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을 만나보는 RFA초대석. 진행에 전수일 입니다. 한국에 들어간 탈북자들이 남한 사회에 적응하는 데 가장 골치 아픈 문제 중의 하나는 한국말입니다. 특히 탈북자들의 발음과 억양은 단순히 소통의 어려움만 주는 것이 아니라 남한 사회의 적응과 동화에도 적지 않은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의 사투리 교정을 돕기위해 탈북자들의 언어습관을 조사 분석한 한국의 국립국어원은 표준 발음을 인터넷으로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새터민이 배우는 표준 발음 교실'이란 프로그램인데요, 남북한 말의 자음과 모음 억양, 발음 규칙의 차이를 그림, 동영상, 음성으로 확인한 뒤 스스로 연습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국립국어원의 최혜원 학예연구관을 전화로 만나봤습니다.
전수일 기자
: 탈북자 40명을 대상으로 북한 세 방언권 주민의 발음과 언어습관을 조사한 결과라고 하는데, 어느 지역입니까?
최혜원
: 크게 세 지역으로 나눴습니다. 동북, 서북, 육진입니다. 북한을 일반적으로 동부와 서부지역으로 구분해 동부는 강원도 함경도, 서부는 평안도 황해도 쪽으로 나눕니다. 육진은 함경도이긴 하지만 동북방언과는 다른 두만강 하류지역의 언어적인 특성있어 별도로 분류했습니다.
전
: 그 결과에 따르면 탈북자들이 모음을 잘 구분하지 못하고 구개음화나 두음법칙을 따르지 않는 등 북한식 발음과 억양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그 사례 몇가지를 소개해 주시죠.
최
: 저희가 교재를 만들며 대표적인 예를 들었던 것이 먹는 달콤한 ‘꿀’과 도구로 쓰이는 ‘끌’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끌’을 발음할 때 입을 둥그렇게 해서 발음해 남한사람들에게는 ‘꿀’로 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슷한 다른 예로는 ‘둘’과 ‘들’, ‘국기, 극기’ 등이 있습니다. 또 모음 ‘오’와 ‘어’가 구분이 안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볼, 벌’ ‘솔, 설’ ‘고리, 거리’ 등입니다. 또 북한 분들은 ‘온감자’ 라고 발음을 한다고 하는데 이쪽 남한 분들은 ‘언감자’로 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개음화의 경우 남한에서는 해도지(해돋이) 마지(맏이) 턱바지(턱받이) 라고 발음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북한에서 오신분들은 해도디 마디 턱바디 등 구개음화 없이 발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억양에서도 예를 들어 ‘개구리’ 발음을 남한에서는 두번째 음절 ‘구’를 높게 하는데, 함경북도에서 오신 분들은 세번째 음절 ‘리’에 강세를 줍니다. 이처럼 남북한의 발음이 다르다는 것이 조사에서 나타났습니다.
전
: 남한 분들이 발음하는 것을 북한 분들이 듣는 데는 문제가 없습니까? ‘끌’이나 ‘꿀’이 달리 발음되는 것을 그대로 듣습니까?
최
: 탈북자들의 청취문제 조사는 실제 하지 않았지만, 남한 사람들의 발음을 듣는 데는 문제가 없는 것 같습니다.
전
: 남한에서도 호남 영남 충청 등의 사투리가 있는데요, 사투리를 쓰는 남한 사람들이 표준말을 배우는 것과 북한사람들이 한국 표준말을 배우는데 차이가 있습니까?
최
: 표준어를 배우는 어려움을 같을 것입니다. 태어난 고향의 독특한 사투리에 익은 남한 사람들 역시 서울에 와서 표준어 발음을 쓰기가 어려운 점은 북한 사람들과 같다고 봅니다. 남북한 분단으로 북한 사람들은 남한의 발음 어휘변화에 접할 수 없었고 또 남한 사람들 역시 북한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서로의 언어 차이에 익숙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남한 사람들의 경우는 경상도 전라도 출신이라도 대학이나 직장 등에서 여러 지역의 사람들과 만나 듣고 느껴왔기 때문에 다른 지역 방언을 듣더라도 알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분들의 경우 남한 사람들에 대한 접촉이 없었기 때문에 남한 방언이 낯설고 익숙치 않아 표준어 배우기나 언어생활에 장애가 더 많을 것입니다.
전
: 북한인들의 한국 표준어 발음을 배우는 데 가장 어려워 하는 점은 어떤 것입니까?
최
: 발음으로 본다면, 예를 든 것처럼 개별 단어에 대한 모음 자음이 다르다는 점이고, 다르다는 것을 알더라도 자신들의 발음이 어떻게 다른지 스스로 알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자신의 발음과 표준 발음을 비교해 가면서 고쳐나가야 표준어와의 간격을 좁힐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또 발음 중에서 무엇보다 어려운 것은 억양입니다. 북한 사람들은 보통 높은 어조로 빨리 발음하는 경향이 있고 또 무뚝뚝하게 들릴 정도로 짧고 낮게 끝음절 소리를 내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탈북자 중에는 남한 사람들과 얘기할 때 의식적으로 느리게 말하고 말 끝도 약간 낮게 하는 노력을 하다가도 흥분한 상태가 되거나 같은 고향 사람들과 얘기할 때에게는 북한 사투리가 그대로 드러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문제는 억양 교육을 남한에서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곳이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새터민 가운데 남한식 억양을 배우고자 하는 분들은 적지 않지만 제대로 배울 데가 없어 이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전
: 한국 표준말 발음을 공부하는 데 어떻게 하는 것이 효과적입니까? 심리적인 위축감도 발음 공부에 장애가 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최
: 탈북자들의 심리적 위축감은 남한사람들과 접촉을 두려워 하거나 공개석상의 발언을 피하려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탈북자들 중에 직업생활을 하는 분들도 바깥 출입이 적고 집안에만 있거나 탈북자들끼리만 교류하려는 분들이 많습니다. 남북 언어가 결국 같은 말이고 차이가 있더라도 세부적인 것이라고는 하지만 탈북자들이 한국말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남한 사람들과 자주 접촉하면서 얘기를 나누고 티비 드라마 같은 것을 보면서 흉내도 내보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활발하게 언어습득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아 남한 언어와 문화에 익술해 질 기회를 놓치고 있습니다.
전
: 남한 사람들이 제 2 외국어, 특히 영어를 배우기 위해 영어 원어민과 자주 접촉하고 분위기에 몰입해야 한다는 경우와 비슷하네요.
최
: 그렇습니다. 한국사람들을 자주 접촉해 얘기를 하면 굳이 표준 발음 프로그램 교육을 통하지 않더라도 실제 표준 발음을 듣고 배울 수 있습니다. 어떤 개별적인 발음을 교정하려는 노력보다도 탈북자들이 자연스럽게 남한사람들과 자주 교류 접촉하는 기회를 더 많이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
: 북한 사투리를 쓰면 남한 사회에서 차별 받거나 일자리 구하는데 장애가 된다고 들었습니다. 남한 사회가 북한말투 쓰는 분들을 그만큼 수용하지 않는 다는 얘기인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최
: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가 알고 있는 일화가 있습니다. 탈북자 한 분이 학용품 문구점에 아르바이트로 취직을 했다고 합니다. 손님이 ‘호치키스’를 달라고 부탁했는데 그걸 몰라서 한참 헤매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여기 남한은 실용적이고 경쟁적 체제이니까 빨리 필요한 기능을 습득하고 적응하는 것이 직업을 구할 때나 사회생활에서 요구됩니다. 새터민들 중에는 직업을 구하기도 힘들고 취업을 해도 오래 견디기가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RFA 초대석, 이 시간에는 남한의 국립국어원에서 탈북자들의 사투리 교정을 돕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최혜원 학예연구관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저는 전수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