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초대석]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의 김재숙 창업지원사업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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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물을 만나보는 RFA 초대석, 진행에 전수일 입니다. 탈북자들이 한국에 들어가 제일 먼저 찾는 게 일자리 입니다. 하지만 일을 찾아도 남한 사회와 근로문화에 익숙지 못한 탈북자들은 한 곳에 오래 붙어 있질 못하고 직장을 자주 옮기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런 탈북자 가운데 창업, 즉 자기 장사나 기업을 차리려는 사람들을 위해 자본을 대어 주는 이른바 미소금융기관이 생겼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한국 정부의 탈북자 소관부처인 통일부는 산하 기관인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과 현대차미소금융재단을 통해 탈북자에 대한 창업교육과 대출을 시작했습니다. 창업 지원사업을 맡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의 김재숙 차장을 전화로 연결해 지원 내용을 알아봤습니다. 김재숙 차장은 한반도평화통일연구원과 부산 기독교 여성단체인 YWCA등의 기관에서 일할 때에도 탈북자들의 남한사회 정착과 취업을 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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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의 김재숙 차장 - RFA PHOTO (RFA PHOTO)

전수일: 우선 미소금융이 무엇인지 설명해주시죠. 일반금융하고는 뭐가 다른겁니까?

김재숙

: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인데 일반금융기관과는 사업의 목적이 다릅니다. 미소금융재단은 우리 사회의 취약계층과 저소득층에 소규모의 자본을 제공해 이들이 자기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시작됐습니다. 이들은 자기자본금이 없습니다. 하지만 작은 규모의 자본금을 지원해주면 사업을 통해 소득을 얻어 자립을 할 수 있습니다. 미소금융은 한 마디로 일반인들이 아닌 취약계층을 상대로 저금리로 대출해 그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 일하고 계신 곳이 북한이탈지원재단인 만큼 그런 취약계층 중에서도 탈북자들에 대한 미소금융에 대해 알고싶습니다. 대상과 자격이 있을텐데요, 탈북자 중에서도 어떤 사람이 대상이 될 수 있습니까?

: 우선은 한국에 온 지 5년 이상 된 분이 대상입니다. 5년이 안돼도 동종업에 6개월 이상 근무했고 그 업종으로 창업을 계획하는 분들은 한국 생활 3년 이상이면 자격이 됩니다.

전: 선정과정은 어떻습니까? 면접같은 게 있나요?

: 네. 서류심사를 마친 분에 한해 면접 인터뷰를 합니다. 심사에서는 신청자의 사업에 대한 전문지식이나 사업 의지 등을 봅니다. 지원자 대부분이 1달정도의 창업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교육내용은 일반적인 강의뿐만 아니라 지원자의 희망 사업에 대한 컨설팅 즉 상담과 재무설계 등을 지도합니다. 그게 끝나면 재정적 대출심사를 거쳐 융자 승인을 받게됩니다. 서류접수에서 대출이 될 때까지의 과정은 통상 2달- 2달 반정도가 걸립니다.

전: 심사단의 지원자들에 대한 면접 중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은 무엇입니까?


: 여러가지가 있겠습니다만 북한이탈주민들은 대체로 자기 재산이나 자기자본비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남한사회에서 쌓은 경험, 경력 그리고 하고 있는 일 등이 주로 검토됩니다. 탈북자가 창업하려는 업종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력 특히 창업에 대한 본인의 의지등이 이 주요 평가 항목이 될 것입니다.

전: 창업교육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시죠.

: 기본적으로 창업에 대한 이해를 돕고 창업에 필요한 전반적인 지식과 정보, 예를 들어 서비스 개념, 사업체 운영에 필요한 행정적 세무적인 사항, 창업에 따르는 세금과 재무상황에 대한 교육, 사업 운영에 대한 컨설팅 즉 상담을 해 줍니다. 전문가들은 탈북자들이 희망하는 사업의 사업성과 그를 위한 방향 제시, 또 사업의 홍보는 어떻게 하는지 등에 대해서도 알려줍니다. 교육기간동안 강의 못지 않게 사업에 대한 상담과 조언이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전: 창업할 업종에 대한 제한이 있습니까?

: 가능한 한 탈북자들이 경력이 있는 업종을 택하도록 하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업종의 제한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흥업종은 안됩니다. 노래방이라든지 술집같은 것 말입니다. 제조업도 5인 이상의 업종은 안됩니다. 직원 다섯명 이상의 사업체를 운영하려면 법인회사로 등록해야 하는데 저희는 법인회사의 창업은 지원하지 않습니다. 미소금융의 취지가 소규모로 내 가게를 만들어 남한사회에 정착하고 경제적으로 자립하겠다는 분들을 지원하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전: 탈북자들이 창업하려는 업종은 주로 어떤 업종입니까?

: 미소금융지원사업을 작년에 시작했고 이번이 2회라서 아직 충분한 자료는 없지만 신청이 들어오는 업종을 보면 주로 식당이 많습니다. 분식집이나 칼국수집이라든지. 해장국집 등 조그만 음식점이 많습니다. 그 다음에 잡화점 슈퍼, 패밀리마트 같은 체인점 업종에 대한 지원이 많습니다. 크게 보면 그 두 업종입니다.

전: 창업자금의 대출규모가 5천만원, 미국 돈으로는 5만달러로 알고 있습니다만, 대출금 회수는 어떻게 합니까?

: 6개월 거치에 5년 안에 상환 하도록 합니다. 원금과 이자를 같이 상환해 나가는 것인데요, 이율이 연 2퍼센트의 저금리 입니다. 하지만 대출금은 공돈이 아닌 만큼 갚아야 하는 것입니다. 대출금의 회수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에 심사단에서는 신청 사업의 사업성(이익성)을 신중히 검토하는 것입니다.

전: 대출금 상환은가게를 운영하면서 매월 얼마씩 갚아 나가는 것이겠죠?

: 그렇습니다.

전: 올 창업지원 대상자 규모가 80여명으로 알고 있습니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창업자금지원 대상자 규모가 1년에 100명 안팎이라면 탈북자 2만명 시대에 견주어 볼 때 너무 적은 건 아닌지, 더 확대돼야 할 것 같은데요.

: 창업하려면 남한사회에 대한 경험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 남한 사람도 조그만 사업 하나 운영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창업을 서두르는 것 보다는 한국사회를 더 이해하고 다양한 직업을 접하면서 창업 직종에 대한 경력을 쌓은 뒤에 창업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창업지원을 무한대로 늘리는 것만이 해결책이 된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또 자기 장사를 시작한 분들도 정착하기 까지는 시행착오가 있게 마련입니다. 그런 문제에 대해 지도 관리하고 지원 할 부분도 저희는 생각해야 합니다.

전: 공감이 갑니다. 사실 남한에서 4,50년 직장일 하다 퇴직해 자기사업을 시작한 분 중에 망한 사람이 적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북한에서 한국에 입국해 5년 정도밖에 안된 분들이 이런 창업을 하는데 불과 한 두 달 교육으로 충분합니까?

: 충분하진 못합니다. 하지만 창업교육은 교육 그 자체보다는 창업에 따르는 실제 제반 사항과 지원 계획을 상담하는데 그 역할의 중요성이 큽니다. 창업 이후의 지속적인 관리와 지원등의 사후관리가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사업을 잘 운영하도록 방향설정에 대한 지도로 필요하고 일정 기간 지나면 스스로 운영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북한이탈주민들은 자본주의나 시장경제에 경험이 없기 때문에 운영 상 미비점이나 시행착오에 대한 전문가의 도움과 사후관리가 더욱 중요합니다.

전: 지원재단의 창업지원을 받을 수 있는 탈북자 분들은 생활력과 의지가 강한 사람일 것 같습니다.

: 의지도 강하지만 적어도 2-3년 이상 각자 한 분야 업종에서 일했던 분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그런 분들 가운데 식당을 창업하려 하거나 기존 식당을 인수하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은 해당 직종에 종사한 경험도 있고 내부 사정을 잘 알아 창업을 해도 유리합니다.

전: 그러니까 탈북자들이 입국후 취업해 한 직종에 경력을 쌓아 창업자금지원제도를 잘 활용한다면 자기 사업을 세울 수 있다는 말이군요.

: 그렇죠. 6개월 마다 직종을 바꾸기 보다는 꾸준한 인내와 각오로 최소한 2-3년의 경험을 쌓아 경력을 인정받는 게 중요합니다. 근시안적인 판단으로 정착에 힘들어 하는 북한이탈주민들을 볼 때 안타깝습니다. 탈북자들에 대한 남한사회 정착지원 체계는 잘돼 있습니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경력 설계와 정착생활의 설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RFA 초대석, 이 시간에는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의 김재숙 차장으로부터 한국 내 탈북자들의 창업지원사업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저는 전수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