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을 만나보는 RFA초대석, 진행에 전수일 입니다.
2000년 봄 북한 요덕정치범수용소에 수감돼 3년 간 굶주림과 고문과 강제노역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정광일씨가 지난 달 2월 17일 유엔북한인권조사 위원회의 보고서 발표 1주년을 기념해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북한인권 대토론회에 나와 자신이 겪은 인권유린과 수용소 내 수감자들의 참상을 자세히 증언했습니다.
정치범수용소 수감자 탈북자들과 수용소 피해자 가족들을 대표하는 '북한정치범수용소 피해자 가족협회'를 이끌고 있는 정광일 씨는 북한이 최근 수용소의 존재를 부인하면서 유엔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와 유엔북한인권결의안을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대해 자신을 비롯한 일단의 정치범수용소피해자협회 회원들은 유엔 인권위원회에 앞에서 북한측의 검증을 받을 용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오늘 초대석에서는 '북한정치범수용소피해자가족협회'의 정광일 대표를 모시고 북한인권 대토론회 증언과 수용소 피해자 가족협회의 활동에 관한 얘기를 들어 봅니다.
전수일: 워싱턴의 북한인권 대토론회에 참석해 증언하셨는데요, 그 증언 내용은 저희 회견을 잠시 진행한 뒤에 청취자들에게 들려주기로 하죠. 우선 증언 내용이 어떤 것이었는지 소개해 주십시오.
정광일 대표: 북한의 요덕정치범수용소에서 겪었던 상황을 증언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북한이 신동혁씨의 증언 번복을 들어 유엔북한인권조사위원회 COI 보고서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데 대해 제가 직접 유엔에서 북한관리의 검증을 받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전: 그러니까 북한이 신동혁 사건 이후 탈북자들의 증언이 거짓말이라고 주장한데 대해 정 대표께서는 북한이 검증을 원하면 답변할 용의가 있다는 말씀이었군요.
정: 그렇습니다.
전: 그럼 여기서 대토론회에서 하신 증언을 들어보기로 하죠.
정: 저는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에 잡혀 별의 별 고문을 다 받았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손을 뒤로 묶어 앉지도 서지도 못하게 하는 고문이었습니다. 일명 비둘기 고문이라고 하는데요, 일주일씩 매달아 놓아 방치했습니다. 대소변도 바지 입은 채 보았고 살아 있다는 게 고통이었습니다. 그러다 10개월 계속해 고문을 받고는 더 버티기를 포기했습니다. 보위부가 요구하는 대로 남한 간첩혐의를 인정했습니다. 거짓 자백한 것이죠. 자백을 한 뒤에 어디론가 끌려갔습니다. 그곳이 바로 15호 요덕정치범 수용소였습니다. 거기에는 수많은 사람이 잡혀와 있었습니다. 나는 중국에서 한국 기업인들을 만났으니 북한당국으로서는 그나마 범죄로 몰 수도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말도 안 되는 죄로 잡혀온 사람들이 엄청 많았습니다. 당시 식량부족으로 고난의 행군을 겪으며 제도를 비난해 잡혀 들어왔다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소위 '말반동'한 사람들 이었습니다. 수용소 상황은 인간으로서 눈뜨고 볼 수 없는 참상이었습니다. 대체로 일반 범죄자보다 나는 유치장 심문과정 10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을 받은 셈이었습니다. 3년 동안 받은 사람도 있었는데 반은 죽어서 실려왔습니다. 양강도 보위부장은 수용소에 들어와 1주일만에 죽었습니다. 아주 가혹했습니다. 수용소 안의 인권유린은 엄청났습니다. 여름에는 대체로 옥수수농사 노역에 동원되는데 하루 과제를 수행하면 밥을 주고 수행하지 못하면 밥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영양실조에 걸려 죽었습니다. 짐승과 같은 대우를 받았습니다. 옥수수 심을 때 수감자들이 너무 배고파 종자 씨앗을 훔쳐 먹었다고 인분에 씨앗을 버무려 나누어 줬습니다. 인분에 버무린 옥수수를 골라 물에 씻어 먹은 수감자들은 모두 죽었습니다. 설사를 하고 피를 토하고 대부분이 죽었습니다.
전: 네, 지금까지 토론회 증언의 일부 내용을 들어봤습니다만. 이번 워싱턴에 오신 목적이 북한인권토론회 말고도 다른 일정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정: 요덕수용소 지역의 일부 변화한 사실을 모 기관에 가서 확인해 줬습니다. 제가 있던 혁명화 구역의 수용시설과 숙소들이 헐리고 제거됐는데 그걸 위성자료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전: 북한정치범수용소피해자가족협회 회원들은 모두 수용소 수감자 출신인가요 아니면 가족들도 포함돼 있는가요?
정: 피해자뿐만 아니라 가족도 있습니다. 저희 협회 회원들은 요덕수용소 출신이 대부분입니다. 다른 수용소 출신의 탈북자는 나온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 입니다. 한국에는 피해자 가족들이 많습니다. 북한 주민이 남한행을 하다 잡히면 조국 반역죄로 수감이 되는데 그런 사람들의 가족 친척 형제들이 남한에 많이 있습니다. 2013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에서도 밝혔고 유엔에 강제구금피해자 생사확인 청원서도 냈습니다. 현재 남한에 그 가족들이 2- 3백명 정도입니다. 저희 북한정치범수용소 피해자가족협회의 공식명칭은 노체인(No Chain)이라고 합니다. 북한이 신동혁 씨 사건을 계기로 정치범수용소 피해자들의 증언을 검증하겠다고 하는데 저희 회원들 중에 여섯 명이 직접 검증 받을 용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유엔에서 증언 나오라고 하면 거기에 나가 북한 유엔대표부 관리들 앞에서 가족들이 수감된 상황을 증언하고 고발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전: 이 여섯 명은 요덕수용소 수감자였던 분들입니까 아니면 가족들입니까?
정: 수용소 수감자 출신은 세 명입니다. 나머지 분들 중에는 중국에서 기독교를 접했다고 북한 보위부에 체포돼 아들이 16호 수용소에 있는 분이 있고 또 한 분은 여성인데 오빠가 김일성 사망시에 밀수를 했다고 해서 조국반역죄로 잡혀 차에 매달아 사람들 앞에 끌고 다니고 그후 수용소에 수감됐다고 합니다. 또 한 명은 온 가족이 먹고 살기 위해 탈북을 했는데 함께 왔던 사람을 소개한 것이 인신매매죄로 몰려 공개처형을 당한 사람의 가족입니다. 그래서 모두 현재 여섯 명이 유엔 청문회 검증에 나서겠다고 등록한 사람들입니다. 저희는 계속해서 유엔 청문회에서 북한당국의 검증에 나서겠다는 수용소 출신과 가족 탈북자들의 등록을 받고 있습니다.
전: 현재 북한정치범수용소피해자가족협회 회원은 모두 몇 명이나 됩니까?
정: 가족까지 합쳐서 전부 250명정도 됩니다.
전: 북한에서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됐는지를 모르는 탈북자도 있을 터이니 실제 수용소 피해자 가족은 그 보다 더 많을 수도 있겠네요?
정: 그렇습니다. 몇 천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제는 저희도 수감자나 피해자 조사 사업을 과거처럼 대략적으로 하지 않고 구체적 상황을 확인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남한 내 탈북자들의 증언을 자세히 검증하겠다고 하니 구체적으로 조사사업을 하면서 대처하는 것입니다. 현재 피해자가족협회 회원이 250명 정도이지만 남한 내 탈북자 수가 2만7천명을 넘으니까 아마도 5-6천명 정도는 피해 가족이 있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전: 정광일 대표께서는 유엔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1년 간 보고서를 위해 청문회와 자료조사를 할 때 실제 증언하셨었나요?
정: 네. 했습니다. 조사위원회 증언도 했고 북한 정치범수용소 수감자 명단을 제출했습니다. 유엔 강제구금 피해자들의 청원서 작성도 했고 유엔북한인권조사위원회 청문회 때 피해자 가족들을 모시고 가서 청문회에 참석 증언을 하도록 했고 기본적인 COI의 조사 사업에도 동참했었습니다.
RFA 초대석, 이 시간에는 북한의 정치범수용소 수감자와 그 가족들을 대표하는 한국 내 탈북자 단체 '북한정치범수용소피해자가족협회'의 정광일 대표를 모시고 최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북한인권 대토론회 증언과 수용소 피해자 가족협회 활동에 관한 얘기를 들어 봤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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