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을 만나보는 RFA초대석,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에는 진정한 종교의 자유가 없다.' 매년 국제 종교자유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는 미국 국무부와 세계 종교의 자유를 감시하는 민간 단체들이 늘 지적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북한에는 단순히 종교의 자유만 없는 게 아니라 종교, 특히 기독교를 믿는 주민들에 대한 탄압은 상상을 초월할만큼 가혹하고 반인륜적이라는 것이 최근 한국에서 발간된 책 '박해'에서 드러났습니다.
'박해'는 한국에 들어간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북한의 종교박해 실태를 조사해 그림과 글로 모은 것으로 북한 정권이 어떻게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기독교 신자들을 감시하고 교화소와 수용소에 수감해 고문 처벌 처형하는 지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북한인권개선을 위해 활약하고 있는 한국의 민간단체 '북한정의 연대' 의 정베드로 대표가 또 다른 인권활동가와 지난 달 공동으로 펴냈습니다. 최근 출판 기념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종교박해 실태를 고발한 정 베드로 대표를 만나봤습니다.
전수일: 8월초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북한자유이주민 인권을 위한 국제의원연맹, IPCNKR 행사에 다녀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일로 가셨었습니까?

정베드로 대표: 저는 2007년부터 매년 옵저버-참관인- 자격으로 비정부기구를 대표해 국제의원연맹 회의에 참여해왔습니다. IPCNKR은 국제의원들이 북한 인권 상황과 탈북자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국제회의라서 현장 활동가 의견을 많이 청취하길 원합니다. 그래서 회의 때 증언과 발표를 하곤했습니다. 이번에는 북한의 지하 기독교인들에 대한 종교박해 실태를 모든 의원들에게 설명하고싶어 사진전시회를 열었습니다. 동유럽의 구 공산권 나라들의 많은 의원들이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루마니아. 체코, 폴란드 등 구 공산권 국가의 의원이 많이 왔습니다.
전: 전시 자료는 어떤 것이었습니까?
정 베드로: 지난달25일 프레스센터에서 북한의 종교박해실태 고발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박해’ 라는 책의 내용을 그림으로 제작해 전시했습니다.
전: ‘박해’란 책에 담겨있는 주요 내용은 어떤 것입니까?
정 베드로: 원래 북한에는 우리나라에 기독교를 전했던 최초의 선교사들이 뿌린 복음의 씨들이 그루터기처럼 남아있었습니다. 이런 것은 잘 알려지진 않았었지만 한국에 들어온 탈북민들의 증언이 이어져 왔습니다. 북한에 살아있는 그루터기와 같은 신앙을 증언자 별로 정리하고 신앙생활이 어떻게 이어져 오고 있으며 그에 대한 박해는 어떤 것인지를 사례로 담았습니다. 또 한 가지는 김일성의 기독교 박멸 정책에도 불구하고 북한에는 50여개의 신분계층이 있는데 고위 계층부터 제일 하위 계층까지도 신앙을 갖고있다는 사실을 기술했습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3백만명의 주민이 아사할 때 중국에 건너간 탈북자들이 그곳 선교사와 목사님들의 복음을 듣고 북으로 다시 자발적으로 들어가거나 강제북송됐을 때 북한에 새로운 기독교 복음을 확산했다는 것 -저희는 책에서 이들을 신지하교회인들이라고 지칭했습니다만- 이들이 그루터기 신자들과 함께 현재에도 지하교회를 통해 복음을 전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시기별로 나눠 정리했습니다.
전: 북한에서는 주체사상 이외에 그 어떤 종교도 금지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방금 언급하신 북한의 간부로부터 풀뿌리 주민까지 기독교 신앙을 갖고 있다는 지하교회 신자들은 어떻게 예배하며 신앙을 유지합니까?
정 베드로: 1950년대 후반과 60년대 초반 김일성이 기독교를 거의 완전하게 없앴다는 종교 박해 시기에는 지하교인들은 서로 암호등 특수방법으로 신앙지도자들과 함께 특별한 날을 정해 비밀장소에서 만나 예배를 드리기도했습니다. 하지만 60년대 초 이후에는 이런 비밀활동도 박해와 핍박으로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60년대 이후 80년, 90년대 계속해서 가족단위의 개별적인 신앙 행위로 이어졌습니다. 특별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끼리는 비록 입으로는 예수를 믿는다고 하거나 기독교 전파를 할 수는 없어도 생활 가운데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복음을 전하는 선교와 신앙이 이어져 왔습니다. 90년대에 탈북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탈북자 가운데 기독교를 접하고 북송된 사람들은 박해를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예수를 부인하지 않는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교화소 수용소 내에서 기독교인을 박해해도 기독교 신앙을 견지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기독교 신앙행위는 거의 지하에서 비공개로만 이뤄지고 있으며 공식적으로는 칠골교회와 봉수교회 같은 위장교회 내에서의 예배만이 존재합니다.
전: 지하교인의 규모를 얼마로 추산하십니까?
정 베드로: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의 수감자40-50퍼센트가 기독교 신앙을 이유로 수감됐다고 합니다. 정치범수용소 수감자 인원이 20여만명이니까 8만에서 10만명은 기독교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거기에다 지금까지 탈북자 30만에서 50만명 정도가 강제북송 혹은 북으로 갔는데 이들 가운데 중국에서 조선족 기독교 교회를 접촉하거나 선교사 복음을 들은 사람들이 다수입니다. 그래서 강제북송되거나 재입북하는 사람들 중에 북한에서 지하 신앙생활을 하는 숫자를 15만-20만명 정도로 봅니다. 윤여상 박사도 북한의 종교박해실태 고발 기자회견에서 탈북자들을 인터뷰한 결과 조사 대상의 1퍼센트가 기독교를 접촉했거나 알고 있거나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전: 그런데 기자회견에 나와 증언한 탈북자 한정화씨는 김일성 종합대 신학과를 나와 봉수 교회에서 봉사도 하고 칠골교회에서는 전도사로 2-3년간 활동을 했다던데 기독교 신앙이 금지된 나라에서 누구를 상대로 봉사를 한다는 겁니까? 모순이 아닙니까?
정 베드로: 1989년 평양에서 세계 청년평화축제가 열렸을 때 전세계 청년들을 초대하기 전에 김일성은 북한에도 종교자유가 있음을 선전하기 위해 종교학과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대다수 방북자가 기독교 종교인이라서 그런 면에서도 필요했던 겁니다. 1988년도 김일성 종합대학교에 종교학과를 신설하면서 그 안에 기독교, 불교, 천주교 학과를 두었던 것이죠. 각 학과 정원은 50명이었고요. 전략적으로 만든 것이었습니다. 근데 증언한 한정화씨는 당시 기독교학과로 선정됐었던 겁니다. 거기서 김일성의 박해시대때부터 북한 내 기독교가 어떻게 확산됐는지, 또 어떻게 기독교를 처벌하고 박멸했는지, 기독교인들은 어디에 수감하고 어떻게 기독교인들의 활동이 이뤄지고 있는지 그리고 지하교인은 어떻게 적발하는 지등 실제로 기독교 박해를 위한 방법을 배운 것입니다.
전: 그러니까 성경의 복음과 사랑을 전파하기 위한 전도사가 아니라 박해하고 프로파간다 선전하기 위한 것이었군요?
정 베드로: 그렇습니다. 증언자도 봉수교회에 3개월 있다가 칠골교회로 가서 한 일이 외부인들이 방문하면 기독교식으로 예배를 인도하고 전도사로 위장해 활동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밖에도 기독교인 구금소에 가서 처형도 하고 이들을 훈련연습 대상으로 사용하면서 실제 박해에 가담했었습니다.
전: 당국에 적발되면 기독교인들 노동단련대 교화소 정치범수용소에 가는데 거기에서 여러 고난 즉 중노동 고문 처형 등을 받을텐데 이번에 의원연맹 회의에 가셔서 그런 실태도 많이 설명하셨겠네요.
정 베드로: 이번에 전시장에서 여러 의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설명을 드렸습니다. 아프리카 아프가니스탄, 구 동구 출신 의원들에게 설명을 했더니 어떤 분들은 너무 끔찍해서 믿기가 어렵다 하기도 하고, 또 어떤 분들, 특히 구 공산권 출신 의원들은 정말 믿더군요. 유대인 대학살을 경험했기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이런 설명을 했는데 특히 루마니아 의원 측 기독교 모임에서 저희를 그쪽 의회에 초청했습니다. 사진 전시를 해달라고요. 지금 그 전시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북한의 인권과 자유의 피해자 가운데서도 가장 극심한 핍박 계층은 기독교인입니다. 김일성은 주체사상을 가장 위협하는 세력이 기독교임을 알았기 때문에 가장 무자비하게 기독교를 탄압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취지에서 책도 쓰고 기자회견도 하고 전시회도 하는 것입니다.
전: 그럼 아직도 북한에서는 철저하게 종교행위를 금지하고 박해하고 처벌하는데 지하교회의 미래가 있겠습니까?
정 베드로: 저는 반드시 북한의 지하교회는 죽지 않고 끊임없이 이어져 갈 것임을 확신하게 됐습니다. 또 북한의 그루터기 성도들과 신지하성도들의 기도가 있어서 한국교회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복음의 뿌리, 살아있는 기독교 정신은 북한 지하교회에 있다고 믿습니다. 예수님 시대에 로마의 기독교 박해와 핍박을 받고도 기독교는 죽지않고 전세계에 퍼졌듯이 나중에 한반도가 통일될 때 북한의 지하교회와 성도들이 핍박을 이겨낸 것은 한국 교회의 자랑이고 전세계 기독교 역사의 획기적인 교회사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전: 북한에서 기독교를 믿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한국 기독교계와 인권단체는 어떤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정 베드로: 북한에서 핍박 받는 지하성도들은 성경책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기독교 방송을 청취한 이유로, 목사와 선교사를 중국에서 만났다는 이유로 수용소, 특히 완전통제구역에서 죽어가고 있습니다. 지금도 북한에는 실제로 기독교도 만을 구금하는 비밀장소가 있습니다. 그들은 모든 생체실험과 특수훈련 실험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저도 그 사실 여부가 궁금했었는데 북한인권 활동을 하면서 사실임을 확실히 알게 됐습니다. 한국교회는 더 이상 북한의 위장된 교회를 확인도 없이 무조건 지원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그런 지원은 북한의 우상숭배 체제에 재물을 바치는 또 다른 우상숭배라고 봅니다. 북한 종교의 자유와 인권을 위해 한국교회는 정신을 차려 북한 주민과 지하 성도를 위한 제대로 된 지원과 관심과 기도로 다시 출발해야 한다고 봅니다.
RFA 초대석, 이 시간에는 최근 북한의 종교박해실태를 책으로 발간한 한국의 북한인권 민간단체 '북한정의연대'의 정 베드로 대표로부터 북한이 어떻게 기독교 신자들을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감시 처벌하면서 종교 말살정책을 펴고 있는 지에 대해 들어 봤습니다.
저는 전수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