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 보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박성우: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박성우: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노동신문 8월 28일자 3면에 실린 ‘위대한 당의 영도 따라 김일성-김정일주의 청년운동의 최전성기를 펼쳐나가자’라는 제목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청년절’(1991년 제정) 하루 전날인 8월 27일 평양의 청년중앙회관에서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 (이하 청년동맹) 중앙위원회 1비서 전용남이 ‘조선공산주의청년동맹’ 창립 90돌 중앙보고회에서 보고한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박성우: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자꾸 발사하면서 한반도 긴장을 한껏 고조시킨 상황에서 ‘청년절’을 맞아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 맹원들에게 어떤 주문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이현웅: 첫째, 청년동맹과 관련하여 김일성과 김정일 그리고 김정은에 대해 찬양하는 내용입니다. 김일성에 대해서는 1927년 8월 28일 ‘반제청년동맹’ 등 여러 혁명조직에서 단련되고 검열된 혁명가들을 모아 현재의 청년동맹 모체인 ‘조선공산주의청년동맹’을 결성함으로써 ‘청년운동의 참다운 시원’을 열게 되었고, 김정일은 청년중시 정치를 펼쳐 ‘청년절’을 만들고 청년동맹 명칭을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으로 바꾸는 등 청년운동의 일대 전성기를 열어 놓았다고 찬양하고 있습니다. 또한 김정은에 대해서는 “청년동맹의 명칭을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으로 명명하도록 한 것은 청년동맹과 청년들이 받아 안은 최상최대의 영광이고 행복”이라며 김씨 일가에 대한 찬양을 더 한층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둘째, 역대 ‘조선 청년운동’에 대한 평가와 함께 그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데요. 혁명 1세대 청년들은 조국해방의 역사적 위업을 빛나게 실현하였으며, 해방 후 청년들은 수령님의 두리에 하나의 대오로 뭉쳐 새 사회건설에서 애국열의와 청춘의 기개를 남김없이 과시하고 조국해방 전쟁에서 조국을 위해 청춘도 생명도 서슴없이 바쳐싸워 전승 신화를 창조했으며, 전후 복구기 청년들은 천리마를 타고 질풍같이 내달려 자주, 자립, 자위의 사회주의 국가를 세우는 기적을 안아왔고, 지금의 청년들은 최고영도자의 믿음이면 지구도 들어올릴 수 있다는 신념과 배짱을 지닌 천하무적의 청년대군이 되어있다는 것입니다.
셋째, 앞으로 청년동맹이 들고 나가야 할 임무는 ‘김일성-김정일주의’를 높이 들고 김정은의 사상과 영도를 충정으로 받들어 사회주의 강국, 백두산 대국을 일떠세우고, 금수산태양궁전을 결사 보위하는 김일성의 후손, 김정일의 참된 전사, 제자가 되어야 하며, 수령님과 장군님의 유훈을 한치의 드팀도 없이 빛나게 관철해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선군혁명 노선의 신봉자, 관철자가 되어 사회주의 조국을 총대로 굳건히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투철한 ‘계급적 전위투사’가 되어 사회주의 수호전을 전개하고 조국의 부강번영에 이바지하는 혁명인재를 튼튼히 준비하며, ‘자주적 통일’을 이룩하기 위한 투쟁에 적극 앞장설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북한 정권은 정치, 경제적으로 큰 위기가 닥칠 때마다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청년동맹을 동원해왔다고 하죠. 청년동맹은 원래 어떤 위상을 갖고 있으며 구체적인 역할을 무엇인지 설명해주시죠.
이현웅: 청년동맹은 조선노동당과 대중을 이어주는 ‘인전대’ 역할을 하는 근로단체 중 하나입니다. 인전대란 동력을 전달하는 ‘피대’(벨트)라는 뜻으로, 일찍이 레닌은 “이런 인전대가 없이는 독재를 실현할 수 없다”며 인전대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고요. 스탈린도 “혁명과정에서 인전대가 없다면 무장이 없는 군대가 된다”며 이를 매우 중시하였습니다. 북한은 이러한 레닌과 스탈린의 ‘인전대’ 개념을 수용하여 ‘프롤레타리아 독재체제’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데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근로단체에는 청년동맹 외에도 직업총동맹, 농업근로자동맹, 여성동맹 등이 있으며, 북한은 근로단체의 성격을 ‘대중적 정치조직이자 사상교양 단체’이고 ‘당의 외곽단체’이며 ‘당의 후비대’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북한 청년동맹의 맹원 수는 대략 5백여 만 명으로 알려져 있으며 수령의 사상과 당의 정책을 청년대중에게 전달하는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북한 청년들의 ‘수령관’ 확립과 ‘사회정치적 생명체’ 논리를 구현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박성우: 북한이 레닌과 스탈린의 ‘인전대’ 개념을 수용하여 청년동맹을 만들었다고 했는데요. 그렇다면 북한의 청년동맹과 여타 사회주의 국가들의 청년동맹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설명해주시죠.
이현웅: 공산주의 혁명세력은 사회주의 혁명 이후 다수독재인 ‘프롤레타리아 독재’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만 공산주의 낙원을 건설할 수 있다는 허황된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소련도 1917년 10월 볼셰비키 혁명 이후 프롤레타리아 독재정권을 효율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인전대 조직이 필요하다면서 ‘공산주의청년동맹’(콤소몰)을 만들게 되는데요. 사실은 청년들의 반사회주의운동을 저지하고 차단하는데 더 큰 목적이 있었습니다. 중국 공산당도 청년조직 활용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공산주의청년단’이라는 조직을 만들었습니다.
북한의 ‘청년동맹’도 그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소련과 중국의 청년동맹 및 청년단과 다른 점은 소련과 중국의 경우 일정 부분 ‘자기 이익’을 대변하는 이익단체의 성격을 갖고 있고 당의 고위직으로 진출할 수 있는 엘리트 조직의 위상을 갖고 있는 반면 북한의 청년동맹은 당에 철저히 예속되어 자신의 목소리를 전혀 낼 수 없을 뿐 아니라 당내 고위직 진입이 제도적으로 보장돼 있지 않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북한의 청년동맹은 오직 북한 정권의 사회주의 건설과 정치.경제적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동원 대상으로 철저하게 기만 당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북한의 여러 공식문건들은 청년동맹을 ‘속도전 돌격대’로 선전하고 있고 각종 경제건설 현장에서 “천리마나 만리마와 같이 내달릴 것”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 해 청년동맹은 맹원들과 관할 단체인 소년단 단원들에 대해 체제유지를 위한 ‘사상교육’에 매진할 것과 반미대결전에서 선봉장이 되고 조국통일 투쟁의 전사가 될 것을 강력하게 주문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요약하자면 북한의 청년들이 ‘프로레타리아 독재’ 정권의 희생양에 불과하다는 것인데요. 누구에게나 청년시절은 자신의 재능을 발굴하고 꽃피울 수 있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그런데 북한의 현실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듯 합니다. ‘노동신문 다시 보기’, 지금까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 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