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을 만나보는 RFA초대석, 진행에 전수일 입니다.
미국 젊은이들로부터 시작된 음악 ‘힙합.’ 그 중에서도 특유한 박자에 맞춰 독백 같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랩’은 한국 청년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대단합니다. 그 랩으로 북한체제를 비판하고 인권실태를 고발하는 한 탈북대학생이 요즘 한국 ‘힙합’계와 언론에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함북 온성 출신의 강춘혁 씨인데요, 현재 홍익대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있는 그는 그림과 음악을 통해 세계 사람들에게 북한의 실상과 문제를 널리 알리는 것이 꿈이라고 합니다.
// 강춘혁씨 랩// "동무들 집중 좀 하지비예. 내 이름은 강혁, 함경북도 온성에서 왔지. 거기는 리설주가 조국의 어머니 But, she's not my 어머니. 내 어머니가 아오지에서 얻은 건 결핵. 땅굴판 돈 착취해서 만든 것은 핵. 핵. 배때지의 살이나 빼. 나두렵지 않아 공개처형. 그래서 여기 나왔다. 공개 오디션.
그 더러운 돈 나한테 다 가져와. Show me the money."
전수일: 엠넷방송 오디션, 즉 실기 심사에서 탈북청년이라는 사실이 심사위원과 동료 경연자들에게는 관심이었지만 강춘혁씨의 랩음악 가사가 언론에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직접 부른 랩을 들어보고 그 가사 내용에 대해 물어보겠습니다.
처음에 '거기는 리설주가 조국의 어머니. But, she's not my 어머니. 라고 했는데 무슨 뜻입니까?
강춘혁: 거기선 수령이 제일 절대자이고 부모보다 더 칭송을 받아야 하는 사람입니다. 지도자의 부인은 북한 국민인 저희들한테는 당연히 어머니가 되는 것이고요. 그래서 북에서는 리설주를 조국의 어머니라고 부르지만 내 진짜 어머니가 아니라는 뜻이죠.
전: 그 다음 가사에 ‘내 어머니가 아오지에서 얻은 건 결핵.’ 이라고 나오는데요, 아오지는 탄광촌으로 유명하잖습니까? 혹시 어머니께서 실제 결핵에 걸리셨던 건 아닌지요?
강: 맞습니다. 저희 어머니가 척추 결핵에 걸렸습니다.
전: 그런 경험으로 이런 가사의 구상이 나올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가사 뒤에 ‘땅굴 판 돈 착취해 만든 건 핵, 핵’이 나오는데요, 결핵과 핵이란 말의 운이 맞아 떨어집니다. 북한의 핵실험 장소가 함경북도 길주군이나 화대군인데요, 강춘혁 씨는 함북 온성 출신이죠. 근데 ‘땅굴 판 돈 착취해 만든 건 핵이다’ 라는 사실을 탈북한 어린 나이에는 몰랐을 것 같은데요, 이런 생각은 한국에 들어 간 뒤에 하게 된 것인가요?
강: 한국뿐 아니라 탈북해 중국에서 또 제3국에 체류하면서 그런 걸 느꼈습니다. 북한 사회를 벗어나게 되면서 그 사회에 대한 진실을 알게된 것이죠.
전: '배때지의 살이나 빼.' 그건 김정은 최고 지도자를 지칭하는 것이겠지요?
강: 그렇습니다.
전: 여러 노래 형식 가운데에서도 ‘랩’을 선택하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강: 그 계기는 북한인권시민연합이라는 인권단체에서 클라우드 펀딩을 기획하면서였습니다. . 이 모금사업은 돈을 모아 북한주민을 돕는 것도 있지만 탈북해 중국이나 제 3국에 몰래 숨어사는 우리 동포들을 데려오기 위한 후원 자금을 마련한다는 목적도 있습니다.
그 펀딩 마련과 관련해 북한에 관한 다큐멘터리-기록영화를 만드는데 종전의 북한관련 기록영화는 그 실상을 다루는데 너무 딱딱하게 진행되곤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좀 더 자유롭게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음악에 가사를 사용하면 듣고 보는 사람들의 마음에 와 닿고 더 잘 느낌을 받지 않을까해서 힙합 랩을 선택했습니다. 랩이란 게 미국의 흑인문화에서 나온 것 아닙니까? 그들이 인종차별에 대해 반항하고 반대하면서 인권에 관한 얘기를 랩의 가사로 만들었는데, 그런 관점에서 저희도 랩에 북한 실태를 반영하는 가사를 만들어 힙합 형식으로 제작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됐죠. 한국에서 제가 이런 형식을 처음 시도한다면 음악혁명 같은 게 되지 않을까하는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전: 랩이라는 음악은 한국 젊은이뿐만 아니라 세계 그 어떤 젊은이들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 아닙니까? 젊은이들의 호응을 얻기에 좋은 음악 분야로 생각하셨다는 말씀이네요. 클라우드 펀딩 캠페인이란 말은 영어인데요, 인터넷을 이용한 국제적인 모금운동 같은 것이겠죠?
강: 그렇습니다. 음악을 만들어 인터넷을 통해 전파해서 모금하며 모인 돈은 아까 언급했듯이 3국내 탈북자들이 인신매매 당하고 북송되는 걸 막기 위해 그들을 구출하는데에 쓰일 겁니다.
전: 모금 자금으로 강춘혁 씨 음악 앨범 제작에도 쓰일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강: 그렇습니다. 제가 학생이고 자금이 없으니 일단 모금이 어느정도 되면 그걸로 앨범을 만들어 펀딩의 기초작업을 시행하려는 것이죠. 앨범으로 추가 모금에 활용할 겁니다.
전: 강춘혁씨는 함북 온성 출신으로 12살때쯤 한국에 들어갔다고 들었습니다. 아직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이 있습니까?
강: 친척들이 아직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12살 때 탈북해 바로 한국에 온 건 아니고 중국에 숨어 살다가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 등 제3국에 가서 체류한 것이 모두 4, 5년 됩니다. 그래서 실제 2001년 한국에 들어 온 때는 16살이었습니다.
전: 혼자 오셨나요?
강: 부모님과 같이 왔습니다.
전: 형제는 없었고요?
강: 네. 저 혼자입니다.
전: 홍익대학교에서 회화미술을 전공하는 졸업반 학생이신데요, 회화미술이 무엇인지 저희 청취자들을 위해 설명해 주시죠.
강: 영어로 화인아트라고 하는데요, 예전에는 서양학과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에는 유화작업만 하는 게 아니라 여러가지를 포함하는 범위를 넓힌 회화학과로 변했습니다. 저는 유화작업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전: 한국에서 북한 아이들의 실상을 담은 책의 삽화도 그렸다던데, 어떻게 삽화를 하게 됐습니까?
강: 출판사 측에서 아동용 책을 출간하면서 새로운 뭔가를 시도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북한 내용을 한 번 담아보자는 계획을 하게 된 거죠. 여기 남한의 아동들이 너무 북한을 모르지 않습니까? 저희 또래의 청년들도 북한 실상을 너무 모르고요. 출판사가 제게 연락을 해왔습니다. 제가 이전에도 탈북자 가정에 관한 동화책의 삽화를 그린 적이 있습니다. 제가 북한 출신으로 거기서 직접 보고 느끼고 경험한 사람인데다 미술 전공자이니까 아마 제가 그림을 그려 넣으면 더욱 실감있는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제의를 받았고 그 뒤로 출판되는 책의 삽화를 맡게 됐습니다.
전: 랩 음악에 대해 본인도 흥미가 있고 다른 사람들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요,
대학을 졸업하면 미술가가 되실 겁니까 아니면 래퍼가 되고 싶습니까?
강: 기본적으로 저는 미술가가 되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비록 그림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랩 음악 작업을 계속 할 것 같습니다.
전: 전시회 같은 걸 통해 북한 인권에 관한 그림을 그리고 싶지는 않습니까?
강: 네. 북한 인권 실상을 묘사하는 그림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전: 앞으로 포부가 있다면.
강: 아직 남북한이 갈라져 있고, 내가 살던 북쪽에서는 아직도 주민들이 굶어죽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 상황은 통일이 될 때까지는 아마 끊이지 않고 계속될 겁니다. 그래서 북한의 인권실태와 체제에 대해 비판하는 주제의 그림을 작업해 전 세계와 우리 사회에 고발하고 알리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강춘혁씨의 랩 노래//
RFA 초대석, 이 시간에는 랩이라는 특유한 음악형식으로 북한체제를 비판하고 인권실태를 고발하는 탈북대학생 강춘혁 씨와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