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 보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박성우: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박성우: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노동신문 7월 5일자 5면에 실린 “위대한 우리 조국 만만세”라는 제목의 정론입니다. 이 정론은 북한이 7월 4일 도발한 ‘대륙간탄도로케트 화성-14형 시험발사’를 조선노동당의 사상과 의도에 맞춰 분석하고, 이를 정치사상적으로 선전하기 위해 작성된 기사입니다. 이 정론 기사는 “핵무력 완성의 최종관문으로 여겨왔던 대륙간탄도로케트 시험발사 성공은 조선노동당의 병진노선에 따른 것이며 강위력한 국방력을 갈망해온 공화국의 역사에 특기할 대경사이자 특대 사변”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이번 시험발사 성공은 강국의 공민 된 자부심이 하늘 땅 가득 차 넘치는, 참으로 눈물겹도록 감격적인 인민의 경사”라며 북한 특유의 화성-14형 ‘주술’ 걸기에 나섰습니다.
박성우: 북측은 지난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관련해 정권 차원의 축제를 벌이고 있던데요. 축포야회도 하고 말이죠. 이번 정론 기사도 그 축제 열기를 극대화하기 위해 작성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이현웅: 이번 정론기사는 화성-14형 시험발사가 북한 입장에서 볼 때 왜 “역사적으로 특기할 만한 대경사”로 되는지에 대한 ‘정답’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제시하면서 앞으로 김정은을 결사옹위하고 사회주의 최후 승리를 위해 더욱더 용감하게 돌격해 나갈 것을 주문하고 있는데요.
첫째, 북한은 화성-14형 시험발사의 정당성과 의미를 역사적인 피포위 의식의 관점에서 찾고 있습니다. “지난 세기 조선의 역사는 열강들의 각축전 마당이 됨으로써 나라가 망하고 민족이 노예가 되는 약소국의 수난사”였으며 현재도 “미국을 비롯한 핵을 가진 몇몇 나라들이 핵을 가지지 못한 많은 나라와 민족들의 운명을 마음대로 짓누르며 전횡과 강권을 일삼는 부정의의 국제질서 속에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화성-14형 시험발사 성공으로 이 “부정의의 폭제를 끝장냄은 물론 사대를 ‘민족보존무기’로 삼아온 민족의 수난사도 끝장냈다”며 대륙간탄도로케트 시험발사 하나로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정의의 사도’가 된 양 자신의 위상을 스스로 추켜세우고 있습니다.
둘째, 화성-14형 시험발사 성공으로 북한의 전략적 지위가 세계적 차원에서 확고해졌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4일 시험발사 성공으로 북한은 세계 어느 지역도 핵무기로 타격할 수 있는 당당한 핵 강국이 되었으며 미국의 핵전쟁 위협과 공갈을 근원적으로 종식시켰을 뿐 아니라 미국을 영원한 멸망의 나락에 처박았으므로 이제 지구는 북한을 중심으로 새로운 자전을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놀라운 상상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셋째, 이번 화성-14형 시험발사 성공의 업적을 김씨 일가에 돌리고 있는 것인데요. 특히 김정은을 “인민의 어버이”이자 “이 세상 그 어떤 강적도 쥐락펴락하시는 천하무적의 영장, 불세출의 위인”이라고 칭송하면서 김정은을 위해 한목숨 바쳐 결사옹위에 나설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넷째, 북한 특유의 ‘주민 다그치기’입니다. “경공업 전선과 농업 전선에서도 대륙간탄도로케트 시험발사에 성공한 국방과학자들의 투쟁정신과 기상을 본받아 힘차게 전진할 것”을 촉구하고 있으며, “조선노동당의 병진노선에 따라 당의 두리에 군대와 인민이 강철 같이 뭉쳐 북한 사회주의의 최후 승리를 향해 돌격하자”고 선동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북한에 계시는 우리 청취자들을 위해서 설명을 좀 해 주시죠. 북측 지도부는 핵무력을 보유하려는 이유를 외부 위협, 특히 미국으로부터의 위협에서 찾고 있는데요. 과연 그런가요?
이현웅: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은 김일성의 6.25전쟁 도발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 이후 북한은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무력 적화 통일을 위한 끊임없는 군사도발을 감행해왔습니다. 북한의 무모한 도발행위가 ‘외부 위협’을 초래한 것입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지 않는다면 국제사회의 제재는 걱정할 문제가 아닌 것이지요.
북한 정권이 힘써 외치는 ‘외부 위협’이라는 것도 실상은 전혀 없거나 의미 없는 수준의 것을 ‘부풀리고 조작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현재의 국제질서가 핵을 보유한 강대국들이 약소국에 전횡을 일삼는 ‘불의의 국제질서’라는 주장도 북한의 일방적인 ‘외부 위협’ 만들기에 불과합니다. 핵무기는 2차 대전 이후 수많은 국제적 위기에도 불구하고 사용된 적이 없으며, 국제사회는 오히려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핵확산금지조약(NPT) 등을 만들어 핵무기 개발과 확산을 저지하거나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거짓이거나 과장된 ‘외부 위협’ 만들기에 온 나라를 동원하는 것은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3대 세습독재’ 유지와 ‘김씨 봉건왕조’ 구축을 노린 김정은 집단의 권력사유화에 그 목적이 있다 할 것입니다.
박성우: 이제 더 중요한 건 북측 지도부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점이겠죠.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이현웅: 우선 대내적으로 김정은 집단은 핵무기 개발 외에 다른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와 업적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만회하기 위해 핵무력을 좀 더 고도화하는데 지금보다 더 집중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김정은은 집권 이후 5년 이상 경제와 외교, 안보 등 체제의 핵심 운영 부문을 외면한 채 오직 핵과 미사일 개발에만 집중해왔습니다. 이런 독주가 지속되는 한 한국과는 물론 국제사회와 상생의 협조관계를 유지하기는 매우 어렵다 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 집단은 ‘자강력’을 외치면서 더 고도화된 핵무력의 강화에 나설 것이며, 여타 부문의 실책을 만회하고 주민들의 노동력을 짜내기 위한 대대적인 노력동원 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을 상대로 대륙간탄도탄 발사 위협을 함과 동시에 지금까지 개발해온 각종 미사일에 핵폭탄을 탑재하고 목표 지점까지 정확하게 이동시킬 수 있는 고도의 능력도 갖추고 있다는 ‘위협의 신뢰확대’에 주력할 것입니다. 대남면에서는 핵무기를 전제로 한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 길들이기’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지난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결과를 놓고 북측 지도부가 매우 기분 좋아하고 있는 건 알겠는데요. 그렇다고 해서 “지구의 자전이 새로 시작됐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 건 북한식 어법으로도 과장이 심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새로 시작됐다”는 지구의 자전이 북한 체제에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도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노동신문 다시 보기’, 지금까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