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을 만나보는 RFA초대석. 진행에 전수일 입니다.
북한 당국의 조직적인 인권침해 사례를 체계적으로 조사, 분석해 기록으로 남기는 일을 시대적.민족적 과제로 삼고 추진하고 있는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윤여상 소장. 북녘 주민들의 인권피해 예방과 피해자들의 보호와 지원을 위해 2003년 서울에 세워진 북한인권정보센터를 6년 간 이끌어온 윤여상 박사는 현재 미국 워싱턴에 있는 존스 홉킨스대학교 교환교수로 활약하며 북한의 인권침해와 탈북자 문제에 대한 연구와 강의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저희 방송국을 방문한 윤여상 교수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전:
북한인권정보센터의 소장으로 계실 때 부설기관인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운영하셨고 아직 기록보존소의 소장직은 맡고 계신데,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단순히 민간차원 단체가 아닌 공인 기구로 만들 것을 주장해 오셨습니다. 그렇게 될 경우, 이 북한인권기록보존소가 어떻게 활용될 수 있습니까?
윤여상: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북한에서 발생한 인권 피해사건을 조사 분석해 데이타베이스[자료]로 만들고 그런 자료를 정부의 정책이나 북한인권개선운동이나 연구자들에게 제공하기위한 곳입니다. 북한에서 발생한 많은 인권피해 사건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주된 증언자들은 북한을 탈출한 주민들입니다.
탈북자들의 수기나 북한내에서 촬영된 필름 등을 포함한 모든 인터뷰 자료와 활자화 된 자료 또는 고문도구와 같은 증거를 수집 조사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 자료들은 정부정책 기초 자료로 활용되기도 하고 , 국내외의 북한 인권개선운동 단체나 국제기구 외국 정부의 제공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북한 인권 연구에도 쓰입니다.
그보다 더 본질적인 목적은 북한내 피해자들의 피해사실을 기록해 통일 전후 과정에 이들에 대한 구제와 보상 자료로 쓰는 데 있습니다. 물론 현재에 그 구제와 보상은 어렵습니다.
또 다른 주요 목적은 인권침해 당사자, 즉 가해자들에 대해 나중에 적정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관련 자료를 관리 보존하는 것입니다.
북한 인권 침해에 관한 자료 수집과 인터뷰는 민간연구기관이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탈북자의 특별한 신분때문에 입국하면 정부의 관리 통제를 받고 있는 국가 시설에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에 대한 조사와 증언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가기관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또 정부의 관련부처가 확보하고 있는 북한 인권에 관한 자료도 있습니다.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도 정부 차원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민간과 정부가 협동하는 형식으로 관리 운영하는 북한인권기록보존소가 돼야한다는 것이 저희 입장입니다.
전:
2천9년 북한인권백서, 영문판 작년 10월 워싱턴에서 발표하셨습니다. 이 백서에 올린 인권침해 사례가 만천2백여건이나 됩니다. 그래서 윤 박사께서는 “북한은 현재 모든 종류의 인권침해가 일어나고 있는 인권침해 백화점 같은 나라” 라고 언급하셨는데요.
윤:
북한사회의 인권침해의 특징을 잘 반영하는 항목 16개, 세부항목은 100가지 이상으로 그 유형을 분류해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항목이 대단히 폭넓고 다양해 모든 인권침해의 백화점 같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그 침해 상태는 매우 심각합니다.
전:
북한인권백서 자료에 따르면 가장 빈도 높은 범죄는 국경관리범죄, 정치범, 형사범 등의 순서로 나타나 있습니다. 국경관리범죄는 어떤 것입니까?
윤:
북한 사회도 변하기 때문에 북한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 사건도 시기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북한국경관리범죄라는 것은 월경사건에 관한 범죄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이 관련 사건이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것은90년대 후반 이후 북한 주민들이 중국으로 대량 탈북하면서 이에 따른 중국 당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도 늘어났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 결과 강제 송환된 탈북자들이 당국으로 부터 처벌을 받는 경우, 즉 국경관리범죄 죄목하의 인권 침해 사건 발생이 높아진 것입니다.
전:
그 다음으로는 북한 정치범수용소에서 주민들이 당하는 인권 침해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 당국의 수용소내 인권침해의 가장 큰 목적은 “공포심리를 통한 주민 통제”라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밖에도 “수감자들에게 강제 노동을 시켜 얻는 생산물을 독점하기 위한” 이유도 있다는 분석에 대해 설명해 주시죠.
윤:
정치범수용소는 구 소련,중국,베트남, 북한 등에서 있어왔고 현재도 상당 부분 유지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공산주의 체제에서는 주민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해 체제에 순응토록하고, 정치적 반대자들을 처벌하고 격리 수용하기 위해 정치범수용소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구 소련에서 이런 기능에다 수감자들의 경제적 생산 가치를 포함시키게 됐습니다.
소련 당국은 정치적인 목적 외에도 수감자들을 집단농장이나, 철도나 도로건설에 동원해 생산성을 창출하는 경제적인 용도로도 활용해 왔습니다. 하지만 70년대에 소련 당국은 자체 조사 결과 수감자들의 경제적 노동 활용은 효과가 별로 없는 것을 알게됐습니다. 그래서 그후 정치범수용소의 경제적인 기능은 상실됐습니다.
북한은 소련식을 본따 정치범수용소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수용소 유지의 기본적인 목적은 같았습니다. 외부로 부터 유입되는 물자가 한정된 만큼 수용소 자체의 생산으로 자급자족하는 것이었습니다. 일부 특산품은 수용소에서 생산돼 외부로 반출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 규모는 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90년대 들어서 경제상황이 어려워지면서 보위부나 인민보안성은 정치범수용소의 생산품에 대한 가치를 중요하게 간주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북한의 정치범수용소는 지금도 여전히 주민들에 대한 공포감 조성해 체제에 순응하도록 하고 정치적 반대자를 숙청하는 데 가장 큰 목적이 있지만 부가적으로 수용소에서 나오는 생산물에 대한 가치를 북한 당국이 새롭게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수용소 생산물의 외부 반출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건 곧 수감자들의 수용소 생활이 더욱 열악하게 됐음을 의미합니다.
전: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들어간 탈북자들, 특히 여성들의 인신매매, 강제결혼, 성적 착취 등의 인권 침해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윤 교수는 특히 그들의 자녀, 그 중에서도 고아가 된 아이들이 ‘사회적 약자’로서, 무국적자 신분으로 입는 피해가 심각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문제 대처하는 방법으로 중국당국의 협조를 얻도록 해야한다고 언급하신 적이 있는데요.
윤:
탈북여성들이 대규모로 중국으로 탈출해 중국에서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조선족이나 한족 남성과 살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북한에서 데려간 자녀든 조선족 한족과 결혼해 낳은 자녀든 이 아이들은 중국에서 합법적인 신분을 갖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에따른 문제가 많습니다.
북한에서 낳아 데려간 자녀는 중국 공안당국에 체포되면 성인 탈북자들과 마찬가지로 강제북송됩니다. 하지만 중국인 남편과의 사이에 태어난 아이는 법적, 정서적으로 모두 중국인이기 때문에 중국이 책임을 져야합니다. 그런데도 중국은 이들마저 중국인으로 인정하지 않고 합법적 신분을 부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이 아이들의 탈북여성 엄마가 강제 북송되거나 한국으로 탈출하거나 중국내 다른 곳으로 이동할 경우 애들은 엄마없는 아이가 됩니다. 또 중국인 남편들은 대부분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사람들로 이들을 양육하기 어려운 처지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이런 아이들은 방치되거나 사실상의 고아같은 생활을 하게 됩니다.
이들에 대해서는 중국이 인도적 차원을 넘어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 획기적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전:
역시 문제는 탈북난민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경제적인 이주민으로 간주해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중국에 있는데, 중국을 설득하는 데에 문제가 많을 듯합니다. 유엔과 같은 국제사회의 협조를 얻을 수 있겠습니까?
윤:
물론 중국에서 탈북여성과 중국남성과의 사이에 태어난 자녀는 유엔의 인도주의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 당국의 고유한 문제로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입니다. 다만 북한에서 태어났거나, 출생지나 아버지 국적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태어난 아이가 상당수 있는데 이들에 대해서는 중국 당국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긴 어렵습니다. 이들에 대해서는 유엔이나 국제기구가 함께 참여해 중국내 거주에 따른 부담을 공유하고 지원도 나눠야합니다.
전:
다른 문제입니다만, 탈북자 가운데 80퍼센트 가량이 여성이라는데요, 이들이 북한을 탈출한 뒤 한국이나 미국 등에 입국하기 까지 망명 과정에서 일부 탈북 브로커(중개인)들에 의해 당하는 인권침해 문제도 작년 초에 큰 쟁점이 됐습니다. 이른바 인신매매, 성매매, 협박, 과도한 브로커 비용 요구 등의 문제인데요,
작년 1월 서울에서 열린 ‘탈북과정에서의 인권침해 실상과 대책’ 토론회에서 제성호 인권대사는 “악덕 브로커의 범법행위는 엄정히 사법처리해야한다” 면서도 “적은 보수에 위험을 감수하고 탈북과 한국 입국을 돕는 ‘브로커’는 필요악 일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당시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이셨던 윤 교수께서도 ‘브로커들의 순기능을 존중해야 한다’고 하셨는데요, 브로커들의 인권침해 문제를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윤:
북한 주민이 북한 국경을 넘는 순간부터 그 사람은 불법 신분이 됩니다. 중국에서 불법 신분인이 되는 것이고, 한국에 입국하기 전까지는 유엔이나 주재국 정부로부터 난민지위를 부여받지 않는 한 이들에 대한 법적인 보호는 전혀 없는 상태입니다.
그런 조건에서 이들을 제 3국으로 이동시키고 한국으로 입국 시키는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교회 관계되는 분들고 있고 비정부기구 관련자도 있지만 상당 수가 브로커들입니다. 이 과정에서 인신매매, 폭력, 폭행같은 불법행위가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입니다. 물론 이런 불법 행위자는 당연히 처벌받아야 합니다.
단, 염두에 둬야 할 점은 이런 브로커들의 불법 행위에 대한 가장 큰 피해자가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들인데 이들을 상대로 브로커 활용의 필요성에 대해 조사하면 90퍼센트 이상이 브로커는 필요하고 그들은 존재해야한다고 응답합니다. 그들을 통해 가족을 데려올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조사 결과는 한마디로 브로커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브로커의 불법적 행위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이든 시민단체 내부적으로든 당연히 방지, 해결책이 나와야 하지만 이들의 필요성과 순기능 자체를 무시할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전:
천신만고끝에 탈북자들이 한국이나 미국 망명에 성공해 자유는 찾았지만 특히 한국에서 경제적 자립을 하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1년전 북한인권정보센터가 한국 통일부의 의뢰를 받아 조사 작성한 ‘북한이탈주민 경제활동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규직으로 일자리를 갖고 있는 탈북자는 46퍼센트 (절반이 채 못되고), 또 일자리가 있는 탈북자들도 42퍼센트 (거의 절반)가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일용 단순 노무직에 종사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탈북자들의 취업 문제의 핵심은 무엇이고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윤:
저희 정보센터에서는 매년 정기적으로 탈북자들의 경제활동 실태조사를 해서 발표하고 있습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탈북자들이 취업율이 높지 않고, 취업자 중에도 정규직 보다는 비정규직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결과는 당연한 것입니다.
탈북자들은 북한에서 교육을 받고 북한에서 경제적 지위와 재산을 갖고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을 놓고 한국에 입국한 사람들입니다. 한국에서는 아무런 재산도 없고 그들의 지식과 학력은 한국에서는 사용할 수가 없기 때문에 북한과 비교해 대단히 발전된 한국사회에서 이들이 정착 초기에 가질 수 있는 직업은 누가 보더라도 단순 노무직, 비정규직 일 수 밖에는 없습니다.
단기간에 이들이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경제적으로 안정되길 바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결국은 새로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 이주자가 정착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는 점을 전제해야 하고 그 과정이 대단히 험난하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합니다. 다만, 정부와 전문가들은 그 정착 과정을 단축하고 압축할 수 있는 효과적인 교육 프로그램과 진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시행하는데 노력해야 합니다.
현재 탈북자들의 한국사회에서의 취업수준은 높지 않지만 절망적인 수준은 아닙니다. 이들의 조기 사회적응 정착을 돕기위해 정부는 탈북자 정책을 좀 더 합리적으로 펴고 이들을 수용하는 한국의 기업체들은 이들을 포용하는 문화로 바꿔야 합니다. 그러면 탈북자들의 취업율과 정규직 수치도 머지않아 오르게 될 것입니다. 현재의 통계 수치만 가지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해결에 도움이 안됩니다.
한국인들이 미국을 비롯한 외국에 이주해 살아가는 이민생활을 보더라도 학력을 불문하고 한 세대가 지나야 주류사회에 편입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단지 언어가 같다고 해서 북한 사람들이 한국 사회에서 짧은 기간에 경제적인 안정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는 것을 인식해야하고 탈북자들 스스로도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거기에 덧붙여 정부와 민간의 정착 지원이 이뤄져야 함은 물론입니다.
RFA 초대석, 이 시간에는 북한 당국의 조직적인 인권침해 사례를 체계적으로 조사, 분석해 기록으로 남기는 일을 민족적 과제로 삼고 추진하고 있는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윤여상 소장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