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북한연구센터 안찬일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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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물을 만나보는 RFA초대석,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 인민군 부소대장에서 남한의 정치학 박사로 거듭난 탈북자 안찬일 씨. 1979년 비무장지대를 넘어 남쪽으로 망명한 그는 탈북자 최초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북한에 크고 작은 일이 터질 때 마다 한국의 방송과 신문에서 가장 많이 찾는 북한문제 전문가 중의 한 사람이 됐습니다.

현재 세계북한연구센터를 이끌면서 남북문제에 대한 연구와 강의로 분주한 안찬일 박사는 지난해 장성택 처형등 굵직한 사변이 많았던 북한과의 관계에 대해 한국이 보다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대북정책을 주도해 통일을 촉진할 때가 왔다고 말합니다.

이런 주장은 마침 박근혜 대통령이 새해 기자회견에서 밝힌 통일지향적인 대북정책, 이른바 통일 대박론과 맞물리면서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RFA 초대석, 오늘은 안찬일 박사를 모시고 통일문제와 남북 주요 현안에 대한 얘기를 들어봅니다.

전수일: 최근 주요신문에 통일에 관한 논평을 기고하셨습니다. 이 논평에서 4년 남은 박근혜 정부가 이 기간 동안 통일의 문을 열지 못하면 남북통일은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고 하셨는데요.

안찬일 소장: 그건 현재 남북관계의 균형이 북한은 바닥이고 우리는 정상인데 이게 역전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만일 북한이 개발독재로 산업역량을 키우고 북한 경제가 대륙과 연결되는 반면에 우리는 차단되는 환경이 오면 박근혜 정부 기간 내에 우리가 통일의 주도권을 장악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오히려 북한에 그 주도권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견지에서 주장한 것입니다.

전: 북한 인권문제와 관련해 최근 전 세계에 큰 뉴스가 됐던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청문회가 있었습니다.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한국과 일본을 시작으로 영국 미국 타이 등에서 탈북자들의 증언을 중심으로 열렸는데요, 이것은 작년에 본격적으로 국제사회가 북한인권에 대해 공식적인 조사를 시작했다는 얘기입니다. 이와 관련해 앞으로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에 대한 압박이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안: 지난 8월 COI,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한국에 왔을 때 저희도 위원회에 협력하고 조사와 청문회에 응했습니다. 위원회의 조사 결과 자료가 앞으로 북한에 어떤 방식의 압력으로 나타날 것인지가 가장 관건적 문제라고 봅니다. 조사위원 대부분이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와 고문 학살 사형 등의 인권유린행위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이것이 유엔안보리에 상정돼 동의를 얻으면 북한에 대한 압박으로 연결될 것입니다. 여하튼 올해는 그 어느때보다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강화될 것이며 그리고 인권문제에 대한 압박은 국제사회의 압박이 가장 효력이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기대가 됩니다.

전: 장성택 처형에 따르는 북한의 지도부와 지도체제의 불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안: 장성택의 처형은 작게 봐서 정변이랄 수 있습니다. 수령제 사회주의에서 유일영도체계에 대한 최초의 다원주의적 도전으로서 정변으로 규정지을만합니다. 장성택은 개혁과 개방이라는 북한 주민 다수가 원하는 정책을 펴다가 처형됐고 김정은 체제는 군부 강경파에 의지해 당분간 선군으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일 것같습니다. 그 와중에 자중지란이 일어난다든지 또 다시 총대와 유일영도체계가 충돌하는 등 제2의 충돌이 앞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전: 개성공단 문제를 보겠습니다. 지난 4월 중단돼 5개월만에 재개됐지만 3통문제 즉 통관 통신 통행 문제와 외국의 기업을 유치하는 문제가 아직 구체화 되지 않고 사실상 발전적 정상화라는 한국정부의 추진정책이 추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새해 어떻게 될 것으로 보십니까?

안: 개성공단 문제는 사실 시범적으로 마련된 통일의 실험실인데 남과 북 서로가 이걸 하나의 레버리지 혹은 볼모로 활용하면서 파행이 거듭돼 왔습니다. 그러나 본질적 문제는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로 유발된 5.24조치로 발이 묶여 있다는 것입니다. 하루빨리 남북관계가 개선돼 이 조치가 해제되어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남북정상회담이라는 파격적인 방식이 아니고는 5.24 제재조치가 풀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북한은 중국과의 정상회담 다음으로 남북정상회담을 계산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만일 김정은 체제가 파격적으로 남북정상회담에 응하면 개성공단문제는 물론 나아가서 금강산관광 재개 등 남북관계가 단계적으로 발전해 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전: 북핵문제와 관련해서는 여러 전문가들은 현재 관련국가들 간의 관계로 볼 때 별다른 진전이 없을 것 같다고 합니다. 안 박사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안: 북핵문제에 대한 가장 강력한 압박은 사실상 미국보다는 중국을 통해서 더 나타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물론 중국의 압박은 완전히 북한의 목을 조르는 식은 아니고 그냥 느슨하게 이뤄지고 있어서 북한으로서는 그 압박에 불응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6자회담이 설사 열린다 해도 그건 북한이 시간을 벌기 위한 것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이 합의하에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결단성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새해 김정은의 베이징 방문이 수용되지 않아 불발되거나 할 경우 북한의 4차 핵실험도 예측된다는 점에서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는 별로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전: 중국과의 관계에서 매개체 역할을 했고 친중국 인사로 알려졌던 장성택의 처형으로 앞으로 조-중 관계가 더 소원해지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안: 최근, 일본언론에서도 보도된 바와 같이 장성택의 처형을 계기로 북한이 중국을 상당히 경계하고 중국을 원수로 생각하라는 지침도 하달됐다고 합니다. 북한은 자신들의 경제 몰락 과정에 중국으로부터 많은 모욕과 예속과 굴종을 강요받고 있는 처지에서 중국에 대한 감정이 대단히 좋지 않은 건 이미 우리가 잘 아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중국의 시진핑 정부는 북한의 레짐체인지, 즉 평양의 김정은 체제를 바꾸고 그 대안 세력을 등장시킨다는 발언도 서슴지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북한의 비핵화문제와 경제문제에서 북한과 중국 간의 관계가 그렇게 낙관적이지는 않다고 볼 수있습니다.

전: 박근혜 정부가 지향해야할 대북정책은 어떠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안: 대북정책은 현실에 안주하거나 전략적 인내라는 틀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좀 더 혁신적이고 공격적인 대북정책, 북한에 대해 물리적인 공격이 아니라 경제 문제나 이산가족 문제 등을 푸는데 있어서 보다 파격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국력은 북한보다 30배나 앞서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뭔가 공격적인 통일정책을 취하지 않으면 남북관계는 현상유지정책으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가 진정으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실천하려면 보다 과감하고 적극적인 대북정책을 펴 나가는 것이 앞으로 한반도의 통일을 촉진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RFA 초대석, 이 시간에는 탈북자 최초로 한국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남북문제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는 세계북한연구센터의 안찬일 소장을 모시고 통일문제와 남북 주요 현안에 대한 얘기를 들어 봤습니다. 저는 전수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