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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물을 만나보는 RFA초대석. 진행에 전수일 입니다.
북한의 인권 개선과 민주화를 위해 지난 10년 간 활약해온 공로로 한국의 북한인권단체인 ‘북한민주화네트워크’가 오는 12월 10일 대한민국인권상을 받게됐습니다.
특히 이명박 정부에 대북 인권정책의 방향을 제안하면서 탈북자들의 인권 옹호에 앞장서고 있는 이 단체는 5년전 창간한 ‘데일리 NK’라는 북한전문 인터넷 신문을 통해 한국사회는 물론 국제사회에 북한 인권 실태를 알리고 북한체제의 개방과 민주화에 힘 쓰고 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민주화네트워크’의 유세희 이사장을 전화로 연결해 북한인권, 무엇이 가장 큰 문제이고 어떻게 풀어야 할 지에 대한 견해를 들어봅니다.
전:
북한 주민들에게 인권이란 말은 생소하다고 탈북자들은 말합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도 올 봄 개정된 헌법에 60여년만에 처음으로 인권이란 말을 넣었는데요, 한국이나 국제사회에서 자주 거론되는 이 인권이란 것이 무엇인지 저희 청취자들을 위해 설명해 주시죠.
유세희 이사장:
인간이라는 개체가 가져야 할, 누려야 할 기본 권리가 인권입니다.
자유롭게 자기가 의사를 표시 할 수 있고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는 권리, 결국 언론의 자유겠죠, 그리고 생존을 위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권리가 인권입니다. 국제사회에서 하도 인권문제를 거론하니까 북한이 마지못해 인권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북한이 말하는 인권이란 것은 개체를 무시한 것입니다. 북한의 주장으로는 외부의 침략을 방어할 수 있는 집체적 집단적인 권리가 개인적인 권리보다 앞선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말하는 인권은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져야 할 권리를 지칭하는 것입니다.
전:
대북인권문제 개선을 위해 활동하는 북한민주화네트워크나 그밖의 인권단체들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보는 북한의 인권 문제는 어떤 것입니까?
유:
북한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김일성에서 김정일 그리고 앞으로는 [김정일의 아들에게] 3대까지 통치권을 잇겠다는 세습 움직임이 있는데, 특정인의 독재를 위해 전 주민의 생존과 개인적인 기본적 권리를 무시하고 탄압하는 상황에 우리가 저항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좌익, 우익 이데올로기를 떠나 인권은 인간이 가지는 기본적인 권리이기 때문에 북한의 상황을 남의 일로 외면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핵 문제로 미국에서도 6자회담과 핵 확산문제에만 치중하고 북한 인권에 소홀한 점이 없지 않습니다. 정치적으로 비록 북핵문제가 중요하지만, 북한의 인권문제는 소홀할 수 없는 것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하는 체제일수록 항상 국제 문제를 어렵게 만들고 모험을 강행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북한 인권문제는 개별 국가의 이해를 떠나 핵문제와는 별도로 계속 논의돼야 하며 북한이 인권을 개선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압력을 넣어야 합니다.
전:
1990년대 북한과 핵문제 합의 이후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와 이어지는 행정부에서는 북한 인권이 핵 문제 뒷전에 놓인 것이 사실입니다. 북핵 협상 의제에 북한 인권문제를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 미국 의회 일각과 한국 인권단체들에서도 나오고 있는데요, 얼마나 현실성 있다고 보십니까?
유:
제 생각에는 북핵문제 해결의 일환으로 인권문제를 삽입하면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북핵문제와 북한인권문제를 분리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북핵 문제 못지않게 인권문제는 같은 비중을 갖고 별도로 논의해야 한다고 봅니다. 북핵문제 해결의 조건으로 인권문제를 포함시킬 경우 문제가 복잡하게 될 수 있습니다.
전:
미국의 대북 인권정책에 대해서 언급하셨는데, 그러면 한국 이명박 정부의 대북 인권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 인권정책이 과거 두 정권과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비판도 있는데요.
유:
저는 상당한 변화가 있다고 평가합니다. 새 정권 들어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거론이 과거 정권보다 많은 게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현 정부는 계속해서 유엔에서 북한인권문제 결의안에 참여하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또 겉으론 잘 안나타나지만 과거의 이른바 좌파 두 정권 보다 국내에서 제기되는 대북 인권문제에 대해 새 정부는 상당히 협조적입니다. 하지만 우리 북한인권운동 단체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점에서 불만입니다. 이 점은 앞으로 좀더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전:
북한의 개혁 개방이 인권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중국처럼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도입하고 외국과 인적 문화적 경제적 교류를 하는 개혁 개방은 북한의 인권을 개선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유:
개혁 개방으로 나가면 인권개선에는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체제 특성상 북한은 중국에 비해 정부가 완전통제하는 사회입니다. 길게 보면 개혁 개방이 인권개선에 도움은 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획기적인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북한이 완전히 강압적인 정치로 군대를 내세워 물리적으로 통치하는 국가라는 점입니다. 북한 주민들도 외부 사정을 알고 있습니다. 남한이 잘 산다는 것과 자유롭다는 것, 알고 있지만, 동조하거나 내색하면 국가 폭력에 의해 강제수용소로 가거나 처형 당하기 때문에 드러내지 못하는 것입니다. 결국, 개혁 개방에는 제도적인 것이 뒤 따라줘야 합니다.
김정일 체제에서는 쉽게 개혁 개방으로 가지도 않겠지만 설령 부분적으로 간다고 해도 인권 개선의 획기적인 계기는 될 수 없습니다.
북한의 인권이 개선되려면 지금 강제수용소같은 것은 철폐돼야합니다. 그리고 외부세계에서 북한에 자유롭게 들어가 접촉할 수 있는 길이 마련 돼야합니다. 현재 북한의 개혁 개방이란 것은 국가기관에 의한 경제적으로 극히 제한된 개방에 불과합니다. 인권개선에 도움이 안됩니다.
예를 들어 남한이나 외부에서 지원을 하면 북한은 부분적으로 허용했던 장마당을 오히려 제한하고 폐쇄하는 상황입니다. 경제가 어려워 국민을 먹여 살리기 어려울 때는 각자 알아서 먹고 살라고 허용하던 장마당도 외부의 지원으로 경제 사정이 좀 나아지면 오히려 장마당을 간섭하고 폐쇄하는게 북한의 체제입니다. 북한은 어디까지나 김정일 체제의 유지가 우선이고 그것을 위해 개혁 개방과 모든 걸 희생해 왔습니다. 앞으로도 그런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봅니다.
전:
국민대학교의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는 남한 영화 드라마등 남한 문화와 외부세계 실정을 알리고 대북방송을 강화하는 한편, 개성공단 사업같은 것을 더욱 확장하면 수십 만 되는 북한 주민들이 남한의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사고방식을 간접적으로 전달받고 배우게 돼 북한의 개혁 개방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개성공단같은 경제협력 확대로 남한 자본주의와 시장경제 민주주의의 간접적인 교육효과를 줄 수 있다는 생각, 어떻게 보십니까?
유:
그런 긍정적 측면을 전적으로 무시할 순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남북간 경제교류와 그에 따라 북한 주민들과 북한의 경제 사정이 조금이라도 개선 되는 게 오히려 김정일 체제를 강화하고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측면도 주의해야합니다. 과거 햇볕정책의 논리는 북한을 도와주면 결국 북한이 변할 것이라는 주장인데, 길게 보면 그런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것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북한 체제가 강화되고, 인권이 탄압되고, 더 많은 북한 주민이 죽어가는 것을 볼 때 과연 햇볕정책이 효과적이었느냐? 그렇지 않다는 게 이미 증명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남북간 경제교류도 부분적으로는 남북관계의 개선과 북한 주민들이 시장경제와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을 갖도록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얼마나 효과적일지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오히려 북한 체제의 성격으로 볼 때 햇볕정책보다는 조건을 내세우고 북한 스스로 변화되는 성과에 따라 지원을 했더라면 오늘날 같은 이상한 괴물국가가 돼 주민들의 희생이 커지는 것은 피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전:
결국, 개성공단 사업과 같은 경제교류 협력에 의해 북한에 들어가는 외화 달러가 북한체제를 더 뒷받침해 줄 수 있다는 말씀이네요?
유:
그렇습니다. 경제교류에 다소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제 생각엔 득보다는 실이 큽니다.
전:
지금 경제 교류와 북한 지원문제에 대해 언급하셨는데, 어떤 인권단체는 생존을 위한 먹을 권리, 즉 식량권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인권이라는 점에서 대북식량지원을 접근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유:
저도 인도적 지원은 해야된다고 생각합니다. 당장에 동족이 굶어 죽고 또 아파도 치료를 못 받아 죽고 있는데 우리의 의료 지원은 당연히 필요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보내는 쌀이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막는 장치와 함께 지원이 돼야합니다. 우리가 파악한 바로는 북한 지역에 따라 평양처럼 충성 계층이 많은 지역이 있는가 하면 함경도쪽은 원래부터 적대계층이 많다고 해서 경제사정이 어려워도 북한 정권이 신경을 안 쓰는 지역이 있습니다. 우리가 도와주는 쌀은 이 동쪽으로 많이 가야합니다.
하지만 북한당국은 지원되는 쌀을 군부에 우선적으로 보내지고, 남는 것은 평양 중심의 충성계층에게 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용되는 것을 막는 조건이 식량 지원에 따라야한다는 말입니다.
맹목적으로 북한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은 단순한 논리보다는 이 같은 조건을 붙여 진짜 박해받고 굶어죽는 북한 주민들에게 쌀이 가도록 해야한다고 봅니다.
전:
남북간 인도적 문제로는 식량지원 이외에도 중국내 탈북자들의 북송문제와, 국군포로 납북자 송환문제도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하는데, 우선 중국의 탈북자들의 강제 북송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유:
북한에서 탈북자에 대한 가혹한 처벌을 막을 우리들의 방법은 극히 제한돼 있습니다. 국제여론에 호소하는 방법은 있지만, 물리적으로 북의 탈북자 처벌을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 처사에 대해서도 중국 내정을 간섭한다는 주장 때문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인권을 사랑하는 국가들이 중국에 이 문제를 계속 제기해야한다고 봅니다. 유엔에서도 제기해야 합니다. 한국 단독으로 중국에 압박을 가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한국의 국력이나 한중 경제관계 등을 감안할 때 한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중국에 대해 탈북자 송환을 못하게 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지만 대화 계제가 있을 때마다 비공식 채널을 통하거나 공식적 만남에서도 비공개적으로 이 문제를 중국정부에 얘기해야 합니다. 여하튼 국조공조가 매우 중요합니다.
전:
유 이사장께서는 특히 국군포로와 납북자는 한 사람도 남김없이 다 데려와야한다고 강조하셨는데요.
유:
그 문제는 일본이나 미국이 하는 것을 보십시오. 미국은 전사자들이 유골을 찾아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가란 것은 국민의 안위를 생각해야 하는 것입니다. 전사자 문제, 외부에 납치된 국민을 송환시키는 문제, 안보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해 주는 노력을 보여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과거 두 정권하에서는 북한의 비위를 거슬리는 일을 못했습니다. 북한은 ‘납북자 없다. 국군포로 없다. 모두 제발로 걸어들어 왔다’ 며 강제로 붙잡아 둔 사람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결국은 정부가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이 점을 우리는 정부에 계속 주장할 것입니다.
전:
이 문제와 관련해 과거 독일이 통일되기 전에 서독이 동독 정치범들을 돈을 주고 빼온 것 처럼 한국도 북한에 돈이나 물건을 줘서라도 국군포로 납북자를 데려와야 한다는 주장이 한국 일부 보수 언론에서도 나오고 있는데요.
유:
그런 노력도 검토 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잘못하면 모든 걸 돈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전례를 남기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습니다. 물론 북한 체제의 성격상 윤리성에 호소해서만은 안된다는 점에서 그런 노력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전:
한국에서 북한인권법이 아직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유 이사장께서도 북한인권정책을 위해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북한인권법에 실릴 내용은 어떤 것이어야 되고, 또 인권법 통과가 어려운 이유는 무엇입니까?
유:
우선, 잘 안되는 이유로는 북한 인권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인식이 부족합니다.
특히 현실적으로 북한 인권문제로 불편을 느낀다면 당연히 관심을 갖겠지만.
북한인권은 많은 남한 사람들에게 강 건너 불입니다. 그러다보니 절실성이 없습니다.
거기다, 북한을 어떻게 다룰것이냐에 대해 국민들 사이에 의견통합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흔히 남남갈등 이념갈등 등으로 지적되고 있는 문제입니다.
북한 인권문제는 남한이 거론하면 안된다는 좌파적 인식도 많습니다.
이런 것이 겹쳐져 북한인권법안 통과가 지지부진합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북한 주민이 가져야 할 인권에 대해 규정이 돼야 하고 거기에 대해 북한 체제에 요구할 사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북한 주민들의 기본권을 위해 남한이 지원할 부분도 임의적 상황에 따라 하기보다는 특정 조건을 달아 명시돼야합니다. 북한인권에 대해 남한만이 할 수 있는 제도적인 조치가 바로 북한인권법에 실려야 합니다.
전:
북한민주화네트워트가 창립 10년후 대한민국 인권상을 받게된 현재까지 북한 인권개선에 기여한 점은 어떤 것입니까?
유:
저희 나름대로 여러가지 활동을 해왔습니다. 예컨대, 북한 인권상황에 대해 남한 국민에게 알려 북한 인권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했고, 또 북한 인권문제를 계속 정부에 제기해 정부가 조치를 취하는데 일조했습니다. 최근에는 2천5년 북한인권국제대회를 서울에서 치렀고, 2천8년 작년에도 북한인권 국민운동을 벌여 북한 인권에 무관심했던 국제사회와 한국사회에 인권 의식을 높였습니다. 또 북한관련 인터넷 신문으로 잘 알려진 데일리 NK를 통해, 창립 5년정도 됩니다만, 계속 영문 중문 일문과 함께 운영 중에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북한 사정 알기위해 데일리 엔케이를 활용하고 있고 등록회원으로 참여해 구독도 하고 있습니다.
그외 대학생들의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기 위해 대학생 아카데미도 열고 있고, 또 전문가들이 참가하는 북한 인권 학술회의도 개최하고, 북한개방전력포럼이라는 토론회를 마련해 광범위한 대북 정책에 관한 토론을 이끌고 있습니다.
홍보지로 격월간지인 ‘엔케이 비전’ 도 출간해 국내외적으로 북한 인권문제를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저희는 국제적인 연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세계 각처에 있는 북한인권 관련 단체와 네트워크 통해 공동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 인권과 관련한 우리 국내 단체들 간의 유대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활동이 인정돼 이번에 인권상을 받게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하지만 답답한 것은 아직 북한의 인권 개선은 우리가 바라는만큼 진전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멀리 보면서 장기적인 개선 노력을 하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
RFA 초대석, 이 시간에는 북한의 인권 개선과 민주화를 위해 지난 10년 간 활약해온 공로로 대한민국인권상을 받게된 북한 인권단체 ‘북한민주화네트워크’의 유세희 이사장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