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을 만나보는 RFA초대석,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탈북청소년학생들로 조직된 와글와글합창단이 최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3월 초 서울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컨퍼건스 (Asian Leadership Conference)의 연례행사에서 벌인 그들의 공연이 행사에 참가한 국제사회의 정치적인 지도자들로부터 열광적인 갈채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미국 오스트랄리아 구동독 등 세계의 전, 현직 지도자들과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참가한 이번 행사의 주제가 마침 남북 분단 66년에 즈음한 한반도 통일전망이어서 미래 통일한반도의 주역으로 기대되는 탈북청소년들의 합창단 공연은
더욱 의미가 있었다고 합창단 설립자 천기원 목사는 말합니다.
탈북자 구출과 정착을 지원하고 기독교를 선교하는 단체 '두리하나선교회'를 이끌고 있는 천기원 목사가 지난해 여름 시작한 와글와글합창단은 6년 전에 개교한 두리하나 국제학교의 학생들로 구성됐는데요, 오늘 초대석에서는 불과 7개월여만에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
이 합창단의 활약에 대해 천기원 목사를 모시고 얘기를 들어 봅니다.
//와글와글합창단의 컨퍼런스 공연 사운드- Your raise me up/ Oh happy day//
전수일: 아시안리더십컨퍼런스에서 와글와글합창단이 공연했는데요, 한국 노래 말고도 외국노래를
2곡 불렀습니다. 저도 웹사이트를 통해 직접 들어봤습니다만 청중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천기원 목사: 대부분 한국말로 합창할 줄 알았지만 저희 합창단이 영어 노래를 불러 많이들 놀랐습니다. 컨퍼런스 참석자들이 영어권이고 또 회의도 모두 영어로 진행되어서 저희도 영어 노래를 부르게 됐습니다. 북한에서 온 청소년들은 영어를 북한에서 안 배웠기 때문에 한국에 오면 제일 어려워하는 과목입니다. 하지만 저희 학교명이 두리하나 국제학교인 것처럼 수업의 절반정도는 영어로 가르칩니다. 물론 학생들이 영어를 습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발음이 좋습니다. 다행히 미국에서 온 봉사자와 이곳 봉사자 분들의 집중적인 교육으로 영어를 잘 배우고 있습니다. 영어 노래를 듣고 관중 모두 좋아하고 놀랐습니다. 저희 학교에는 미국에서 오셔서 봉사하는 분이 많이 있습니다. 도 선생님들 중에는 미국에서 공부한 분도 많습니다. 국제학교를 시작하면서 우리 졸업생들은 통일한국의 리더, 지도자가 될 인재들의 양성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통일한국이 되면 전 세계에 뻗어나가 한국의 위상을 높일 인물이 되도록 영어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온 사람들 대부분은 김일성 주체사상에 세뇌돼 있기 때문에 세계의 역사를 잘 모릅니다. 그걸 가르치기 위해서도 영어에 많이 치중하고 있습니다.
전: 그래서인지 영어노래도 아주 매끄럽게 하더군요. 와글와글합창단 공연을 보니 열 명은 넘는 것 같던데 모두 몇 명이나 됩니까?
천: 국제학교 학생은 25명입니다. 청년까지 더하면 50명가량 됩니다. 하지만 대부분 음악성이 별로 없습니다. 음치가 많아서 음악이 아니라 불협화음만 있었습니다. 지금도 3분의 1정도는 정말 불가능할 정도로 음악성이 없습니다. 잘하는 청소년은 대여섯명쯤이죠. 그러나 우리 합창단의 목적은 음악적인 기교를 높이려는 게 아니라 서로 화합하는 걸 배우자는 것입니다. 북한 출신 사람들은 상처가 많습니다. 또 개성이 강해서 상호 유기적인 협력이 잘 되지 못합니다. 각자 자기 소리만 강한 경향이 있죠. 그래서 화합하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합창을 생각하게 된 겁니다. 합창에서는 단원 전체의 목소리가 조화되어야 하거든요. 자기 목소리, 자기 주장만 내서는 안됩니다. 나만을 주장하는 그 자신을 없애기 위해서는 합창이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처음 합창을 연습하는 걸 녹화해서 들려주었는데 듣기 괴로울 정도였습니다. 본인들도 정작 그 녹화를 보더니 경악을 하더군요. 하모니가 아니라 소음이니까 많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름다운 합창단의 동영상과 자신들의 것과 비교해 보면서 그때 많은 도전 의지를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정확히 합창의 의미가 무언지도 모르고 시작했던 아이들이 ‘아, 합창이란 저런 것이구나’ 하는 걸 깨닫게 된 것입니다. 합창은 노래를 잘하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하모니, 화합을 창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걸 깨달은 것이죠. 그 이후 많은 발전이 있었습니다.
전: 7, 8개월 만에 그 정도로 발전한 것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르치신 분들의 노고가 상당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합창단원들의 연령대가 어느 정도입니까?
천: 7살, 8살 어린이부터 24살난 대학생까지 있습니다. 대체로 13살에서 15살 사이 입니다.
전: 비교적 나이 어린 그룹의 하모니를 듣다보니 순수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번 아시안리더십컨퍼런스라든가 외국분들이 참가하는 행사의 무대에서는 탈북청소년들로 구성된 합창단이니까 관중의 공감이 클 것 같습니다.
천: 그렇습니다. 저희가 이번 컨퍼런스에서도 합창단을 소개할 때 단원 학생들 대체로 고아출신이 많다는 것을 알렸습니다. 부모가 안 계시거나 북한에서 사망했거나. 혹은 탈북 후 과정에 헤어진 아이들이죠. 중국에서 태어난 아이들도 많습니다. 거기서 엄마를 따라 한국에 왔지만 개인 사정상 가족과 함께 살 수 없는 아이들도 있고요. 현재 학생들은 모두 학교 기숙사에서 살고 있는데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제일 큽니다. 또 학생 중에는 고향이 어딘지 부모가 누구인지 그리고 자신의 나이조차 모르는 아이도 있습니다. 컨퍼런스 날 잠간 소개했었습니다. 거기 오신 금융위원장님은 눈물을 흘리더군요. 또 어떤 작가는 합창단원들의 얘기가 감동적이라면서 드라마로 만들고 싶다고도 하고요.
그런데 한 가지 아쉬웠던 건 우리 합창단이 컨퍼런스 개막식 때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참석한 자리에서 부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준비를 했었지만 워낙 큰 행사인데다 저희 합창단의 실력으로 미뤄 봐 실수가 있을 까봐 부시 대통령의 기조연설 다음 날 출연하는 걸로 결정됐습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 합창단 공연을 본 분들께서는 이걸 개막식 때 부시 대통령 앞에서 했어도 훌륭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하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전: 부시 대통령도 보았더라면 좋아했을 것 같습니다. 유 레이즈미 업 (You raise me up)은 찬송가로도 많이 불리는 노래가 아닙니까.
천: 그렇습니다. 저희도 곡을 선택할 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도와줘서 이런 자리가 있게 된 것이죠. 다른 곡 오 해피데이 (Oh, Happy Day)는 예수님이 도와주셔서 우리가 기쁜날을 살아간다는 좋은 내용입니다. 그런 의미가 있어서 아이들에게 가사 하나 하나를 소개해 주고 자신들의 간증이 되게 노래하라고 가르쳤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봤더라면 이 아이들을 영웅이라고 했을 것 같습니다. 그점이 많이 아쉽습니다.
전: 그렇게 큰 무대에도 섰는데, 지난 7개월여 동안에는 어떤 곳에 출연을 했었습니까?
천: 교회 행사는 여러 곳에 참가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행사는 컨퍼런스 바로 전에 열렸던 KBS전국민 합창대축제였습니다. 130여개 팀이 신청해 98개팀이 1차 선발됐고 예선전을 치렀습니다. 거기서 다시 23개팀 선발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7개팀을 뽑는 최종 예선에도 될 것으로 기대했었지만 실패했습니다. 아이들이 막상 KBS방송의 큰 무대에 올라가 많은 관객들과 밝은 조명을 받으면서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 결선에는 못 올라갔지만 오히려 우리 아이들에게는 도전 정신을 불어 넣는 귀중한 경험이 됐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많은 외국 정상들이 오는 아시안 리더십 컨퍼런스행사에서 좋은 성과를 낸 것 같습니다.
전: 전화위복이 된 셈이네요.
천: 그렇습니다. KBS 합창대축제에서 우승하면 그 상금도 3천만원인 굉장히 큰 무대였습니다. 아이들이 한번도 방송국 무대에 서 본적이 없는데다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연예인들이 심사위원과 사회자로 나온 것을 보고 본인들이 너무 당황을 했던 것이죠. 나중에 들어보니 아이들이 너무 떨려 발걸음도 떼지 못할 정도였다고 하더군요. 여하튼 아쉽지만 내년에 다시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도전해 보려합니다.
전: 국내 공연외에도 북한의 인권문제나 탈북자 인권문제를 전 세계에 알리는 의미에서 국외 공연을 기획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천: 저희가 7월 18일 뉴욕에 갑니다. 탈북청소년들이 15일간 미국 대륙을 횡단하는 것이죠.
2년전에도 했었는데 동부 뉴욕에서 서부 엘에이까지 자동차로 여행하는 것입니다. 수도 워싱턴에 계신 분이 기획해서 이 여행을 주관하고 있습니다. 탈북고아들의 대륙횡단, 지금부터 준비 중에 있습니다.
전: 천 목사님은 탈북자 정착 지원뿐 아니라 탈북자 구출사업 활동가로도 세계적으로 알려진 분이신데, 요즘도 탈북자들로부터 구출 요청을 받으십니까?
천: 계속 받고있고 그일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근래에는 한 달에 5명도 구출하지 못할 정도로 상황이 어려워졌습니다. 탈북자 자체 수의 감소 원인도 있지만 중국 내의 이동이 너무 어려워 졌습니다. 제가 전에 중국에 들어가 구출작업을 할 때에는 국경을 넘는 게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브로커 통해 국경을 넘도록 안내하는 길이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근래에는 중국 내에서 기차나 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 움직이는 것이 어렵습니다. 그러다보니 차를 빌려야하고 사람도 많이 투입해야 하고해서 비용도 많이 올랐습니다. 과거에 한 사람을 구하는데 백만원에서 백오십만원이었던 게 지금은 3백만원에서 5백만원 정도로 급증했습니다. 이렇게 경비도 오르고 위험도 높아지고 하다 보니 탈북자 구출사업이 더 어려워 지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얼마 전에 세번이나 팔려갔던 21살짜리 여성을 잘 구출해서 보호하고 있는데 미국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여성은 미국에 사촌오빠가 있다고 합니다.
전: 중국 내에서 이동이 어렵게 된 것은 중국 공안의 검색이 강화된 것 때문인가요?
천: 강화한 정도가 아닙니다. 베이징 올림픽을 기점으로 외국인 불법체류자- 사실상 탈북자를 지칭하는 것이죠. 이들을 추방한다는 정책을 발표한 뒤 중국 당국의 본격적인 단속이 시작됐고 작년과 올 해에는 탈북자의 씨가 마를 정도입니다. 사실 탈북자들이 알게 모르게 많이 잡혀갔습니다. 아직도 북한의 가족을 데려 나오려는 탈북자가 많지만 조중 국경을 넘더라도 중국 내 기동이 너무 어려워 상황은 많이 힘듭니다. 중국정부가 탈북자 단속정책을 완화하든지 아니면 긍휼한 마음을 내어 목숨 걸고 탈출한 사람들을 잡아 강제북송 하는 일은 중단하면 좋겠습니다.
RFA 초대석, 이 시간에는 탈북청소년학생들로 조직된 와글와글합창단을 이끌고 있는 탈북자 구출 및 정착지원 기독교선교단체 '두리하나선교회'의 천기원 목사을 모시고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저는 전수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