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을 만나보는 RFA초대석,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한국에 입국해 지난 10년 간 탈북자 구출사업에 전념하고 있는 NK지식인연대의 권오숙 인권국장. 그 자신 탈북과 북송, 재탈북 과정에 숱한 시련을 겪어 그 누구보다 중국 내 탈북 동포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뛰어든 일입니다. 하지만 권 씨는 구해 온 그들이 한국사회에서 잘 적응하는 것은 구출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인 한국에서 탈북민들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선 과거의 수동적인 사고방식을 버리고 스스로 변화하려는 자세와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국제외교안보포럼에서 탈북동포 구출과 한국사회 정착에 관해 강연한 권오숙 씨를 전화로 만나 봤습니다.
전수일: 강연에서는 탈북자들의 고충, 특히 정착에 힘이 드는 일과 관련해 말씀하셨습니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즉 인간관계가 어렵다고 하셨는데요.
권오숙: 그 관계는 인맥을 얘기한 겁니다. 우리가 비록 대한민국에 와서 살지만 우린 어릴 때부터 북한에서 살아왔습니다. 북에는 인민학교때부터 중학교까지 동창들도 많고 또 친척들도 많습니다. 친구들도 많습니다. 근데 여기와서는 그런 인맥이 하나도 없습니다. 여기서는 서로 얼굴이나 알고 출신이나 알 수있을 뿐이지 서로의 마음은 알 정도는 아닙니다. 그래서 여기 남한에서는 사업을 하려해도 상대방이 나를 이해해 주지 못하기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저도 처음에 와서는 일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몰라주기 때문이였죠. 그리고 제가 하는 말을 인정해 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주위 사람들을 오래 알아온 터라서 그런 문제는 없었습니다. 사실 인정해 주는 것이 돈보다 중요할 수 있습니다.
전: 그러니까 한국사회에서 탈북민에 대해 믿고 신뢰하는 점이 아쉽다는 말씀이네요.
권: 그렇습니다. 인맥관계가 없으면 도움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돈보다도 인맥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모든 일은 돈이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하는 것 같습니다. 인맥을 통해 서로 믿고 신뢰를 쌓으면 어떤 일을 하고자 할 때 함께 해 줄 수 있는 것이죠. 그것 말고도 탈북자들의 정착이 어려운 건 자립 자세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오늘만 살고 내일 살 궁리를 안 한다는 것입니다. 탈북자들이 북한에서 중국으로 건너갔을 때 거기서는 아무것도 주지 않았습니다. 그저 각자가 알아서 살아야 했습니다. 근데 대한민국에 오니 집도 주고 돈도 주고 정착에 어려운 건 모두 도와주고 하니까 그냥 거저 살면 되는 줄 생각하는 탈북자들이 많습니다. 그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 도움을 바탕으로 탈북자 스스로 알아서 선택하고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 스스로 남한사회에 맞도록 생각하고 변화를 해야한다는 말씀은 좋지만 그래도 여지껏 북한의 배급사회에서 살아왔던 생활에서 갑자기 자본주의 사회에 와 스스로 창의적으로 살아나가는 게 그리 쉽지는 않을 것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권: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문제는 대한민국 사회가 어떠한 곳이고 어떻게 살아들 가고 있는 지를 인식해 자신이 설 자리를 마련하고 선택해야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저는 북에서 잘 살던 사람이었습니다. 별 걱정없이 살았고 핍박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여기서 와서 어떻게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차리게 됐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자립의 선택을 하게 되더군요. 일반 탈북자들이 북한에서 살던 습성을 버리지 않고 쳐져 있으면 이 사회에서는 살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전: 남한사회에 와서는 이 사회에 맞도록 생각을 해야하고 자세를 바꿔야 한다는 말씀이네요.
권: 그렇죠. 한국사람들과 부지런히 대화를 하면서 이들의 사고방식이 어떤지를 배우고 정착을 위한 삶의 선택을 해야한다는 말입니다. 텔레비존도 자주 보면서 이 사회를 공부하고 계속해 자기 개조를 해야합니다. 과거의 모든 생각이 180도 달라져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래야 이 사회에서 살 수있지 그렇지 않으면 적응이 어렵습니다. 모든 걸 남이 해주길 바라지 말고 스스로가 알아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합니다. 한국이 자본주의 사회가 아닙니까? 하지만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걸 잘 모릅니다. 저쪽에서는 자본주의사회에 대해 가르쳐 주지도 않죠. 그저 골고루 먹고 사는 것만 배웠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자기가 일하고 벌어서 먹고 쓰고 해야하니까 스스로 알아서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죠.
전: 그 말씀 들으니 북한에 재입북했다가 재탈북한 김광호씨 부부가 생각납니다. 일각에서는 한국내에서 정착에 성공하지 못해 돌아간 건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권 국장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권: 전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에 가 보면 그곳과 여기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그 차이란 건 낙후와 풍요의 차이입니다. 한국사회는 삶이나 물질적인 게 모두 풍요하고 모든 게 발전됐는데 북한은 옛날 뒤쳐진 그런 사회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여기 살던 사람이 다시 북으로 가더라도 거기서 살지 못하고 다시 빠져 나오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사회입니다. 거기선 자신의 앞길을 개척하기가 너무 힘든 사회이죠. 그래서 여기서 잘 살던 사람이 거기 가면 힘들기 마련입니다. 제가 왜 그걸 아냐면 저 자신도 북송을 당했었기 때문입니다. 탈북 후 중국에 살다가 한 번 잡혀서 송환된 적이 있었습니다. 북송돼 갔더니 아무래도 살 수가 없더군요. 모든 게 부족하니까요. 그래서 중국에 한 번이라도 나가 봤던 북한주민은 마치 마약을 한 사람은 마약이 끊어지면 참기 힘든 것처럼 중국에 다시 나가지 않고는 못 배깁니다.
전: 그러니까 김광호씨 부부나 조선중앙방송에서 재입북했다며 회견한 그밖의 사람들은 제발로 걸어들거간 게 아니라 다른 사유가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이군요.
권: 그렇죠. 거기 가도 살 수가 없지 않습니까? 북한에서 귀환한 탈북자들에게 집을 준다고 해도 집만 가지고는 살 수 없는 것이죠. 거기에다 북에서는 항상 감시를 받아야 합니다. 자기의 권리를 주장하거나 자기 하고싶은 대로 행동 할 수도 없습니다. 왜냐면 일단 한 번 탈북했다가 돌아가는 사람은 생각이 변하기 마련이거든요. 그래서 항상 보위부의 감시를 받게 됩니다. 그래서 그쪽에서 사는 게 어렵고 하니까 다시 한국으로 돌아 오겠다고 재탈출 하는 겁니다.
전: 그런데 권 국장님이 이런 탈북민들의 사정을 잘 아는 것은 지난 10년동안 수천명-3천명-가량의 탈북민을 돕는데 힘을 써왔기 때문이라는 보도를 봤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탈북민들을 구할 수 있었습니까?
권: 저도 탈북과정에서 설움을 많이 느꼈습니다. 많은 탈북자들은 북한을 탈출해서는 사람 대접을 받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중국땅에서는 절대로 사람 대접을 받을 수 없습니다. 거기서는 탈북자를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고 짐승처럼 여깁니다. 거기에서는 탈북자들이 나라도 없고 주권도 없으니 어디가서 하소연 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들에게 대한민국에 와야 자유롭게 말하고 행동하며 모든 권리를 누릴 수 있다는 걸 설득합니다. 처음 몇 년은 탈북자를 한국에 입국시키는 일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오래 하다보니 탈북자들의 신뢰를 쌓게 되고 그런 사실이 이 사람 저 사람 입으로 전해져 소개에 소개를 받아 많은 사람을 한국에 데려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탈북자를 빼 오는데는 비용 문제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저는 처음에 탈북자를 데려올 때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났습니다. 어느 탈북자의 아들을 데려 왔는데 이들이 상봉해 너무 좋아 서로 포옹하는 걸 보고 '아 이게 바로 사람 살리는 일이구나'하는 걸 느꼈습니다. 생명을 살리는 길 아니겠습니까?
전: 지금도 북한주민 중에서는 탈북을 원하는 사람이 많다고 하신 말씀을 들었습니다. 북한 쪽 관계자들과 수시로 전화통화도 하신다던데요, 실제 탈북을 바라는 사람이 많습니까?
권: 네.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려면 힘이 많이 들죠.
전: 김정은 집권 이후 국경 감시가 강화 계속 강화되고 있다죠?
권: 그렇습니다. 아직도 그런 상황입니다.
RFA 초대석, 이 시간에는 한국에 입국해 지난 10년 간 탈북자 구출사업에 전념하고 있는 NK지식인연대의 권오숙 인권국장의 얘기를 들어 봤습니다.
저는 전수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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