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초대석] 뉴욕서 조선족에게 영어 가르치는 조재석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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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물을 만나보는 RFA초대석. 진행에 전수일 입니다.

미국 동부의 최대 도시 뉴욕에는 연변과 그밖의 중국 지방에서 온 조선족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미국 정착에 필요한 영어를 오랫동안 가르쳐 온 조재석 씨. 한 때 탈북자를 도운 적이 있는 그는 더 많은 탈북 동포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싶지만 이들이 영어 배우기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뉴욕에서 조명기구 사업에 분주한 가운데서도 6년째 영어 가르치기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조재석 씨를 전화로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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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현지 조선족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조재석 씨. (사진-뉴욕 중앙일보) (사진-뉴욕 중앙일보)

전수일 기자

: 배우는 분들 대부분이 조선족들이라고 하셨죠?

조재석

: 저는 시작은 조선족만을 위해 했는데 현재는 클래스가 여러개 있습니다. 조선족을 위한 클래스가 있고 조선족과 한국인이 함께하는 클래스도 있습니다.


: 조선족 몇명정도가 배우러 옵니까?

: 조선족 반에는 7명이 있고, 다른 반에 몇 명이 또 있습니다. 한국사람과 같은 반에서 공부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 조선족 분들의 연령층은 어떻게됩니까?

: 신설한 조선족 반 학생들은 20대 후반 30대 초반입니다. 다른 반에 있는 조선족은 4,50대가 더 많습니다. 지난번 졸업시킨 사람들은 대부분 4,50대였습니다.


: 이 분들의 직장은 어떤 것들입니까?


: 뉴욕에서는 제일 많은 것이 손톱가게 네일살롱입니다.


: 손톱가게가 무얼 하는 곳인지 설명해 주시죠.


: 미장원에서 손톱 다듬어 주고, 가짜 손톱 붙이고, 매니큐어 칠 해주고, 손톱 처리하면서 맛사지도 해줍니다.

: 그러면 조선족 학생 중에는 여성들이 많은 모양입니다?

: 여자들일 경우 네일살롱이 제일 많고, 두번째로는 식당에서 일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영어가 안되기 때문에 대부분 한국인 식당에서 일합니다. 조선족 남자의 경우 건축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제일 많습니다. 학생 수는 여자가 더 많습니다. 영어를 가르치게 된 계기는 조명등 만드는 장사를 하면서 구인광고를 내면서였습니다.

조명등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인데, 이걸 만드는 일을 도와줄 사람을 구하는 광고를 내면서 영어를 할 줄 몰라도 된다고 썼습니다. 그러니까 조선족분들이 많이 구직하러 왔습니다. 한국인들은 아무리 영어를 잘 못한다고 할지라도 기초는 있습니다. 알파벳이나 숫자 등은 알고 이를 영어로 소통할 수 있는데 조선족 분들은 우리가 마치 소련말 모르 듯 영어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그래서 이분들이 미국에 정착해 살려면 영어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해서 영어를 가르치게 됐습니다. 영어가 안되기 때문에 미국 직장에 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 ‘무료왕초보’ 영어교실이라고 돼있는데요, 무료라는 것은 돈을 안 받고 하는 봉사활동이란 뜻이겠죠?

: 그렇습니다.

: ‘왕초보’는 말은 영어를 완전 기초수준부터 가르친다는 말일 텐데요.

: 한국분들은 진도를 빨리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조선족 중국사람들은 에이비씨부터 가르쳐야합니다. 그래서 한국인과 같이 가르칠 경우 진도가 맞지않아 조선족분들이 불만이 많습니다. 따라가기가 어려운 것이죠. 이분들은 처음부터 영어 지식이 없는 것이라서 한국분들과 차이가 있습니다.


: 가르치시는 건 읽기 듣기 쓰기 말하기 등을 모두 다 포함합니까?


: 그렇습니다. 다 가르칩니다. 제가 가르친 지 5, 6년이 되면서 느낀 것인데요, 청소년, 청년 등 20대 젊은이들에게는 문법에 상관없이 회화 위주로 가르치면 좋습니다. 하지만 4,50대 분들에게는 회화를 가르치는 게 도움이 안됩니다. 머리가 굳어져 기억을 잘 못합니다.

: 조선족 분들이 일단 미국에서 살려면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해야 할 텐데요, 먹고 자고 입고하는데 필요한 말이나 물건 사고팔고할 때, 교통수단 이용할 때 등의 소통에 필요한 말, 이런것 들도 가르치십니까?

: 지금 신설한 반 학생들은 BE동사도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지금 조선족 클래스의 순서가 기초적인 것을 끝난 다음에 회화를 시작합니다. 비동사, 해브동사 일반동사 현재 과거 미래 등의 기본 문법을 알려준 다음에 일상 회화에 들어갑니다. 처음부터 회화를 할 수는 없습니다.

: 가르치시는 입장에서 실제 영어를 잘 못하는 조선족이 영어 배우는데 가장 어려워 하는 점은 무엇입니까?

: 이 분들은 복습할 시간이 없다는 것입니다. 먹고 사는데 바빠서입니다. 조선족 중에 영어를 배우러 오시는 분들 대부분이 성실한 사람들입니다. 바쁜 중에도 일 끝나고 저녁에 와서 공부하려는 분들이죠. 그런데 복습을 하지 않아 그게 제일 답답합니다. 지난번 졸업반의 경우 한번 한 공부를 다시 반복했습니다. 복습이 부족해 다시 새로 공부하자고 했더니 다들 좋아하더라구요. 피곤하니까 복습을 못하는 게 가장 안타깝습니다.

: 한 때 탈북자도 배우러 온 분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 저는 그 사람이 탈북자인지도 몰랐습니다. 제게 배우러 와서는 서류를 번역해 달라는 부탁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번역을 해주었는데 그 다음부터는 오지 않더군요. 추측건대,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니까 자신이 탈북자임을 알아도 믿을 수 있겠다 싶어서 그런 부탁을 했던 것 같습니다.


: 탈북자들은 주위에 대해 의심과 불안감이 많은 모양이죠?


: 번역한 서류를 가지고 그 탈북자를 밖에서 만났습니다. 쓸데없이 두리번거리는게 생활화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중국에서 쫓겨 다니다 미국에 온 분이라서인지 뭔가 불안한 것이 몸에 익은 것 같았습니다. 상당히 측은했습니다.


: 조 선생님은 특히 탈북 동포들을 가르치고 싶어 배울 사람을 찾고 있다고 하셨는데 왜 그런 생각이 드십니까?


: 영어를 중급으로 하는 사람을 고급으로 올리는 것 보다는 아무것도 모르는 분을 가르치는 것이 성취감이 더 많습니다. 특히 탈북자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사람 모두가 연민의 정이 있지 않습니까?

RFA 초대석, 오늘은 미국 동부의 최대 도시 뉴욕에 거주하는 중국의 조선족 이민들에게 정착에 필요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조재석 씨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