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남 비난은 편집증 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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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 다시 보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박성우: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박성우: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노동신문 9월 11일자 6면에 실린 ‘불벼락을 청하는 어리석은 망동’ 제하 기사 등 지난 한 주 동안 이 신문에 실린 대남 비난 기사 중에서 그 정도가 심한 몇 건을 선정하였습니다. 이들 기사는 김정은 집단의 핵 선제타격 위협에 대한 한국 정부의 다양한 대응 활동에 대해 저질적인 인격 모독성 비속어를 동원해 조직폭력배들이나 할 수 있는 위협과 모욕을 퍼부었습니다. 이러한 북한의 대남 비난 선동 기사는 국제사회의 외교적 관례와 금도를 넘어선 망발이자 편집적 발작 증상에 가까운 내용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노동신문의 이러한 저질성 기사는 김정은 세습독재 정권이 출범한 이후 날이 갈수록 도를 더하고 있어, 노동신문이 기초하고 있는 언론관이 제대로 된 것인지 매우 의심스러울 뿐 아니라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박성우: 노동신문은 북한을 대표하는 신문이죠. 그 위상에 걸맞은 문장과 용어 선택을 해야 할 텐데요. 그런데 노동신문이 사용하고 있는 어휘와 표현이 목불인견이라는 거잖아요. 문제가 된 부분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이현웅: 먼저 한국정부의 북한 핵 도발에 대한 대응 활동을 비난하는 기사내용인데요. 9월 11일 ‘불벼락을 청하는 어리석은 망동’이라는 기사에서는 북한이 9월 3일 대륙간탄도탄 장착용 수소탄 시험의 성공발표와 함께 “남조선을 쓸어버리겠다”는 위협을 한데 대한 한국 정부의 한미 동맹강화 움직임을 “괴뢰들이 마치 물 본 미친개마냥 날뛰고 있다”, “괴뢰들에게 차례질 것은 시체와 죽음뿐이다”, “죽지 못해 안달이 난 바보들이나 할 짓이다”, “괴뢰 호전광들은 미친 짓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등 냉전의 유물인 ‘괴뢰’라는 표현을 밥 먹듯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10일자 ‘식민지 하수인들의 분별없는 망동’ 기사에서는 “남조선 집권자는 트럼프, 아베 등과 연이어 전화통화 놀음을 벌려 놓고 압박의 도수를 높여 줄 것을 구걸하는 추태를 부리였다”, “괴뢰들은 쓸개 빠진 머저리, 천하의 반역아들이다”라며 입에 담기 어려운 독설을 거침없이 쏟아냈습니다.

9월 9일자 노동신문에 수록된 ‘눈앞의 현실을 보지 못하고 푼수 없이 놀아대다가는 감당 못할 재난만 뒤집어쓰게 될 것이다’라는 북한 민화협 대변인 담화에서도 한국 대통령의 주변국가와의 대북공조 활동에 대해 “쓸개 빠진 얼간이들만이 놀아 댈 수 있는 반민족적 추태”라는 등 저질언사를 남발하며 대남 비난에 합류해 나섰습니다. 9월 8일 노동신문의 ‘무모하고 어리석은 객기를 부릴수록 말로가 더욱 비참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라는 북한 아태평화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담은 기사는 “남조선 당국은 쥔 것도 변변치 못한 주제에 책임지지도 못할 강력한 군사적 대응을 줴쳐대며 푼수 없이 헤덤비지 말아야 한다”며 조롱했습니다. 9월 7일 노동신문의 ‘천둥에 놀란 허재비들의 가소로운 객기’라는 기사에서는 외교안보 부처 장관들에 대해 “미국의 전쟁마차나 끄는 가련한 주구들”,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햇 강아지”, “놀라운 사변에 질겁한 자들의 히스테리적 광기”, “미국의 식민지 주구, 총알받이” 등으로 원색적인 비난을 하였습니다.

노동신문의 이러한 저질적인 대남 비난 기사는 전체주의 독재자 히틀러나 소련 철권정치 독재자 스탈린의 적대국에 대한 비인격적이고 모멸적인 비난선동 행태를 능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박성우: 노동신문이 이런 기사를 하루도 빠짐없이 작성하는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지요?

이현웅: 근본적인 원인은 노동신문이 잘못된 선전선동 목표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동신문은 북한 전체주의 세습독재 정권 유지와 사회주의 혁명완수를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써 ①우상화를 통한 수령독재 체제 강화, ②대중조작과 유일 영도체계 확립, ③계속 혁명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동원 체제 유지, ④미국과 한국에 대한 적대감 조성이라는 4가지 목표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북한 정권은 ‘적화통일’과 관련된 이 네 가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노동신문 5면과 6면을 활용하고 있으며, 김정은 정권은 김정일 시대 보다 지면을 확대하여 노동신문의 ‘대적투쟁과 대적언론’으로써의 기능을 한층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광복 직후부터 미국을 한반도 적화통일을 가로 막고 있는 “철천지 원쑤”로 규정하고, 한국은 미국의 한낱 “주구”에 불과하다는 논리를 조작하여 북한 주민들을 세뇌시켜왔습니다. 노동신문의 끊임 없는 한국 정부 비난도 “한반도 적화통일을 위해서 한국은 반드시 타도해야만 할 대상”이라는 이념적 목표를 전 주민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한 것이지요. 최근 노동신문의 능욕에 가까운 한국 정부 비난은 핵무력 고도화 성취에 따른 적화통일 의지의 상승과 배가된 자신감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됩니다.

박성우: 중국이나 러시아의 사례와 비교해서 설명해 주시면 우리 청취자들의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위원님께서 보시기에 노동신문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요?

이현웅: 북한 언론은 자유세계 언론의 중요한 기능인 ‘국가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 기능을 전혀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 대신에 ‘언론은 국가의 소유물로 인민을 감시하고 통제하며 혁명사상을 선전선동하는 수단’이라는 스탈린의 언론관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의 노동신문도 사회주의 혁명의 정당성과 북한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고 세습권력을 옹호하며 개인 우상화와 수령의 절대독재를 합리화하는 선전 내용을 조작하고 날조하는데 주력해왔습니다.

그러나 스탈린 시대의 당 기관지 ‘프라우다’는 체제전환 이후 자유주의 언론관에 따라 국가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신문으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중국의 ‘인민일보’조차도 자본주의 경쟁 체제 도입 이후 보도의 객관성과 중국 인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변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런 세계적 변화 추세를 고려할 때 노동신문의 시대에 뒤떨어진 선전선동 기능 때문에 북한 주민들이 자주성을 상실하고 자유와 행복이 철저하게 억압된 질곡의 삶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일 것입니다. 이것은 결국 북한 정권 쇠락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할 것입니다.

박성우: 다들 바뀌고 있는데 북한의 언론매체만 제자리걸음인 것 같습니다. 그 후과가 체제 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