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이시마루 지로 대표

0:00 / 0:00

화제의 인물을 만나보는 RFA초대석,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20년 넘게 북한 내부 소식을 세계 주요 언론을 통해 국제사회에 전해 이름난 일본의 언론사가 있습니다. ASIA PRESS INTERNATIONAL (아시아프레스)입니다. 이 단체의 북한취재팀을 이끌고 있는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북한내 협조자들로부터 주민들의 일상생활과 인권유린 현장을 담은 동영상과 음성 자료를 입수해 일본은 물론 한국 미국 영국 등 세계 주요 텔레비전 방송과 언론매체를 통해 보도해 왔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이달 4월 중순 미국의 수도 워싱턴을 방문해 미국 국무부의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와 연방 의회 관계자들을 만나 북한 내부 실태를 전했습니다. 오늘 초대석에서는 워싱턴 체류 중 저희 방송국을 찾은 이시마루 지로 대표로부터 김정은 집권 이후 2년 간의 북한 내부 상황에 관한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전수일: 이시마루 대표께서는 북한 취재를 20년 넘게 하셨는데요 그동안 여러 북한사정 취재 분석하시면서 북한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실 겁니다. 지금 김정은의 집권이 2년여 되는데 북한 인민들은 김정은을 지도자가 아닌 지배자로 여긴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이시마루 지로 대표: 처음에 김정일이 죽고 나서는 많은 북한 사람들이 변화에 대한 기대가 있었습니다. 북한이 못 사는 근본원인이 개혁개방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인민 전반적으로 공통된 것이기 때문이었죠. 이런 생각은 윗층의 간부부터 아래로는 백성들까지 했습니다. 이들은 사회주의 나라 중국과 베트남이 잘 사는 건 개혁개방에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것이죠. 북한은 김정일 시대 17년동안 개혁개방을 하지 못했지만 그가 죽고 나자 인민은 이제 개방개혁으로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죠. 특히 후계자 김정은이란 젊은이가 등장하자 그에 대한 기대가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김정은 집권2년이 넘었어도 개혁개방으로 가는 것 같지도 않고 인민들이 볼 때는 통제가 더욱 강화되어 장사하는데에도 지장이 많다는 것입니다. 통제는 전반적인 것인데요, 이동의 통제 조직생활 사상교육 국경봉쇄 등에 대한 통제가 심해졌습니다. 그런 통제가 장마당 장사에 지장을 많이 주는 것이죠. 저희의 북한 내 정보원들의 얘기를 종합해 보면 우선 김정은 체제 아래에서 생활수준이 급격히 나빠진 건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씩은 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상황이 좋아지는 건 없다는 말이죠.

또 그 다음으로는 김정은이 자기 고모부인 장성택을 숙청 처형했다는 게 북한 내부에서는 대단히 큰 충격이었다고 합니다. 자기 고모부까지 죽여야 했나? 그 젊은 김정은이 아버지보다 더 한 것 아닌가? 하지만 북한 체제로서는 새로운 지도자의 유일영도체계를 자주 강조해 왔습니다. 새로운 지도자, 유일한 지도자, 젊은 지도자, 우리의 지도자 등, 김정은이 '지도자'라는 걸 강조한 것이죠. 하지만 지난 2년여 동안 김정은이 한 걸 보면 사람들이 기대한 것만큼 미치질 못했다고 생각하는 인민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김정은은 지도자가 아니라 지배자로 인민을 억압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인민들에게 팽배하다는 것이죠.

전: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되고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어서 앞으로 북한의 어려움이 클 것이라는 걸 김정은이 모를리 없을 텐데요. 어느정도는 개혁개방을 해서 주민들이 먹고살 수는 있게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럴 가능성이나 조짐은 없다고 보시는 지요?

이시마루: 김정은 정권이 인민들의 민심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민심이란 결국 경제수준에 대한 것인데 만약 인민들을 먹여 살리지 않으면 민심은 떨어지게 마련이고 반발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그런 걱정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도부는 주민들에게 일단 배급을 풀어주거나 물가를 안정화 시키거나 하는데 지도부가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죠. 그렇지 못하면 사회질서가 혼란해 질테니까요. 그만큼 민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개혁개방하는 쪽으로는 가지 못할 겁니다. 물론 그렇게 한다면 많은 인민이 환영하고 또 경제적 성과가 있겠죠. 그런 결심을 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개혁개방으로 많은 사회주의 국가가 무너졌고 근래에는 시리아 리비아 그밖의 중동의 독재지배체제가 무너진 것을 봤거든요. 그건 그런 나라들 정권이 인민들의 요구에 직면해 양보를 했기 때문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유일영도체제를 북한이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폐쇄체제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일부 한정적으로 개혁개방의 길로 갈 수는 있겠지만 중국처럼 정책적으로 체제를 개방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전: 북한내 소식을 밖으로 전하는 북한 내부 협력자들, 취재자들은 북한 전국에 퍼져있나요?

이시마루: 전국 여러 곳에 있지만 방방곡곡에 거주하는 건 아닙니다. 역시 국경지대가 중심이고 나머지는 평양, 평안남도, 함경 남북도 정도에 있습니다.

전: 이들 취재자가 전해오는 소식, 여러 영상물 사진 음성 등의 자료가 진짜인지 아닌지 그 진위여부를 어떻게 검증하십니까?

이시마루: 검증을 위해 가능한 한 2중 3중으로 확인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내 정보원의 소식에 대해 즉시 그 사실 여부를 직접 검증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비데오후티지(영상물), 녹음, 음성 등 증거력이 강한 것들을 수집해 세계에 전하고 있습니다. 그런 것들에도 물론 검증에는 한도가 있습니다. 전부 검증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 저희는 '우리의 북한 내부 협조자 기자들이 이러이러하게 전했다'는 형태로 기사를 보도하고 있습니다.

전: 내부 협조자들이 취재하다가 당국에 걸리면 수용소에 가거나, 죽을 수도 있고 굉장히 큰 위험에 처할 수도 있을텐데요. 이런 위험한 일을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시마루: 솔직히 말해, 처음에 취재자가 되려는 분들 중에는 돈벌이가 되니까 시작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자신들의 일을 계속 하는 과정에서 저와 만나게 되는데요, 제가 그들을 만나 자료를 건네받고 얘기를 하기 위해 중국에 나가면 그들이 전한 보도의 의미도 설명해 주고 특히 영상물 보도가 외부세계의 텔레비전 방송에 발표된 것은 그들에게도 보여 주곤 합니다. 이런 걸 반복하다 보니 이들은 자신들의 일에 의미를 갖게되고 또 나름대로 흥미도 느끼게 됩니다. 즉 보도에 대한 자각이 생기는 것이죠.

전: 그러니까 단순한 돈벌이만 아니라 자기들에게 의미가 있는 일이다는 말씀이네요.

이시마루: 그렇습니다. 이분들이 자주 표현하는 것이 '이건 정의로운 일이다'란 말입니다. 저로서는 그게 고마울 뿐이죠.

전: 김정은 체제 이후 근래들어서는 주민들이 당국의 지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다소 느슨해졌다는 말이 있던데요?

이시마루: 그건 아닙니다. 이게 무슨 얘기이냐면 지금은 김정은의 유일영도체계를 확고히 만들어야 하는 시기가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인민들은 사실 김정은이 누군지도 잘 모릅니다. 나이가 몇 살인지, 어머니가 누구인지, 또 도대체 이렇듯 젊은 사람이 어떤 경험이 있는지. 주민들로서는 자신들 보다 나이도 어리고 하니까 상식적으로 볼 때 이런 사람이 나라를 이끌어 갈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이죠. 하지만 김정은 집권후 그가 절대적인 지도자로서 한 치의 의문이 없이 인민들은 그에게 충성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일반 인민들은 거기에 대해서 일단 말로는 '잘 알겠습니다.' 라고 하죠. 하지만 행동으로는 그에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지도부에서는 주민들의 충성 강요를 위해 룰(법)을 만들고, 또 그 법을 지키도록 하기 위해 또 다른 법규를 만들었죠. 그게 바로 엄벌이란 것입니다. 그러니까 인민이 말을 따르지 않으면 '용서하지 않겠다' '죽인다'라는 엄벌입니다. 이런 게 없으면 누가 충성을 하겠습니까? 그나마 그런 엄벌로 체제가 겨우 유지되고 있는 게 지금의 북한사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RFA 초대석, 이 시간에는 20년 넘게 북한 내부 소식을 세계 주요 언론을 통해 국제사회에 전하고 있는 일본의 언론사 ASIA PRESS INTERNATIONAL (아시아프레스)의 북한취재팀을 이끌고 있는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를 모시고 근래 북한 내부 상황에 관한 얘기를 들어 봤습니다. 저는 전수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