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을 만나보는 RFA 초대석, 진행에 전수일 입니다.
가족과 함께 탈북해 한국에 입국한 뒤 지난 10년 간 꾸준히 대북삐라로 북한에 자유와 민주주의의 소식을 전하고 있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대표 박상학씨가 5월 3일 미국의 Human Rights Foundation, 즉 ‘인권재단’의 2013년 인권상 수상자의 한 사람으로 선정됐습니다.
이 상의 정식명칭은 ‘창의적 반대운동을 위한 바츨라프 하벨 상’인데요, 70년대 후반 체코 공산정권에 대한 반체제 운동을 이끌어 세계 민주화운동의 상징이 되었던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의 업적을 기려 ‘인권재단’이 2012년 제정했습니다. 버마의 아웅산 수치 비폭력민주화운동 지도자도 지난해 수상한 이 권위있는 인권상을 받게 된 박상학 씨를 만나봤습니다.
전수일: 대북삐라를 통해 폐쇄된 북한 주민에게 외부소식을 알리는 데 큰 공헌을 한 것을 높이 평가했다고 하더군요. 박 대표님의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박상학: 제게는 너무 과분한 상입니다. 북한인권활동을 위해 상을 받을만큼 일한 게 없습니다. 이 상은 2만5천명의 탈북자에게 그리고 대북전단이라는 사실과 진실의 편지에 주신 것으로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에서는 그러나 사실과 진실을 알리는 편지도 김정은의 공갈협박이 두려워서 하지 못하게 하고 대북전단은 순수한 목적의 편지인데도 정치적으로 판단하면서 북한을 자극한다고 얘기합니다. 대한민국에선 이처럼 대북전단을 외면하고 무시하고 심지어 반대를 하지만 국제사회에서는 대북전단과 탈북자들 인권운동에 대해 이렇게 과분한 상까지 주시니 다시 한 번 감사드릴뿐입니다. 특히 하벨대통령은 우리 탈북자와 북한 인민과는 동병상련인 분으로 유럽의 자유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 감옥에 수감되기도 하시면서 엄청 노력하신 분입니다. 공산 체코를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변화시키는데 위대한 업적을 남긴 분이시죠. 그분의 이름을 딴 상을 받게 된 것이 큰 영광입니다. 이 상이 3대세습의 폭정에서 신음하는 2천만 북한 동포에게 자유를 향한 위대한 힘이 되길 바랍니다.
전: 지난 10년동안 북한에 삐라날리기를 지속하고 계십니다. 몇 년전부터 북한은 박 대표에 대한 신변위협을 계속해 왔습니다. 지난주 5월 4일 북한자유주간 마지막 날 토요일 임진각에서 미국의 수잔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와 함께 삐라살포 행사를 하려했지만 당국의 저지로 못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날 북한에서는 대남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 웹사이트를 통해 북한에 재입국한 탈북자 박정숙씨로 하여금 박 대표에 대해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게 했습니다. 박 대표는 ‘인권 인권 하지만 자기체면과 돈밖에 생각하는 게 없는 일등수전노다, 인간 추물들이 미국과 괴뢰들의 조종에 따라 벌이려는 삐라살포놀음은 상상할 수 없는 후과를 불러오게 될 이다. 무자비한 징벌을 가해야 한다’ 면서 협박을 했는데요.
박: 박정숙씨는 제가 잘 아는 분입니다. 한국에 있을 때 대북전단 날리기 3차 4차 행사 때에도 임진각 현장에 나왔던 분입니다.
전: 그러니까 박정숙씨는 북한에 들어가기 전에 한국에서 박 대표를 도와 대북삐라를 날리던 분이군요.
박: 그렇죠. 우리 동네에서 함께 살았고 우리 어머니와 가까이 지내던 분입니다. 송파구 같은 동네에서 살았습니다. 저는 그분이 직접 우리민족끼리 웹사이트에 진심으로 그런 글을 쓴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북한에는 통일전선부나 총정찰국 같은 곳에서 선전 글을 쓰는 사람들이 따로 있습니다. 박정숙씨가 쓴 것이 아닐 겁니다. 어찌됐든 저는 박정숙씨가 북에 가서 아드님과 만나 잘 사시길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그분이 어떤 말을 했든지간에 그건 그분의 진실이 아닌 걸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전: 당국에서 쓴 것을 그대로 읽는 수 밖에 없는 그분을 이해한다는 말씀이네요.
박: 그렇습니다. 그분께서 편안히 북에서 잘 사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북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후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위협했는데 저는 크리스찬은 아니지만 김정은과 김정일을 수령독재의 악마로 보고 있습니다. 그걸 비판하는 걸 두려워해선 안됩니다. 잘못된 것은 분명히 비판해야 합니다. 그 반민족적 반인민적 살육행위를 중단하도록 대북전단을 보내는 것입니다. 거기에 ‘상상할 수 없는 후과니 뭐니’ 하는데, 하기야 거기서는 백주 대낮에 연평도를 포격하고 대한민국 국민에 대해 핵으로 불바다 만들겠다는 협박이나 하는 그런 악의 집단이니 말할 것 없죠. 허장성세입니다.
전: 실제 북한에서는 다른 탈북자를 시켜, 박 대표를 살해할 목적으로 공작을 꾸몄던 건 사실이 아닙니까?
박: 그렇죠. 안학영씨를 시켜서 독침으로 살해하려 했었죠.
전: 그렇다면 북한의 위협도 단순히 엄포로 치부하긴 어려운 면이 있지 않겠습니까.
월스트리트저널에 박 대표의 수상을 알리는 기사가 크게 났는데요, 박 대표에 대해 아직도 전화 이메일 웹사이트를 통해 협박이 가끔 들어오고 있다는 내용이 있던데요.
박: 네. 지난 4월 25일 우리 단체 이메일로 저의 목이 몸에서 떨어져서 땅에 굴러다니는 영상을 담은 이메일이 있었습니다. 북한 인민의 가장 큰 첫 번째의 처단대상이라는 글도 있었습니다. 그런 이메일을 일곱 여덟번 정도 받았습니다. 전화로 죽이겠다는 협박도 10번 이상 받았지만 이제는 이런데 익숙해져서 그냥 노래소리로 듣고 있습니다.
전: 이번 박 대표의 수상 소식 못지않게 큰 희소식이 얼마 전 제네바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있었습니다. 북한인권조사위원회를 출범한 것인데요, 5월 7일 세 명의 조사위원을 선정했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이분들이 북한 정치범수용소문제, 외국인납치문제 그리고 그밖의 여러 인권문제를 내년까지 조사하고 활동할 것이라는데요, 이번에 ‘창의적 반대운동을 위한 바츨라프 하벨 인권상’을 수상하신 분으로서 이런 유엔 인권위원회 조사위원회의 앞으로 활동에 대한 기대를 듣고 싶습니다.
박: 국제사회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했습니다. 유엔 인권조사위원회의 활동이 북한 주민에게 알려지면 희망을 줄 겁니다. 북한만큼 인간의 권리와 자유가 박탈당한 곳이 없습니다. 유엔 차원에서도 북한의 인권유린에 대해 진지하게 우려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죠. 이들이 비록 북한에 직접 들어가 조사를 할 수는 없더라도 대한민국에 2만5천명의 탈북자가 있습니다. 이들을 만나서 충분히 북한에서 자행되는 반인륜적인 인권유린에 대해 확실히 알 수 있을 겁니다. 국제사회에 북한의 인권문제를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고 더불어 이들의 활동을 통해 북한 인민에 대한 김정은의 폭정은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는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질 것입니다. 당사자인 대한민국이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부끄럽습니다. 유엔은 그렇게 많이 노력을 하고 있는데...
전: 아직 한국에선 북한인권법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게 벌써 8년이죠. 탈붃자 출신 조명철 의원도 이번 북한자유주간 행사에서 북한인권법 통과를 강조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박: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슬로에 가서 받는 상이 세계적인 인권상이니만큼 대북전단 못지않게 모든 국회의원을 찾아다니면서, 새누리당은 물론 민주당 그리고 심지어 임수경의원도 찾아 가서, 북한인권법 통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꼭 통과시켜달라고 서명을 받을 예정입니다. 탈북자 단체들이 모두 떨쳐 일어나 이 북한인권법안 통과를 우선적으로 성사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대한민국 국회가
이 북한인권법을 아직 통과되시키지 못하고 있는 걸 알면 2천만 북한동포가 얼마나 실망하겠습니까? 유엔과 국제사회는 북한 인민의 인권을 우려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우리 대한민국만 외면하고 있다는 것은 같은 민족으로서 나중에 역사의 준엄한 벌을 받을 일입니다.
RFA 초대석, 오늘은 대북삐라로 북한에 자유와 민주주의의 소식을 보내고 있는 공로를 인정받아 5월 15일 미국 ‘인권재단’으로부터 2013년 인권상을 받는 탈북자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를 만나 봤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