우: 북한의 향후 대남정책은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이현웅: 우선 북한은 한미동맹에 균열을 내기 위해 광범위한 심리전 공세를 전개할 것입니다. 미국은 한국을 지배하는 제국주의 국가이고, 한국 사회는 미국의 식민지이며, 현 한국 정부는 미국의 식민지 주구 정권이고, 한국 국민은 미국의 식민지 노예라는 식의 기존 심리전 구도를 계속 활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모두 허무맹랑한 내용들이지요. 이러한 기사를 읽는 북한 주민들 중에는 이런 선전선동 내용을 그대로 믿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점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가간 동맹은 지구상에 나라가 출현하면서부터 존재해온 국가 존립 방식의 중요한 수단 중의 하나입니다.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비난 받을 대상이 처음부터 아닌 것입니다. 그러기에 북한도 과거 소련과 동맹을 맺었고 중국과도 현재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안전을 위해 동맹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요. 북한이 이런 당연한 것조차 입에 담을 수 없는 험담을 하고 나선 것은 과거 북한이 남침을 위해 소련 및 중국과의 동맹관계를 악용하려 했던 자신들의 비굴한 행동을 연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음으로 북측은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 군사훈련 중단, 미국과 북한간 평화협정 체결, 국가보안법 철폐 등을 요구할 것입니다. 이 세가지는 한국을 적화하기 위한 전제조건 중에서도 핵심 조건에 해당합니다. 또한 남북대화 및 교류협력 조건으로 6.29 및 10.4 선언 이행을 강력하게 들고 나올 것입니다. 이러한 요구사항에 진척이 없을 경우, 지난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덧붙여 앞으로도 핵실험과 한반도 해상 및 육상에서의 크고 작은 군사도발에 적극 나설 것이며 ‘핵무기 보유국’ 지위 인정을 요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이런 틀에 박힌 대남정책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야 진정한 평화통일의 기회를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잘 알겠습니다. 북한 지도부의 군사적 도발이 지속될수록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더 강력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리면서 이 시간 마무리 하겠습니다. ‘노동신문 다시 보기’, 지금까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 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