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사상전 포화로 애꿎은 주민만 닦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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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 다시 보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박성우: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박성우: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노동신문 8월 21일자 1면에 실린 “사상전의 집중포화, 연속포화, 명중포화”라는 제목의 기사입니다. 북한은 지난 8월 9일 미국령 ‘괌도’ 포격을 위협 한 데 이어 8월 10일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포격계획’을 일부 공표하였으며 8월 14일에는 완성된 괌도 포격계획을 작성하여 김정은에게 보고하는 장면을 공개하였습니다. 김정은은 괌도 포격 실행 여부와 관련해 8월 중순까지 “미국의 행태를 두고 보겠다”며 대미 결전의 ‘전쟁 분위기’를 계속 이어 갔습니다.

내부적으로는 북한 전 주민을 상대로 ‘전쟁승리 신념교양’ 사업에 돌입하였습니다. 이번 신념교양 사업은 조선노동당 선전선동부가 중심이 되어 북한 전역에 있는 도, 시, 군 단위에서 당 일군과 당원, 근로자, 기술자, 청소년 학생 등 남녀노소 구분 없이 전 주민을 상대로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 기사는 황해북도 내 당 조직들이 전개하고 있는 신념교양 사업을 ‘모범적 사례’로 부각하여 제시함으로써 다른 도에서도 신념교양 사업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는 선전기사입니다.

박성우: 북한 통치집단이 대외적으로 한반도 ‘전쟁위기’를 조성 한 데 이어 대내적으로도 긴장을 고조시키기 위해서 사상전에 돌입했다는 건데요.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죠?

이현웅: 이 기사는 북한 주민들을 상대로 “집중포화, 연속포화, 명중포화”를 들이대는 사상전을 통해 그들의 가슴과 심장에 불퇴전의 각오와 “필승의 신념”을 각인시키는 방법들을 상세하게 적시하고 있습니다.

첫째, 이번 사상사업의 주체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이고 실행 주도조직은 도당위원회라는 것을 밝히고 있으며, 목적은 “당 일군과 당원, 근로자, 기술자 각종 동맹의 맹원, 청소년 학생들에게 전쟁에서의 필승의 신념을 억척같이 다져주고, 사상과 신념의 강자로 만들기 위한 사상공세를 드세게 벌이는 데 있다”고 적고 있습니다. 북한 전체 주민이 모두 해당되는 그야말로 초고강도 사상교양이라 하겠습니다.

둘째, 사상교양의 소재는 한반도 전쟁 발발 위기의 “준엄한 정세”와 지난 8월 7일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채택한 대북결의를 전면 거부한 ‘공화국 성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셋째, 신념교양 사업의 핵심내용은 “비범한 예지와 탁월한 영군술, 무비의 담력과 배짱을 지닌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동지가 있어 반미 대결전의 최후 승리는 결정적이다”라는 것인데요. 이번 사상교양의 초점이 김정은 우상화에 맞추어져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김정은 우상화 교양과 관련하여 “21세기 반제투쟁사에 백승의 자욱만을 새겨가는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동지의 불멸의 업적”을 해설하고 “불패의 핵 강국을 일떠세운 최고영도자의 헌신과 노고, 영도의 현명성”을 설명하며 “반미 대결전에서 승리가 확정적인 이유”를 최고영도자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하라며 구체적으로 제시하였습니다. 덧붙여 황해북도의 경우 이러한 사상공세의 결과 “수령이시여 명령만 내리시라”는 결전의 위력이 나타났으며, 인민군 입대와 복대 탄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박성우: 요즘엔 ‘사상교양’을 넘어서 ‘사상전’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던데요. 물론 그 대상은 북한 주민이죠. 이젠 주민들을 “사상전의 집중포화, 연속포화, 명중포화”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건데요. 주민 개개인을 존엄성을 갖춘 인간으로 대하는 태도는 찾아볼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비인간적인 사상교양의 논리는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요?

이현웅: 북한의 인명경시 논리와 풍조는 북한 김일성-김정일주의의 토대를 이루고 있는 ‘유물론’에 기인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물론은 이 세상의 궁극적인 실재를 물질로 보고 정신적이고 관념적인 것은 물질이 반영된 결과로 보는 입장이지요. 이런 입장에서는 물질이 일차적이고 인간은 물질보다 못한 2차적인 것이 됩니다. 공산주의자들은 이러한 사상적 논리를 바탕으로 ‘변증법적 유물사관’을 만들고, 이에 기초하여 공산혁명을 일으켰으며, 혁명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처단하면서도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번 기사에서 표현된 “집중포화, 연속포화, 명중포화”는 김정은이 지난 2016년 5월 제7차 당대회에서 육성으로 발표한 당 중앙위원회 총화자료 중 “사상공세의 대상을 바로 정하고 집중포화, 연속포화, 명중포화를 들이대야 합니다”라는 문구에서 그대로 따온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이 겉으로는 ‘인민대중 제일주의’ 등을 외치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지요. 주민들의 생명은 최고통치자에게 충성을 다할 때만 유지될 수 있으며, 그렇지 않을 경우엔 죽은 목숨과 같다는 것입니다. 김정은 등장 이후 지속된 숙청과 공포정치가 이를 대변해주고 있습니다.

박성우: 하나 더 여쭤보죠. 기사 내용을 보면, 이번 신념교양 사업은 북한이 ‘대미 결사전’을 선포하고 주민들의 ‘대미 적개심’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전민 총력전’을 부추기는 것이 목적일텐데요. 그런데 이 ‘신념교양’의 내용은 ‘김정은 우상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왜 이런 불일치가 발생하는 걸까요?

이현웅 : 그렇습니다. 목적과 내용이 일치하지 않죠. 북한 통치집단은 핵폭탄과 미사일 개발 명분을 미국과 한국의 ‘대 조선 적대시 정책’ 때문이라고 호도해왔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은 지금까지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방어적 조치’를 대북 군사정책의 기본으로 삼고 있습니다. 북한이 현재 선전하고 있는 미국과 한국의 “북침 핵전쟁 연습” 주장도 북한이 초래한 일이며 대부분의 내용은 날조된 것들입니다. 괌도 포격계획 발표로 전쟁 분위기를 조성해 놓고 뒷감당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인 김정은이 한 발 물러설 수 있는 체면치레용 조치가 필요하게 된 것이지요. 목적을 주장하는 데서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메시지를 넣고, 내용에는 ‘벼랑끝 전술’이 먹히지 않는 상황을 수습하려는 메시지를 함께 담다 보니 양자간에 불일치가 발생하는 모순이 나타난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북한판 ‘위기관리 전략’ 이 매우 허술하다는 점과 이번에도 가장 큰 ‘희생’은 사상전의 포화대상된 북한 주민이 입게 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박성우: 잘 알겠습니다. ‘노동신문 다시 보기’, 지금까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