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을 만나보는 RFA 초대석. 진행에 전수일 입니다. 중국과 제 3국에서 험난한 난민 생활하며 제때의 학습시기를 놓친 탈북 청소년들에게 낯선 한국 학교에서 공부를 따라 잡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희망의 길을 달리는 탈북 청소년 여덟 명이 지도 선생님들과 함께 만든 책, ‘꽃이 펴야 봄이 온다.’가 나왔습니다.

이 책에 실린 소년 박영명은 7년 전 가족과 함께 탈북해 몽골을 거쳐 서울에 들어갔습니다. 그의 꿈은 대한민국 군인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꿈을 접고 경찰관이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아직 한국에서는 탈북자들이 군대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일반 중학교 적응에 쓴맛을 본 박영명 군이 탈북 청소년들만 모아 중.고등학교 학습과 사회 적응에 필요한 체험 교육을 함께 시키는 셋넷학교에 들어간 지 2년. 이제 열 아홉 살인 그는 막 대학입학을 위한 검정고시를 치르고 학교 선생님과 친구들과 전라남도 해남군의 농촌을 찾아 체험 학습을 하고 있습니다. 학습 현장에 있는 박영명 군을 전화로 연결해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전수일
: 해남군에서 현장 체험하고 있는 것 소개해 주세요.
박영명
: 학교[학생들 모두]가 다 여기로 내려왔어요. 오작교 프로젝트라고 해서 해남의 장인들을 만나 얘기하고 직업 체험도 하고 사진도 찍고 농사하는 법도 배우고 여러가지 활동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전
: 그러니까 교실에서 책만 가지고 배우기보다는 직접 현장에 나가서 배우니까 좋죠?
박
: 네, 당연하죠.
전
: 이번에 대학 검정고시를 봤다고 하던데 잘 봤습니까?
박
: 아니요.
전
: 박영명씨 희망에 대해 말해보죠. 책에서 군에 입대해 군인이 되고 싶다는 글을 썼던데. 왜 군인이 되고 싶어요?
박
: 북한에서 아버지가 군인이었어요. 저희 가족이 모두 군인이었기 때문에 저도 군인이 되고 싶어요. 그런데 여기서는 군인은 안 되고 경찰은 될 수 있다네요.
전
: 경찰은 되고 싶어요?
박
: 네, 두가지 직업이 똑같잖아요.
전
: 군인이 될 수 없으니까 경찰이 되고 싶은 겁니까?
박
: 네. 그런거죠. 보고 자란 것이 군대에서 활동하는 것들이었습니다. 진짜 군인이 되고 싶었거든요.
전
: 운동은 잘 합니까?
박
: 수업은 지방에서도 체험행사로 하고 서울 학교 교실에서도 하는데 저녁까지 해야 합니다. 그래서 운동할 시간과 맞질 않습니다. 옛날은 좀 했는데 지금은 자주 못하고 있습니다.
전
: 그런데 경호학과를 가려면 운동이나 호신술같은 걸 해야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특별히 호신술 하는 것 있어요?
박
: 옛날에 합기도, 유도, 태권도장에 다녔어요. 지금도 집중적으로 하고 싶은데 시간이 안 맞아서요. 공부를 다 마치고 나서 하려합니다.
전
: 서울에서 젊은이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폭주족이 있는데 그런 폭주족이었다면서요?
박
: 표출하고 싶은 것이 있었어요. 학교에서는 세살 어린 급우들과 수업을 합니다. 그래도 아이들이랑 관계는 괜찮았는데 선생님들이 저희들 북한에서 왔다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그래서 학교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면 또래 애들과 같이 오토바이 타고 스트레스 푸느라고 그런 것 했어요.
전
: 학교는 중학교를 얘기하는 건가요?
박
: 네.
전
: 12살때 한국에 가서 소학교와 중학교때 반장과 회장을 했다던데. 주먹이 센 덕분에 그렇게 됐다면서요?
박
: 주먹이 세기보단 애들에게 잘 해주다보니 애들이 그런 걸 해보라고 했고 선생님들도 밀어주시고요. 그래서 중학교 올라가서도 안 하겠다는데도 반장도 시켜주시고 그랬어요.
전
: 근데 그런 과정에 좋은 남한 친구들을 사귀었다고 하던데. 친구들이 학교일을 도와주었습니까?
박
: 네, 공부도 도와주고 말이 서툴면 말도 교정해 주고 그런걸 많이 도와줬어요. 집에 와서 숙제도 같이 해주고. 여러가지를 도와준 친구들이 많습니다.
전
: 그런데 중학교때 친구들과 급우들이 남북통일 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고 하던데요.
박
: 반대하는 경향이 있었죠.
전
: 왜 반대했다고 생각합니까?
박
: 통일이 되면 북한이 어렵고 하니까 부모님들이 낸 세금으로 도와야 하고 [또 그걸로] 먹고 산다고 보기 때문에 통일 안됐으면 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모두 자기들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야 하니까 일단 통일해선 안된다고 하죠.
전
: 그런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을 합니까?
박
: 이해는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고. 통일이 되면 좋은 점도 있습니다. [남북이]합치면 잠깐은 어려울 수도 있지만 그걸 겪어내면 나라가 더 성장할 수 있으니까요. 저는 통일이 됐으면 좋겠는데, 애들은 반대하니까. 차차 설득해 나가야죠.
전
: 다니던 일반 중학교 그만두고 셋넷학교 들어갔는데 왜 그랬습니까?
박
: 선생님과 뭔가 트러블이 생겨서요[문제가 생겨서? 예.] 학교생활 하기가 힘들어져서 그냥 안 다니게 됐어요.
전
: 탈북청소년들만 다니는 셋넷학교는 일반학교와 비교해 어때요?
박
: 일반학교는 통제가 많은데 셋넷학교는 기본수칙만 지키면 모든게 자유이고 하고싶은 걸 하고 또 밖에 나가 이런 현장학습도 많이 하니까요. 저는 활동성이 많아서 이런 일을 매우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셋넷학교에 계속 다니고 있는 거에요.
전
: 지금 공부하는 중에 제일 마음에 드는 과목은 무엇이에요?
박
: 국사나 사회쪽이요.
전
: 여기서 배우는 국사는 북한에서 배우는 국사와는 내용이 다를텐데.
박
: 저는 재미있는데요. 제가 잘하는 것 중의 하나에요.
전
: 세계사는 안 배웁니까?
박
: 세계사도 배웠는데 다 좋아해요. 역사쪽은 제가 다 좋아하는 부분이라서요. 괜찮게 하고있어요.
전
: 한국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합니까?
박
: 저는 잘했다고 생각해요.
전
: 어째서요.
박
: 모든 게 편리하고. 옷 빨 때도 손으로 빨아야 하는 것을 세탁기로 돌리고. 뜨거운 물이 다 나오고 하니까요. 모든 게. 차들도 편리하게 돼 있으니까요. 병원시설도 좋고. 모든 시설도 현대화 돼 있고. 저는 그런 점에서 한국 오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전
: 형과 어머니도 한국에 오신 걸 좋아해요?
박
: 부모님이 한가지 딱 안 좋게 생각하시는 것은 서울 공기가 좀 안 좋다는 거에요. 나머지는 다 좋다고 해요.
전
: 여하튼 현장체험학습 잘 마치고 검정고시 합격해서 경호학과 꼭 가면 좋겠어요.
박
: 네. 감사합니다.
RFA 초대석, 이 시간에는 장래에 한국 경찰관이 되고 싶다는 탈북 청소년 박영명 군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저는 전수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