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을 만나보는 RFA초대석, 진행에 전수일 입니다.
미국의 명문 하버드대학교 교육 대학원 출신의 미국인이 현재 한국 내 탈북자들의 영어교육을 돕고 세계인들에게 북한의 실태를 알리는 일에 힘을 쏟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바로 케이시 라티그 (Casey Lartigue, Jr.)씨인데요, 그는 중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을 저지하는 운동에 참여하는 인권운동가이기도 하지만 한국에 들어간 탈북자, 특히 청소년들에 대한 교육 지원을 통해 이들이 한국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하도록 돕는 일도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교육전문가이기도 합니다. 또 그는 북한 문제에 대한 세계인들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탈북여성과 함께 인터넷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송진행자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전수일: 한국에서 여러가지 일을 하고 계시지만 특히 탈북자 자녀들과 청소년들의 교육 봉사활동으로 많이 알려지셨잖습니까? 저희 청취자들을 위해 하고 계시는 일을 소개해 주시죠.
Mr. Casey Lartigue, Jr. (케이시 라티그): One of them is I am the International Adviser to the Mulmangcho School for adolescent refugees…
몇가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만 탈북청소년들을 위한 물망초학교에서 국제 자문역으로 활동합니다. 서울에서 한 시간 가량 떨어진 여주에 있는데요 주중에 정규 학업이 끝나면 탈북청소년들이 저녁에 저희 학교에 와서 자원봉사 선생님들로부터 보충수업을 받도록 하죠. 토요일에는 학과 외에도 미술 음악 춤 등을 배우고 일요일에는 영어를 공부합니다. 이날은 제가 주선한 자원봉사 선생님들이 와서 오전 내내 영어를 가르칩니다. 그밖에도 과외활동으로 한달에 한 번 말타기도 합니다. 중앙학원 선생님을 모셔와 과외 특강을 하기도 합니다. 현재 탈북 청소년 9명을 가르치고 있는데요, 소수의 학생을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방식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이들 배경도 각양이죠. 어떤 아이는 고아이고 또 어떤 아이는 중국에서 팔려가 자신을 낳은 외부모만 있습니다. 그밖의 아이들도 북한이나 중국에서 전혀 학교 문턱에 가보지 못했기 때문에 배움이 크게 부족한 아이들이죠. 5명은 열살이 채 안됐고 네명은 20대 젊은이들입니다. 하지만 과거에 배운 것이 없어서 저희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죠. 국회의원이셨던 박선영 이사장님께서 저희 물망초학교를 세우셨는데 이 탈북청소년들을 보살피고 사랑을 베푸는데 힘을 쏟고 계시죠.
전: 라티그 씨나 그밖의 자원봉사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그렇게 잘 돕고 있으니 박 이사장님도 인복이 있는 분이라고 할 수 있네요.
라티그: We actually met at the protest back in 2012 when she was having a hunger strike…
제가 박 이사장님을 알게 된 것은 2012년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 단식투쟁을 하실 때였습니다. 당시 저는 탈북자 행사 두세곳에도 참여했고 탈북자 몇 분과 교류를 하고 있었습니다. 단식투쟁하는 박 이사장님한테 다가가서 저 자신을 소개하고 무언가 탈북자들을 위해 좀 더 발벗고 나서고 싶다는 말씀을 드렸었죠. 근데 우연히도 한달쯤 뒤에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북한정치범수용소 관련 세미나에서 박 이사장님을 만났습니다.
구면인 박 이사장님은 자신이 한국에서 탈북청소년들을 위한 물망초학교 사업을 시작할 계획인데 한 번 봉사해 보지 않겠냐고 하셔서 '제게는 영광이고 기꺼이 해보겠다'고 했습니다. 박 이사장님은 제가 미국인이니까 영어를 가르쳐 달라고 했지만 저는 선생이 아니기 때문에 영어를 가르치는 일보다는 가르칠 자원봉사 선생님들을 모아 교사진을 만들고 학업 운영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씀드렸죠. 그래서 지금 이 일을 하고 있는 겁니다. 벌써 2년이 지났는데요, 이 일을 하면서 청소년이 아닌 성인 탈북자들도 영어를 배울 수 있도록 하는 일을 추진했습니다.
전: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영어 공부를 돕는 건지 궁금합니다.
라티그: Now, we have matched 99 North Korean refugee adults with about 122 volunteer teachers…
현재까지 탈북자 99명을 개인 영어교사 122명과 연결시켜서 개별적으로 영어공부를 하도록 했습니다. 학생들에게 요구한 한 가지 조건은 적어도 3개월간은 공부를 중단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습니다. 그리고 한달에 한 두번 혹은 그보다 자주 자원봉사 선생님과 일대일로 만나거나 전화로 영어에 관한 질문이나 대화를 하도록 하는 겁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는 적어도 한 사람당 선생 두분을 선택하라고 합니다. 선생을 배치하지 않고 자신이 스스로 선택하도록 한 것은 그것이 공부에 보다 적극적이고 책임감있게 나설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죠. 또 한 선생으로부터 아쉬운 점은 다른 선생으로부터 보충할 수 있게 하자는 의도도 있습니다. 탈북자 학생 7인을 한 조로 해서 매달 한 번씩 만나 선생님 선택과 함께 최소 3개월 빠지지 않고 공부하도록 하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학업 성과에 따라 영어실력 등급 인증을 해 주고 있는데요 학업 참여도도 감안해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 등으로 나눠 동기를 부여하고 격려해 주고 있습니다. 학생 중에는 박연미 양과 같은 특출한 경우도 있습니다. 박양은 선생님 17분과 연결해 공부를 하고 있는데요, 각 선생님으로부터 영어 문법과 발음 대화 등을 배우는가 하면 세상 돌아가는 일과 시사적인 것도 배웠습니다.
영어를 배우는 성인 탈북자들의 목적은 대체로 두가지로 나뉩니다. 한 부류는 취업이나 진학 혹은 영어회화 향상을 위해 공부하는 사람들이고 또 다른 부류는 북한인권단체 일이나 외부 인터뷰 혹은 강연 등에 필요한 영어 구사를 위해 배우려는 사람들입니다. 박연미양 같이
영어방송 진행이나 외국에서 강연하고 있는 탈북자들이 이 부류에 속하죠.
전: 새 언어를 배운다는 게 탈북자들에게는 정말 어려운 일일 텐데요, 이들에게 색다른 교육환경에 성공적으로 잘 적응하기 위한 충고나 제언을 하신다면 어떤 것이겠습니까?
라티그: Well, I hope my answer doesn't sound pessimistic, but the reality is that people are goint to adjust and not adjust based on their personality…
글쎄요, 제가 드리는 말씀이 어떤 점에서는 다소 부정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배우는 사람들의 각자 개성에 따라 그 적응의 여부와 정도가 결정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생각됩니다. 예를 들어 저희 영어공부 프로그램에서 어떤 탈북자는 선생님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그렇질 않습니다. 박연미양 같은 경우 선생님 17명이나 선택해서 공부를 하고 있고 또 일부 탈북 학생들도 선생님 너댓명씩을 선택해 열심히 합니다. 혼신을 다해 영어공부에 적극적으로 나섭니다. 선생님 붙잡고 계속해서 묻고 배우려 하죠. 우리가 말리지 못할 정도로 말이죠. 하지만 어떤 학생은 그저 선생님 한 사람으로 만족해 하죠. 저의 언어교육에 대한 철학은 일단 배우는 학생에게 다양한 선택을 최대한으로 주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선택의 기회를 잡는 몫은 학생들의 것입니다. 그런데 어떤 학생은 부족한 것이 많은 데도 적극적이지 못 합니다. 불행하게도 그게 현실입니다. 교육환경에 적응하거나 못하거나는 각자 개성에 따른 것 같습니다. 사회 적응만 해도 어떤 탈북자는 한국에 오자마자 한국 사회와 문화에 금세 동화되는 한편 또 어떤 사람은 동화되는 걸 어려워하거나 꺼려하고 정착에 곤란을 겪습니다. 하지만 선진국에서 온 사람이나 한국사람 중에서도 한국사회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적응이란 문제는 반드시 탈북자 사회에만 있는 현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전: 여러 나라 출신의 자원봉사 선생님들은 어떻게 구하시는 지 궁금합니다.
직접 찾아 나섭니까 아니면 그분들이 알고 라티그씨에게 찾아 옵니까?
라티그: Yes. Everything you just said. First, I search for them on Facebook, Meetup…
네. 말씀하신 바 그대롭니다. 제가 찾아 나서기도 하고 저를 찾아 오기도 합니다.
페이스북(Facebook), 밋업(Meetup)과 같은 인터넷사회망을 통하기도 하고 이메일 연락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희 물망초학교의 첫 외국인 선생님으로 발탁한 분은 이런 방식이 아니라 어떤 북한문제 토론회에서 만난 분입니다. 제러미라는 분인데요, 그분에게 우리 학교에 대해 설명했더니 기꺼이 봉사하겠다고 했지요. 그는 3개월간 저희 학교에서 가르쳤습니다.
또 제가 강연 다닐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저희 학교에 대해 소개하고 자원봉사할 분 들을 찾습니다.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들과의 모임이 있는데요, 최근 모임에는 스웨덴 독일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여러 나라 출신의 외국인 11명이 모였습니다. 저희 물망초 학교를 시작할 때 외국인 선생님 아홉분이 모이셨는데 각각 다른 나라 출신이었습니다.
박 이사장님이 물망초학교 시작하실 때 건학 이념의 하나가 학생들이 학식을 배우는 것 뿐만아니라 세계인들에 대해서도 알게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북한에 있을 때 외부세계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탈북 청소년들에게 물망초학교는 매주 세계인들이 찾아 오는 곳이 되는 셈이죠. 저희 학교의 한 학생은 열심히 공부해 고려대학교에 입학했는데요, 그 학생은 여러 외국인 선생님들과 1대 1로 만나 출신국에 대해 이것 저것을 묻고 배웠었죠.
제가 지난 6월 중국 샹하이에서 열린 국제 세미나에 참석해 강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저희 학교 얘기를 듣고 자원봉사하길 희망하는 분 6명과 만나 얘기 나눴습니다. 과거엔 제가 봉사자를 찾아다니는 쪽이었지만 이제는 저를 찾아오는 분들이 더 많습니다.
그밖에도 제가 '탈북난민교육'이란 봉사사업의 공동 설립자로 활동 중인데요, 저희 일을 알게 된 해외의 탈북자들도 영어를 배우고 싶다는 요청을 보내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얼마전에는 영국에 사는 한 탈북자가 연락을 해와 런던에 거주하는 영국분 봉사자를 연결해 드리기도 했습니다. 탈북자와 교육봉사자를 서로 연결해 주는 일은 이제 한국 내에서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뤄지고 있는 것이죠.
전: 탈북자 박연미씨와는 현재 영어로 공동 진행하는 ‘케이시 라티그 쇼 위드 연미 박’ 이란 인터넷 텔레비전 방송을 하고 계십니다. 영어 프로그램인 만큼 시청자는 세계인들이라고 생각이 되는데요, 이 프로그램의 주제는 어떻게 선정하고 계십니까?
라티그: Well we talked to people, who asked us a question, and then sometimes we think ‘that might be a good show.’ That’s one thing. And second, whatever is in the news, something that might be interesting…
사람들과 대화하다 보면 북한과 관련해 어떤 질문을 받는 때가 종종 있습니다.
어떤 질문이 저희 시청자들에게도 궁금한 것이겠다고 생각이 들면 그런 질문이 바로 저희 방송의 주제로 선정될 수도 있고요, 아니면 현재 북한 관련 뉴스보도에 나온 현안 중에 저희 시청자들에게도 흥미롭겠다 싶으면 그걸 주제로 삼기도 합니다.
전: 올 3월 첫 방송이래 벌써 네번 이상 방송이 됐습니다. 각 방송에서 어떤 주제를 다뤘는지 소개해 주시죠.
라티그: Our first show was about the market rise in North Korea, and the title of it was Juche dies, markets rise…
저희 첫 방송의 주제는 북한 내 장마당의 부상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제목은 '주체사상은 죽고 시장은 일어나고 있다' 였습니다. 시장의 역할이 증대하고 있는 북한 사회의 변화상을 다루는 것이었죠. 장마당 거래는 마침 공동진행자 박연미씨가 북한에서 어렸을 적에 겪었던 일이라서 더욱 실감있게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두번째 프로그램은 북한의 교육과 선전선동에 관한 주제였습니다. 북한에서는 사상교육으로 주민들의 생각을 통제하고 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라는 점에서 아주 적절한 주제였죠. 세번째 프로그램의 주제는 북한의 보건의료체계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또 네번째 프로그램은 한국 내 탈북자가 재입북하는 실태의 배경에 대해 다뤘습니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저희는 세계 시청자들이 북한문제에 대해 가장 흥미로와 하고 궁금해 하고 또 시의적인 주제를 택하고 있습니다.
제가 물론 주진행자이긴 하지만 가능하면 공동진행자인 연미씨가 관심이 많이 가는 주제를 다루려고 노력합니다. 박연미씨가 그냥 옆에서 단답으로 대답만 하는 게 아니라 탈북자로서 자신의 북한 내 경험을 살려 실태를 실감있게 전하는 그런 활발한 진행을 하면 저희 청취자들에게도 훨씬 유익하고 더 흥미로울 것이라고 생각해서입니다.
전: 라티그씨는 한국 언론의 기고를 통해 북한 문제를 풀어 나가는 데는 ‘말 뿐이 아닌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하시던데요. 방송에서도 그런 점을 볼 수 있었습니다.
라티그: Talk is great. We can analyze and figure things out, but I'd like to have some type of action point connected with it…
저희 인터넷 방송에서는 북한의 암울한 면만 전하는 게 아니고 북한 주민들이 밝은 미래를 향해 행동하는 것, 특히 자유를 갈망하는 실태에 대한 것에도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계인들이 단순히 북한문제를 탁상공론만으로만 다루지 않고 무엇인가 실제 행동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내용을 진행합니다. 북한문제에 대해 분석하고 이해하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그 결과를 특정 시점에 가서는 행동으로 표출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RFA 초대석, 이 시간에는 미국의 명문 하버드대학교 교육대학원 출신으로 현재 한국 내 탈북자들의 영어교육을 돕고 세계인들에게 북한의 실태를 알리는 일에 힘을 쏟고 있는 탈북청소년 대안학교 물망초의 국제자문 케이시 라티그 (Casey Lartigue, Jr.)씨와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