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화성-12형 도발로 군사제재 자청

중장거리전략탄도미사일 화성-12형 발사 모습.
중장거리전략탄도미사일 화성-12형 발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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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 다시 보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박성우: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박성우: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노동신문 9월 16일자 1, 2, 3면에 실린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중장거리 전략 탄도 로케트 ‘화성-12형’ 발사 훈련을 또다시 지도하시였다”는 제하의 기사입니다.

북한은 지난 9월 3일 6차 핵실험 도발을 감행한데 이어 9월 15일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을 태평양을 향해 실각으로 발사했습니다. 이 기사는 김정은이 미사일 발사 ‘현지지도’ 중에 밝힌 “앞으로도 미사일 발사를 계속하겠다”는 도발 의지와 미사일 관련 종사자들에게 ‘미사일의 최종목표 달성’을 위해 진력할 것을 주문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김정은의 미사일 발사현장 지도 사진과 미사일 탑재차량, 화염과 함께 솟구쳐 오르는 미사일 장면을 연속 촬영한 사진 32매를 게재하고 하였습니다.

노동신문은 이 기사를 이용해 화성-12형 중장거리 미사일 실각 발사 ‘성공’에 다양한 군사적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면서 핵무력 완성이 종착점에 와있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박성우: 북한이 핵무력 완성 의지를 다시 한번 대내외에 천명했다는 것인데요.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주시죠?

이현웅: 중요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이번 화성-12형 발사훈련은 “미국의 호전성을 제압하고 공격과 반(反)공격작전 수행능력을 강화하며 핵탄두 취급 질서를 점검하고 실전적인 행동 절차를 확정하기 위해 진행되었다”는 것입니다. 중장거리 미사일의 실전 배치를 위한 최종 실험임을 밝힌 것입니다.

둘째, 앞으로의 미사일 발사 훈련의 성격과 관련해 “모든 훈련이 이번과 같이 핵 무력 전력화를 위한 의미 있는 실용적인 훈련으로 되고, 각종 핵탄두들을 실전 배비하는 데 맞게 그 취급 질서를 엄격히 세워야 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이 핵폭탄을 장착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의 관리 규정을 제정하고 실전 운영 규칙을 마련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어서 앞으로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핵 공갈’ 위협을 더한층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셋째, 김정은이 핵 무력의 최종 목표를 “미국과 실제적인 힘의 균형을 이루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선택이요 뭐요 하는 잡소리가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미국이 감당하지 못할 핵 반격을 가할 수 있는 군사적 공격 능력을 다지는 데 질주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것입니다. 미국과의 군사력 균형을 추구한다는 것인데요. 국제 질서에 대한 무지와 북한 주민에 대한 무책임의 극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넷째, 북한 핵 무력 완성 정도와 관련하여 “그 종착점에 거의 다다른 만큼 모든 힘을 다하여 끝장을 보아야 한다”고 강조였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핵폭탄 제조를 완결하고 최종 핵 공격수단인 대륙간탄도미사일도 최종 완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북한의 의도는 무엇이라고 분석하십니까?

이현웅: 국제사회는 북한 호전집단이 6차 핵실험으로 ‘레드라인’, 즉 금지선을 넘었다는 평가와 함께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실질적 억제 대책을 내놓고 공론화하는 단계에 접어든 상황입니다. 북한 집단은 이런 움직임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종전의 미사일 ‘시험발사’라는 꼬리표를 떼고 용어를 ‘발사훈련’으로 바꾸었으며, 이에 맞추어 도발수위를 실전 수준으로 한층 높였습니다. 이번 노동신문 기사는 이러한 국제정세의 흐름을 정면으로 배격하고 있으며 오직 핵무기 완성의 길만 가겠다는 북한 집단의 사생결단 의지를 다시 한번 밝힌 것입니다. 또한 핵무기 개발과 관련해서는 그 누구와도 대화나 타협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재차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어 핵무기 사용 대상을 미국으로 밝히고 ‘공격과 반(反)공격작전 수행능력 강화’를 강조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선제타격은 물론 2차 공격 능력까지 확보할 것임을 천명한 것으로 김정은 집단의 핵 운영전략이 ‘방어’가 아니라 ‘공격’에 있다는 사실을 내비친 것입니다. 이는 미국이 북한의 핵 무력 공격에서 벗어나려거든 한국에서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북한 주도의 이른바 ‘조국통일 전쟁’을 방해하지 말라는 뜻을 에둘러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핵 무력 완성을 향한 집착과 도발이 국제사회의 마지막 인내를 고갈시키고 있으며 북한 핵 문제의 최종적 해결 수단으로 군사적 제재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인식전환이 관련 국가들 사이에서 급격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북한 집단은 직시해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북한 지도부가 핵 무력의 최종 목표를 ‘미국과의 힘의 균형’으로 설정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하셨죠. 이러한 목표가 뜻대로 이루어질지 의심스럽습니다. 어떻게 전망하는지요?

이현웅: 김정은 집단이 ‘미국과의 힘의 균형’을 추구한다는 것인데요. 이것은 현실주의 국제정치를 무시한 자만과 만용이 낳은 패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미국과 맞설 정도의 강력한 군사 강국이었던 소련이 1990년대 초반에 몰락한 가장 큰 원인은 경제력이 뒷받침 되지 않았음에도 미국과 군사력 경쟁에 나서는 무모한 도전을 한 데 있었습니다. 미국은 경제력과 군사력에서 모두 세계 1위입니다. 반면 북한의 경제력은 아직 130위권에서 맴돌고 있고요. 군사력 역시 20위권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이 70년여 넘게 미국과 대적하며 온갖 도발을 감행하면서도 정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북한의 자력갱생 능력 덕분이 아니라 중국이 북한에 대해 갖고 있는 ‘순망치한’이라는 전략적 이익을 고려하여 방패막이 노릇을 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6차 핵실험과 ‘화성-12형’ 도발을 지켜본 중국의 여론지도층에서는 대북 정책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여기 저기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곧 있을 제19차 공산당전국대회에서 중국의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이익을 재평가하는 움직임이 가시화 될 경우, 북한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객관적인 처지와 위상을 망각한 채 미국에 맞서 ‘세력 균형’을 추구하다가는 구소련의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할 것입니다.

박성우: 북한의 도발을 지켜보며 꾹 참고 있는 나라가 한 둘이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