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을 만나보는 RFA초대석,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한국 내 탈북자들의 소통을 위해 만든 인터넷 광장 '탈북민 닷컴' ( http://www.nkcom.org/)의 운영자 강 디모데씨. 현재 건국대학교 3학년인 탈북 대학생인 디모데씨는 같은 학교 친구들과 올 봄 이 웹사이트를 만들어 타향땅 남한사회에 살고 있는 2만5천 탈북자들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정착생활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또 남한사람들에게는 이 인터넷 광장을 통해 탈북자들의 고향인 북한 사회와 문화를 알려 탈북자사회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탈북자들도 남한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격려와 인정과 사랑이 필요한 이웃이라는 인식을 확산하는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학업과 사회활동은 물론 결혼생활도 함께 즐기고 있는 강 디모데씨를 전화로 만나봤습니다.
전수일: 한국에는 탈북자들을 위한, 탈북자들에 의한 웹사이트가 이미 많습니다. 그런데 탈북민 닷컴 웹사이트를 개설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강 디모데: 실제 많이 있다고는 하지만 탈북민을 위해 개설된 홈페이지는 별로 못 봤습니다. 북한인권을 해외에 알리는 사이트는 많이 있지만 탈북민들을 위한 사이트는 많이 없습니다. 탈북민이 남한 사회에서 정착하는 과정에 소통이나 질문 혹은 정착의 어려움을 호소할 온라인이 별로 없어서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또 대학생들의 학업문제나 취업문제 아니면 심리적으로 외로운 문제도 있습니다. 경제적인 어려움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부분을 온라인 상으로 해소할 수 있겠다 싶어서 만들었습니다.
전: 지난 3월에 개설해 불과 5개월여만에 페이지 조회수가 100만을 넘었고 웹사이트 방문 횟수는 거의 5만을 육박했습니다. 이런 좋은 반응의 원인이 뭐라고 보십니까?
강: 북한이라는 키워드를 볼 때 많은 분들은 정치적으로 그리고 좌우 대립이념으로 보는 편견이 앞섭니다. 그래서 우리는 저희 웹사이트에 문화와 이념을 넘어 통일의 장이라고 제목을 붙였습니다. 통일이란 건 사람과 사람이 하나가 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탈북민 사회에서 나오는 정보와 북한 실상 혹은 탈북민 소식은 남한 사람들에게는 북한과 탈북자사회에 대한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되고 또 탈북민들에게는 이런 사이트를 통해 먼저 한국에 온 선배들의 긍정적인 활동을 보고 희망을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심리적 외로움이나 사회적 갈등 문제를 이런 작은 소통의 장을 통해 해소함으로서 한국사회에 잘 정착하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런 점에서 남한사회나 탈북민들에게 화제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전: 정보 얘기가 나왔지만 실제 웹사이트의 정보마당에는 생활정보, 취업정보, 교육정보, 법률정보, 거기다 맛집정보까지 제공하고 있던데요.
강 디모데: 네. 탈북민들이 한국에 오면 남북한 음식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고향의 그리운 음식을 찾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제가 실제 가봤던 식당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전: 일자리를 구하는 문제는 탈북대학생뿐아니라 한국학생들에게도 관심사입니다. 모두 취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또 법률정보란도 있던데요, 취업정보와 법률정보란이 어떻게 운영되고 어떤 자료를 제공하는지 소개해 주시죠.
강: 대한민국의 법 안에는 탈북민들에 관한 별도의 법규가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탈북민은 이런 내용을 잘 모릅니다. 정부가 특정한 탈북민 관련법을 발표하지만 그에 대해 일일이 탈북민들에게 설명해 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을 온라인상에 올려 관심잇는 사용자들이 참조하도록 만들어 놓았습니다. 취업도 대한민국 국민 전반적으로 취업난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더 어려운 건 탈북민들입니다. 정부는 취업제도를 만들어 탈북민의 취업 문제를 많이 해소하기는 합니다. 주로 고용주에게 탈북민 채용 경우 5년이란 기한을 두어 고용주에게 절반의 임금 지원을 하는 것인데요, 하지만 5년이 지나면 국가 지원은 끝납니다. 그래서 지원 시한이 끝나면 스스로 자립하는 탈북민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하지만 기업에 따라서는 탈북민에 대한 관심이 있는 곳을 많이 봤습니다. 그래서 이런 기업들과 탈북민들을 연결해 주는 역할이 필요할 것 같아 취업란을 마련했습니다.
전: 탈북민마당의 탈북민영상이 특히 인기 있다고 들었습니다. 탈북민영상은 주로 어떤 것입니까?
강: 탈북민들이 한국에 와서 북한 실상을 알리는 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한국사람들은 원래 북한이 보여주는 평양의 모습에만 익숙해 있는데 탈북민들이 와서 보이지 않는 실상을 전하면 처음에는 그런 얘기에 의혹을 품지만 계속 증언을 들으면 사실임을 믿게 됩니다. 이들의 증언관련 동영상을 많이 찾습니다. 그리고 한국사람들은 탈북민들이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는 지에 대해서도 궁금해 하는 분도 많습니다. 그래서 탈북민들이 남한사회에서 잘 정착해 살아가는 영상을 담은 스토리들도 많습니다. 탈북민 역시 그런 영상을 보면서 도전을 헤쳐나가려는 힘을 얻는 모습을 봤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탈북민들의 영상이 인기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영상 미디어가 주는 효과가 큰 점도 있습니다.
전: 통일마당에는 ‘자주하는 질문’ 란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탈북민뿐 아니라 남한사람들이 북한과 탈북자들에 대해 궁금한 질문들이 올라와 있던데요, 예를 들어 ‘북한에 지하교회가 있나?’ ‘북한사람들에게 인권은 무엇인가?’ ‘지방의료원에서 진료 받을 경우 탈북자로서 어떤 혜택 받을 수 있나?’ 등인데요, 생소한 자본주의 시장경제 사회에서 살아야 하는 탈북민으로서는 질문이 끝이 없을 것 같습니다.
강: 탈북민들도 북한에 살 때 교회가 있는지 없는지 아는 이는 극소수입니다. 저희도 몰랐습니다. 북한의 지하교회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남한사람뿐 아니라 탈북민들도 궁금해 합니다. 북한에서 왔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폐쇄적인 사회라서 북한에 대해 잘 모릅니다. 그리고 통일을 해야 하나? 라는 문제에 대한 질문도 많습니다. 제가 그에 대한 답변을 달 때 조심스러운 면도 있었습니다. 제 답변은 객관적인 사실보다는 주관적인 생각이기 때문에 그에 대해 사람들이 오해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이 문제에 대해 남한사람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그래야 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고 봤습니다. 남북 문화만 해도 70년간 갈라져 서로 다른 게 많습니다. 북한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경우 남북이 하나될 때 도움이 될 거란 생각에서 자주하는 질문란을 만들었습니다.
전: 나이 든 탈북자들, 특히 50대 60대 이상의 분들은 컴퓨터나 인터넷 사용 방법을 모르거나 서툴 텐데요, 이런 연령대는 웹사이트 이용의 혜택을 보지 못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강: 그건 사실입니다. 저는 20대 대학생이라서 많은 소통을 나누고 싶은 대상을 20대에 두었습니다. 물론 좀 더 욕심을 낸다면 전 국민이 대상이 되겠죠. 하지만 그래도 미래는 젊은이들 것이 아니겠습니까? 윗세대분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6.25를 겪어서인지 서로 상처를 많이 갖고 있더군요. 그런 상처 때문인지는 몰라도 통일에 대한 관점이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한반도의 미래를 볼 때는 평화 안보 교류 소통 등의 여러 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20대 30대와의 교류에 중점을 두고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 작년에 결혼했다고 들었습니다.
강: 그렇습니다.
전: 아내는 어떤 사람입니까?
강: 같은 이북사람입니다.
전: 대학생으로 공부하면서 결혼하면 경제적 심적 시간적으로 부담이 되지 않습니까?
강: 결혼생활하면서 학교생활과 그밖의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힘든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저희가 한국에 올 때를 생각하면 아무것도 없는 맨바닥에서 뛰어 오른 것 아니겠습니까? 그때 올챙이 적 생각하면 지금 누리고 있는 게 너무나 과분하고 감사합니다. 그런 초심을 갖고 어려움을 견디며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 안주하기보다 미래에 도전하면서 살아가는 것 자체, 북한에서는 그런 꿈을 꿀 수는 있을른지는 몰라도 실현이 불가능한 곳 아니겠습니까? 근데 지금 한국에서는 내가 꿈 꾸는 걸 현실로 이뤄간다는 자부심이 가득합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자유가 정말 좋다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전: 그리고 아내와는 역경의 경험과 한국 정착의 문제도 서로 알고 있으니까 힘이 되고 지지가 될 것 같습니다.
강: 그렇죠. 아내도 똑 같은 고생을 했고 제가 하는 활동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어서 힘을 실어주고 또 동반자로서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전: 디모데씨는 건국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과 3학년이라고 들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학과는 무얼 배우는 학과입니까?
강: 커뮤니케이션 학과라면 의사소통이나 신문방송학 같은 걸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그 전공 안에는 다양한 분야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사학, 기호학, 매스미디어, 저널리즘 등 다양한 학문이 분포돼 있습니다. 그중에 저의 가장 큰 관심은 미디어와 영상입니다. 그걸 집중해서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전: 미디어라는 건 신문 방송 같은 언론 매체를 뜻하는 것인가요?
강: 그렇습니다.
전: 그런데 디모데 씨의 미래의 꿈은 커뮤니케이션학과의 전공을 살리는 것 보다는 기독교 선교사가 되는 것이라고 들었는데요.
강: 제 부모가 북에서 모두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꽃제비 삶을 살았죠. 꿈을 잃고 살았을 때가 많았고 왜 살아야 하는지 허무감에 빠질 때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나를 잘 잡아주고 사랑이 무언지 깨닫게 해준 것이 기독교 신앙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나를 이끌고 꿈을 갖고 희망을 갖게 한 건 기독교 신앙이었기 때문에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선교를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전문 엔지니어 자격도 갖춰 나중에 북한에 문이 열리면 제게 도움을 준 선교사들처럼 북한 주민을 돕고 싶습니다. 고아나 꽃제비들에게 기술도 가르치고 기독교 신앙도 선교해서 그들이 굳건히 자립해 사회의 지도자로 클 수 있게 하는 게 꿈이고 지금 제가 준비하고 있는 일입니다.
RFA 초대석, 이 시간에는 한국 내 탈북자들의 소통과 정착생활에 도움을 주는 인터넷 광장 ‘탈북민 닷컴’의 운영자인 탈북대학생 강 디모데씨와 함께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저는 전수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