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돕기 나선 ‘로린 마젤’의 아들

오슨 마젤, 로린 마젤과 탈북피아니스트 김철웅 씨 (사진 왼쪽부터)
오슨 마젤, 로린 마젤과 탈북피아니스트 김철웅 씨 (사진 왼쪽부터) (RFA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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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물을 만나보는 RFA초대석, 진행에 전수일 입니다. 2월 26일은 미국의 세계적인 지휘자 로린 마젤 (Lorin Maazel)이 이끈 뉴욕 필하모닉 (New York Philharmonic)교향악단이 역사적인 평양 공연을 한 지 꼭 7년이 되는 날입니다. 마젤 씨가 작년 7월, 84세로 타계한 지 불과 몇 달 만에 그의 아내와 아들은 마젤 씨를 기리는 자선사업 계획을 세우고 미국 내 탈북자단체에 첫 기부금을 보냈습니다. 평소 북한주민과 탈북자들의 어려움을 안타까워하고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힘이 되기를 바랐던 이 거장의 유지가 유가족에 의해 이뤄지게 된 것입니다.

오늘 초대석에서는 로린 마젤씨의 아들 오슨 마젤 (Orson Maazel)씨를 모시고 이 자선사업에 관한 얘기와 그의 아버지에 대한 회고를 들어 봅니다.

전수일: Your father, Mr. Lorin Maazel, passed away last summer before he begins to work with you on his charity project he was thinking of for some time…

아버지 로린 마젤씨가 작년 7월 돌아가신 지 두 달 만에 오슨씨는 어머니와 함께 자선사업 대상 7단체를 정해 매년 8천달러의 헌금을 지원하기로 하셨고 그 첫번째 지원 대상 단체로 탈북자 단체인 NKinUSA 그러니까 '재미탈북민연대'를 선정하셨습니다. 어떤 이유에서 재미탈북민연대를 그 첫 수혜 단체로 정하셨습니까?

Orson Maazel (오슨 마젤): We really wanted to support North Korean refugees…

어머니와 저는 진정으로 탈북자들을 돕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재미탈북민연대의 조진혜 대표와는 인연이 있습니다.

저희 아버지께서 운영하셨던 캐슬턴 음악 축제 행사 때 조진혜 대표의 어머니 한성화씨와 동생 그레이스 조씨가 참여해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증언해 주셨습니다. 또한 탈북자 피아니스트인 김철웅씨도 재미탈북민연대의 소개로 저희 음악 축제에 와서 피아노를 연주했었습니다. 그리고 그때쯤 저는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을 돕기 위해 재미탈북민연대에 헌금 기부도 했었습니다.

여러 가지로 미뤄볼 때 재미탈북민연대가 탈북자들을 구출하고 돕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이 단체를 통해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앨라바마 주에 거주하는 한 탈북 남성이 치료문제로 곤란에 빠졌다는 것을 알고 그를 돕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 단체를 첫 수혜자로 결정했고 어머니께서도 저의 이런 생각에 동의하셨습니다.

전: 재미탈북연대 기부금 지원과 관련해 이 단체에 보낸 이메일 서신에서 헌금은 미국에 있는 탈북자들이 정착하는 데에만 사용하고 싶다는 뜻을 분명히 하셨던 데요, 특히 대북풍선 날리기와 북한주민과 탈북자 구출지원 자금으로 사용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어떤 이유에선 가요?

Orson Maazel: Actually, I would like to support the balloon launches in the future in other charities, but….

오슨 마젤 씨와 자선사업을 공동운영하는 그의 어머니 디틀린더 마젤이 김철웅 씨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RFA PHOTO
오슨 마젤 씨와 자선사업을 공동운영하는 그의 어머니 디틀린더 마젤이 김철웅 씨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RFA PHOTO

저는 물론 대북 풍선 날리기는 북한 내부에 외부 정보를 전달해 결국 북한 정권이 무너지는데 일조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라도 별도로 지원을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이 대북 풍선으로 날린 삐라를 줍다가 당국에 잡히면 고문 등의 처벌을 받는다는 것을 들어 알고 있기 때문에, 저희 기부금이 그 일에 사용되는 것을 원치 않는 것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저희가 이 헌금을 대북풍선 날리기에 지원한다고 해도 이 적은 헌금 규모로는 별다른 도움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전: 또 북한주민이나 탈북자 구출 지원 자금에도 사용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명시한 이유는 무엇인지요?

Orson Maazel: I did support, and I donated to NK USA to rescue North Korean refugees in China…

저는 원칙적으로 중국 내 탈북자들과 배고파 탈출하는 북한 주민을 구출하는 사업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12년에 저는 중국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탈북자들의 병원비에 보태도록 헌금을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당시에 저는 그분들을 돕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분들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만일 그들이 중국 공안에 잡힌다면 북한으로 강제 송환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분들을 구출하려는 노력이 오히려 그분들을 더 큰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습니다. 구출이 실패할 경우의 그 후과가 정말 우려되고 걱정이 된다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북한주민들이 먹고 사는데 도움이 되도록 밀수꾼을 통해서라도 돈을 은밀히 전달하는 방법이 차라리 나을 수도 있지 않겠냐는 생각도 해봅니다. 하지만 저는 북한주민 구출사업에는 전문적인 지식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는 좀 더 많이 연구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전: 아버지 로린 마젤 씨가 생전에 중국 내 탈북자들의 상황을 알고 계셨습니까? 또 오슨 씨가 탈북자 단체에 헌금한 것을 알고 계셨는지요?

Orson Maazel: Yes, he did…

네. 아버지는 탈북자들의 어려운 상황을 알고 계셨고 또 제가 탈북자지원단체에 헌금한 것도 알고 계셨습니다.

전: 재미탈북민연대에 첫 기부금은 언제 보내셨고 또 어느 곳에 사용될 것인지 아시는 지요?

Orson Maazel: Yes. That was in November…

네. 저희 기부금은 작년 11월에 보냈습니다. 그리고 어디에 사용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재미탈북민연대의 토마스 바커 이사로부터 편지를 받았습니다.

우선 메릴랜드에 거주하는 한 탈북자 부부의 두 자녀 교육비용에 사용됩니다. 또 그들이 사는 지역에는 대중교통이 없어서 그분들이 승용차 구입하는 데에도 지원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앞서 언급한 앨라바마 주에 거주하는 한 탈북자가 강도에 피습당해 많이 다쳤었는데 그분이 의료비를 다 물지 못해 아직 빚을 지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걸 갚는 데에도 쓰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 탈북자는 또 냉동기 수리 기사가 되고 싶다고 하는데, 그 교육비용에도 사용될 것이라고 합니다.

또 미국 서부 로스엔젤레스에 사는 탈북자 한 분은 몸이 갑자기 아파서 하던 일을 중단했다는데 소득이 없어 아파트 월세를 못 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분한테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하더군요.

전: Your father is a well renowned maestro in the world, but he became well known in the Korean peninsula especially after his landmark visit leading the NY Philharmonic orchestra to Pyongyang in Feb. 2008, 7 years ago…

아버지 로린 마젤씨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교향악단 지휘자입니다. 하지만 한반도에서 그의 명성이 더욱 알려지게 된 것은 아무래도 2008년 2월, 그러니까 7년 전에 북한의 초청을 받아 뉴욕 필하모닉 교향악단을 이끌고 평양에 가서 공연한 것이 큰 주목을 받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버지께서 생전에 평양 공연에 얽힌 얘기를 해 주신 적이 있는지요? 그리고 북한의 평양공연 초청에 응하신 이유도 궁금합니다.

Orson Maazel: Yes, he did. He decided to accept their invitation for two reasons…

네. 아버지께서는 저에게 평양 공연에 관한 얘기를 해 주셨습니다.

무엇보다도 아버지께서 북한의 초청에 응하신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우선은 북한 사람들이 당국의 세뇌교육에 따라 미국을 적대시 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미국이나 미국인이 나쁘지 않다는 걸 알리고 싶으셨습니다.

아름다운 선율을 통해 북한 사람들의 미국 적대감을 풀어주고 싶으셨던 것이죠. 그래서 아버지께서는 공연 작품 선곡에도 신경을 쓰셨습니다. 미국인 작곡가 조지 거슈인의 '파리의 미국인'을 연주하시고 한민족의 전통음악인 아리랑도 선보이셨던 것입니다.

나중에 뉴욕 필하모닉 교향악단의 한 이사로부터 제가 들은 얘긴데요, 아리랑을 연주할 때에 관중석에서 눈물을 훔치는 관객도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만큼 감동을 주는 공연이었다는 말이죠. 아시다시피 당시 공연은 북한 전국 텔레비전을 통해 방송됐습니다.

또 다른 이유로 아버지께서는 북한이 핵 야망을 포기하길 바라셨습니다. 오케스트라 공연 한번으로 그런 희망이 실현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아버지는 이런 음악공연이 민간 외교사절의 훌륭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 밖에도 평양공연 뒷얘기를 들려주셨는데요, '크리스챤 아만포'나 '찰리 로즈' 같은 유명 언론인과의 회견에서도 밝히셨던 것입니다. 평양 방문 당시에 선전포스터를 보셨다는데 미군이 무참하게 공격 당하는 포스터였다고 합니다. 미군에 대한 증오를 부추기는 그런 선동 포스터였다고 합니다. 또 아버지가 머무는 방에는 감시 카메라도 있었다고 합니다.

북한 음악예술인들에 대한 얘기도 해 주셨습니다. 북한 연주자들을 상대로 지휘를 해 보셨는데 그분들의 음악적 기량이 아주 뛰어났다고 말씀하시더군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이 많이 위축돼 보이고 음악적 자유를 표현하지 못 하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하셨습니다. 아버지는 조지 오웰의 '1984년' 소설을 오페라로 작곡하셨습니다. 그 작품에서 아버지는 극단적 전체주의 하에 억압받는 사람들의 심정을 나타냈죠. 아버지는 북한 청취자들이 미국과 미국인에 대한 부정적인 관념을 바꾸고 증오심을 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공연에 임하셨습니다.

전: 재미탈북민연대에 첫 번째로 기부하셨는데, 앞으로 어떤 다른 단체들이 기부금을 받게 되는지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Orson Maazel: On our list we had another charity that also helps people in North Korea…

어머니와 제가 준비한 기부금 수혜 대상 단체에 또 다른 북한주민 지원 단체도 있습니다. INSIDE NK (인사이드 엔케이)라는 단체인데요 제가 마침 그 단체 이사의 한 명입니다. 이 단체는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한 세계인들의 인식을 높이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 단체에도 헌금을 하고 싶습니다.

다른 단체로는 '국경없는 의사회, '대량학살.반대.투자자.연대', '세계식량계획' 등이 포함됐습니다. 유엔의 세계식량계획과는 아버지가 생전에 그곳 간부와 만나 헌금하고 싶다는 뜻을 전하셨었죠.

전: 만약에 아버님께서 살아 계시다면 지금 오슨씨와 어머니가 진행하고 있는 자선사업에 대해 뭐라고 말씀 하실 것 같습니까?

Orson Maazel: On his birthday, before he passed away, he wrote a document which he and I both signed…

아버님이 세상을 떠나시기 전, 아버지 생일날,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기부사업을 하자고 저와 함께 다짐하시고 그걸 서류로 만들어 서명하셨습니다. 아버지께서는 그만큼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어하셨죠. 지금 저희의 자선사업 진행을 보시면 감동하시고 자랑스러워 하셨을 겁니다. 비록 아버님께서는 생전에 여러 공연 때문에 바쁘셔서 평소 생각하시던 자선사업이 시작되기도 전에 돌아가셨지만 그 사업이 지금 이렇게 실현되고 있는 것을 보신다면 정말 행복해 하실 겁니다.

RFA 초대석, 이 시간에는 7년전 역사적인 평양공연을 했던 뉴욕 필하모닉 교향악단 지휘자 고 '로린 마젤' 씨의 아들 '오슨 마젤' (Orson Maazel)씨를 모시고 최근 시작한 탈북자단체 등에 대한 자선사업에 관한 얘기와 그의 아버지에 대한 회고를 들어봤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