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핵 개발 문제와 인권문제로 국제사회로부터 더욱 더 고립되고 있지만 외부 세계는 북한의 개방을 계속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끌어들이고 개방의 길로 나가게 하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도 북한에 대한 외부세계의 투자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주장하는 미국 전문가가 있습니다. 한국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의 연구원이며 미국 민간단체CSIS 즉 전략국제문제 연구소 내 태평양 포럼 (Pacific Forum)의 한반도 문제 전문 연구원인 케빈 셰퍼드 (Kevin Shepard) 박사입니다. 그는 경남대학교 북한대학원에서 북한의 대외 정치와 한반도 통일 문제로 박사학위를 땄으며 하와이 대학교에서는 한국어 석사과정을 밟아 한반도 문화와 언어에도 익숙합니다. 최근 워싱턴을 방문한 셰퍼드 박사를 만나 그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전: 북한이 외국 정부나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왜 자력경제로 헤쳐나가지 않고 외부의 도움, 외부의 투자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했을까요?
케빈 셰퍼드 박사: 제 생각에 북한이 스스로 투자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겁니다. 북한은 외부 투자가 북한에 들어갈 때 외부의 정보나 다른 사고 방식이 유입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에 외부 투자가 필요하지 않다면 가능한 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외부투자 유치는 북한이 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북한의 선전을 보면 오래 전부터 주체사상에 따라 자력갱생하겠다고 했지만 한 번도 스스로 한 적이 없습니다. 45년 이후에는 소련으로 부터 지원을 받았고 그 다음에는 중국에서, 또 그 다음에는 한국에서 지원을 받아 왔습니다. 북한은 오래전부터 스스로 해 보겠다고 했지만 사회주의 경제 체제로는 실패합니다. '우리식 사회주의'로 하겠다고 주장해 왔지만 그게 안 되자 외부의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것입니다. '자력갱생'한다고 하는데, '갱생'이 필요하다는 것은 실패했다는 말입니다. 스스로 하고 있다면 갱생, 회복이 왜 필요합니까? 모두가 선전일 뿐입니다.
전: 결국 경제의 회복을 위해서는 외부의 투자를 들여와야 한다는 말씀이네요.
셰펴드: 그렇습니다.
전: 북한에 투자하고 있는 주요 2개국은 중국과 한국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한국의 대북투자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이 두 가지가 가장 큽니다. 한국이 현재 투자 확대를 중단한 상태인데요, 한국이 계속해서 북에 투자를 해야 합니까? 투자를 해야 한다면 어떤 식으로 해야 합니까?
셰펴드: 저는 한국 투자자들이 계속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국정부는 투자에 개입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정부가 투자를 하거나 민간 기업들을 위해 북한과 협상을 한다면 북한이 한국 정부를 정치적 인질로 삼을 수 있습니다. 천안함 사건이나 핵문제 때문에 남북관계를 확대하기는 어렵겠지만 북한의 붕괴는 바람직 하지 않습니다. 한국이 민간 투자를 통해 북과 교류를 계속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을 언급하셨는데 이제는 중국이 북한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냉전시대에 소련과 중국 사이에서 둘을 이용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에 대해서는 자신들에게 많이 원조하지 않으면 소련으로 가겠다고 하고 소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금은 한국과 중국 사이에서 그렇게 하고 있다고 봅니다. 한국 신문을 보면 북한과 관계 개선을 위해 혹은 미래 통일을 위해 북한에 투자를 많이 하라는 주장이 나옵니다. 이런 분들은 천안함 사건 이후에도한국이 북한에 투자를 하지 않으면 중국이 전적으로 북한에 투자를 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전: 한국 정부의 투자 개입이 바람직 하지 않다고 하셨는데, 이명박 정부가 전혀 개입을 하지 않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어느정도 개입해서 기업의 안전이나 법적인 기준 보장을 위해 북한 정부와 협상을 할 필요는 없겠습니까?
셰퍼드: 필요하다고 봅니다. 천안함 사건이후 한국이 북한에 계속 협력을 하면 북한은 이제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제재는 필요합니다. 하지만 교류하지 않고 무시 일변도 정책을 취하면서 북한의 붕괴만을 기다리는 것은 효과가 없습니다. 협상을 통해서만 관계를 개선할 수 있기 때문에 협상은 계속해야 합니다. 다만 천안함 사건이나 핵문제를 어떻게 풀 것이냐는 것은 아직 어려운 문제입니다.
전: 미국 얘기를 해보죠. 미국이 북한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없지만 간접적으로 유럽에 있는 자회사를 통해서 하는 경우는 있다고 하셨는데.
셰퍼드: 디즈니 회사가 유럽 자회사를 통해 북한에 애니메이션 사업을 한 예가 있습니다. 미국 기업중에 북한에 투자하겠다고 정부에 신청하고 그 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업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미국 회사들은 북한에 투자를 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우선 미국 국내 법의 제한과, 미국과 유엔의 대북 경제제재 때문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미국 기업들은 서비스나 IT(정보기술)분야 사업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북한에는 그 분야에 필요한 인프라도 없고 경제 제재로 인해 높은 수준의 기술을 들여갈 수 없습니다. 서비스 자본도 들어가지 못합니다. 북한 내에서는 관련 업종이나 언어가 아주 다르기 때문에 경쟁력이 없습니다. 하지만 지하자원, 광물에 투자할 미국 기업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 중국이 대북투자 중에서도 광물자원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많이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북한에 이로운 것입니까?
셰퍼드: 잘 되면 윈-윈, 서로에게 좋은 것입니다. 중국이 광물자원을 가져가면서 기술과 인프라를 대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광물을 파 가려고 광산에서 국경, 국경에서 중국 해당 지역까지 길도 만들고 철도도 놓고 발전소도 짓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그런 인프라와 기술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중국이 광산개발 투자할 때 계약 기간을 50년으로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50년 간 모든 지하자원을 이용하면 불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점을 북한이 조심해 잘 조절하면 북한도 이익이 되는 윈-윈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전: 50년 간 계약이 되면 북한 지하자원을 몽땅 다 퍼가지 않겠습니까?
셰퍼드: 그럴수도 있겠지만 북한에 지하자원은 아주 많습니다. 북한도 이 사실을 계산에 두고 50년 계약을 하더라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전: 북한에서 외부 투자의 성공 사례를 아까 약간 언급 하셨는데, 어떤 기업은 성공하고 어떤 기업들은 실패했습니다. 성공. 실패 사례를 소개해 주시고, 각각 그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설명해 주시죠.
셰퍼드: 성공한 기업들은 대부분 북한, 남한, 중국에 생산품을 팔았습니다. 유럽에 판매한 업체들은 대체로 실패했습니다. 왜냐면 유럽에서는 인권문제나 핵문제가 있는 북한의 제품을 사는 것은 북한 김정일 정권을 지원하는 일이라는 인식 때문에 그렇습니다.
전: 그러니까 유럽시장에서는 그런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북한산 제품을 사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말이군요.
셰퍼드: 네. 한국 기업들의 대북투자 사업은 제품을 모두 한국시장에 팔고 있습니다. 또 독일의 의약품 회사는 북한에서 만들어 북한 내에서 팔기 때문에 성공했습니다. 유럽시장과는 다릅니다. 또 어떤 유럽회사들은 북한에 투자를 하려 해도 은행들로 부터 그리고 IMF 등 국제 금융기관으로 부터 돈을 빌리지 못해 실패 한 경우도 있습니다.
전: 결국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시장에 팔고 사고 또 돈을 빌리는 것도 정치외교적인 문제가 걸림돌이 된다는 말이군요.
셰퍼드: 그렇습니다.
전: 북한으로서는 외부의 투자를 유치위해 어떤 투자환경을 마련해야 합니까?
셰퍼드: 북한이 처음 외부의 투자를 나진선봉에 유치하려 했을 때 정치적인 개입을 너무 많이 했습니다. 경제적인 자유가 없어 많은 회사가 포기하고 떠났습니다.
전: 너무 제약을 많이 하면 외국 회사들이 일을 못하고 나간다는 말이군요.
셰퍼드: 그렇습니다. 대부분 투자하려한 외국 회사들은 인권문제나 핵문제나 정치적인 문제에 관심이 없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제한을 많이 하면 북한 대신 중국이나 베트남이나 버마로 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 북한 내 투자가 가치 없게 됩니다. 그 경험 때문에 북한은 개성공단 내 법 체제를 훨씬 좋게 만들었습니다. 투자를 보호하는 법도 있고 북한 정부도 많이 제한하지 않고 있습니다. 신의주 경제특구도 실패했지만 그걸로 북한은 교훈을 얻었습니다. 그래서 봉쇄된 특구 지역에서라도 북한인들이 보다 자본주의적으로 시장주의적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북한 정부의 시각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전: 마지막으로 북한의 당국자들이 해외 자본을 많이 유치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향을 취하는 것이 좋습니까?
셰퍼드: 지금은 북한 사람들이 외국에 가서 많이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외국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북한도 테크노크랫, 기술관료들의 전문가 집단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들을 지원하고 이들에게 교육을 받게 하면 좋을 것입니다. 특히 평양과기대 등에서 교육 기회를 많이 제공해 이들이 어떻게 국제 기준에 맞게 활동을 하고, 외부 투자를 유치하고, 교역을 하는 지를 배우면서 북한 내 인프라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경제적으로 회복하고 안정될 때 남한 미국 유엔 등에 대해 정치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북한 당국이 자국 인력에 대해 교육을 계속 시키는 것이 바람직 합니다.
전: 결론적으로 해외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인력양성을 먼저 하고 그 다음에 어느정도 경제적인 수준을 올려 놓은 다음에 정치외교적으로 접근을 해도 늦지 않는다는 말씀이네요.
셰퍼드: 그렇습니다.
RFA 초대석, 이 시간에는 핵 개발문제와 인권문제로 국제사회로부터 더욱 고립되고 있는 북한을 개방으로 이끄는 효과적인 방안은 외부세계의 대북 투자라고 주장하는 미국 민간단체 '전략국제문제 연구소'의 한반도 문제 전문 연구원 케빈 셰퍼드 (Kevin Shepard) 박사의 말을 들어봤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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