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혼례식’ 민주평통 최재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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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물을 만나보는 RFA초대석,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미국의 서부 한인사회가 밀집돼있는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지역에 정착해 살고있는 한 탈북자 부부가 그곳 한인사회의 도움으로 지난달 (2월) 뒤늦게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신랑 현춘삼씨는 반듯한 양복에 나비 넥타이, 신부 이성희씨는 흰 면사포에 화려한 웨딩드레스를 입고 북한에서도 해 보지 못한 혼례를 치른 것입니다. 이 부부의 결혼식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약칭 민주평통, 로스엔젤레스 협의회와 그곳 한인사회의 도움으로 성사됐습니다. 민주평통은 한반도 평화통일정책 수립에 관한 한국 대통령의 자문기구로 해외 여러 도시에 협의회가 있습니다. 오늘 초대석에서는 민주평통 로스엔젤레스 협의회의 최재현 회장을 모시고 탈북자 부부의 결혼식을 둘러싼 미담을 들어 봤습니다.

전수일: 민주평통 엘에이 협의회가 탈북자 부부의 결혼식을 지원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까?

최재현 회장: 처음입니다. 아직 한 번도 없었습니다.

전: 그분들이 결혼식을 올리고 싶어한다는 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최: 이곳 이북5도민회를 통해 알았습니다. 저희 협의회는 5도민회를 통해 이전에도 탈북자 자녀를 위한 장학금을 지급한 적이 있거든요. 이북5도민회로부터 통보는 받았지만 결혼식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것이었습니다. 칸쿤까지 신혼여행 보내주는 계획이었습니다. 사실 웬만한 사람들보다 더 잘해 줬습니다. 1호였기 때문에. 턱시도 등도 빌리고 해서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려줬습니다.

전: 칸쿤은 멕시코의 휴양지 아닙니까?

최: 그렇습니다. 거기까지 신혼여행 보내주는 계획입니다. 일반인들 결혼식보다 더 호화롭게 한 것이었습니다. 비용이 1만5천달러가량 드는 결혼식이었습니다. 호텔에서 손님 식대만 해도 1인당 40-50달러나 됩니다. 거기에다 턱시도 웨딩드레스 꽃 사진 케이크 등 비용까지 고려하면 큰 자금이지요. 그래서 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고민을 하다 강행을 한 것입니다. 한인사회에서 사진찍고 화환 제공하고 신혼여행 가는 비용을 대겠다는 자원자들 덕분에 잘 치렀습니다. 모든 분들이 너무 좋아했습니다.

전: 민주평통에서 이런 결혼식을 도와주기 위한 예산 항목이 따로 있습니까?

최: 그런 것 없습니다. 평통회원들이 각자 내는 회비로 운영하고 있는데 이번 결혼식을 위해 한인들이 십시 일반으로 부담한 것입니다. 이런 결혼비용은 민주평통 예산에 없을뿐더러 한국정부에서 지원 받는 게 아닙니다.

전: 이 탈북자 부부를 만나 보셨었나요?

최: 아닙니다. 결혼식에서 처음 만나 봤습니다. 하지만 저희 평통의 수석부회장님이 결혼 전에 이 부부와 미리 면담을 했습니다. 이 부부에게는 4살짜리 아들도 있습니다. 아마 결혼을 하지 않고 애를 낳은 뒤에 탈북을 한 분들 같습니다. 이날 결혼식 때 이분들이 굉장히 좋아서 입이 닫히지 않더군요.

전: 이분들은 탈북 후에 곧바로 미국으로 온 것인가요?

최: 자세한 것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함경북도 출신이라고 합니다. 개인적인 상세한 사항은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전: 엘에이에 정착해 일을 하고 있는 모양이네요.

최: 그렇습니다. 현재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전: 엘에이에 탈북자가 수십명은 된다고 들었습니다.

최: 많습니다. 탈북자들도 동향사람끼리 만나는 모임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사람들이 경상도 전라도 출신끼리 모임을 하듯이 함경도 평안도 등 출신 주민들 끼리의 모임 말입니다. 여하튼 이 탈북자 부부는 정말 축복을 받은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전: 최 회장님을 비롯해 민주평통 협의회 관계자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돕겠다고 나섰습니까?

최: 여기 평통 위원이170여명인데 단합이 잘 됩니다. 제가 15기와 16기 연임해서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좋은 분들이 많습니다. 전화해서 무슨 일에 대해 도움을 요청하면 발벗고 나서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이 탈북자들은 자유를 찾아 온 사람들인데 평생 결혼식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소원을 들어줘야하지 않겠습니까?

전: 최 회장님께서 평통을 맡은 후에 이번 탈북자 부부의 결혼식 지원 말고도 다른 지원을 해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최: 탈북자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했습니다. 큰 지원은 아닙니다. 연말에는 탈북자 분들께 식사 대접을 했고요. 탈북자 가정마다 선물권도 지급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북한의 실정을 잘 압니다. 북한을 방문했었거든요.

전: 언제 방문하셨나요?

최: 8년 전과 4년 전에 모두 두차례 했습니다.

전: 무슨 일로 방문하셨는지요?

최: 민주 평통에서 활동하면서 회장님들과 함께 이곳의 이산가족 몇 분을 이끌고 방북했었습니다. 제가 수의사라서 북한 아동과 주민을 위한 항생제와 구충제 그리고 비타민 등의 약품을 갖고 들어 갔었습니다. 제가 미국 동부 뉴저지 주에서 30여년동안 수의사로 활동하다 이곳으로 옮겨왔습니다. 당시 뉴저지 주 교회 분들을 통해 김진경 총장을 알게 됐고요.

전: 평양과기대 김진경 총장 말씀닙니까?

최: 그렇습니다. 그리고 제 아내가 연변과기대를 방문하기도 했었습니다. 연변과기대 창설 때에도 갔었죠.

전: 부인께서는 거기 가서 무얼 하셨나요?

최: 제 아내가 기독교 신앙이 깊었습니다. 같은 교회에 나가는 박덕호 교수님을 잘 알고 있었는데 그분은 지금 보스턴 교회의 목사님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연변과기대 교수로 발령나자 그분도 뵐겸에서 방문을 했었고 저희 둘째 아들도 고등학생일 때 잠시 짬을 내어 그 대학에 가서 영어를 가르치기도 했었습니다.

전: 그러셨군요. 그런데 아직도 평양과기대와 연변과기대와는 왕래하시거나 지원하시는 일이 있습니까?

최: 없습니다. 3년 전에 제 아내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는 있었지만 그 이후로는 일이 바빠서 연락을 못해 왔습니다. 평통 간부들과 비타민, 구충제 등의 약품을 갖고 들어갔었지만 북한 주민들이 불쌍하고 참 안타까웠습니다. 민족의 불행입니다. 북쪽의 위정자들이 잘 못해서 국민이 얼마나 고생하고 있다는 걸 저는 압니다. 가슴 아픈 일이죠. 개인적으로 만나는 북한 사람들은 다 착합니다. 하지만 가장이 잘못되면 가족 모두를 고생시키는 것과 같이 지도자가 제대로 못하면 국민이 고생하는 것이죠. 가장이 술이나 먹고 잘 못하면 가정의 아이들이 엉망이 되는 것과 같은 것 아닙니까? 국가이든 단체이든 가정이든 리더가 그래서 중요한 것이죠. 지도자가 왼쪽으로 갈 것인지 오른쪽을 갈 것인지 아니면 똑바로 갈 것인지 판단을 잘 해야 하는 것입니다.

전: 최 회장님, 만일 이번에 결혼식 올린 탈북자 말고도 다른 탈북자가 결혼식 도와달라면 어떻게 하실겁니까?

최: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혼식 마련에 드는 비용을 확보하는 문제 때문에 이번처럼 화려하게는 못해드리지만 간단하게 도와드릴 수는 있습니다. 여하튼 이번 결혼식에 오신 분들 모두 좋아했습니다. 따듯한 정을 느꼈습니다. 자유를 찾아 목숨 걸고 기회의 땅 미국에 왔는데 이들에게 희망을 주어야죠. 해외 민주평통은 열린 평통입니다. 이웃들과 여러 교민들이 함께하는 평통이라서 이런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느낀 건 탈북자 분들이 체제가 다른 곳에 와서인지 미국 자본주의에 살면서 혼란을 많이 겪는 것 같습니다. 공산주의에서는 일을 하든 하지 않든 똑같이 분배받아 먹고 살지 않습니까? 그러나 여기서는 자기가 일한 만큼의 성과를 내는 사회이고요. 하지만 결국 이분들도 자본주의 미국사회라는 기회의 나라에 와서 살다 보면 잘 적응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들도 이민와서는 그렇지 않았습니까? 믿고 의지하면서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을 배우게 될 겁니다.

RFA 초대석, 이 시간에는 미국의 서부 한인사회가 밀집돼있는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지역에 정착해 살고 있는 탈북자 부부에게 성대한 결혼식과 신혼여행의 선물을 안겨 준 민주평통 로스엔젤레스 협의회의 최재현 회장을 모시고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저는 전수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