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을 만나보는 RFA초대석,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7년째 매년 북한을 방문해 선진 의술을 전하고 의약품과 의료 장비를 지원하는 미국의 민간단체가 있습니다. 한인 의사들로 구성된 재미한인의사협회입니다. 이 단체의 전문의사 몇 분이 지난 10월초 평양의 병원을 찾아 북한 의료진과 함께 환자도 치료하고 새로운 수술 기법을 전수하고 돌아왔습니다.
오늘 초대석에서는 이 협회의 해외봉사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박기범 위원장을 모시고 대북 의료봉사에 관한 얘기를 들어 봅니다. 박 위원장은 신경외과 전문의로 대북 의료인 교류 초기부터 자원봉사에 참여했고 현재는 캄보쟈 국립 의과대학에서 신경외과 전공의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인터뷰 부분적으로 통화상태가 안 좋거나 영어가 많은 부분은 청취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기자의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전수일: 재미한인의사협회 의료진이 2007년부터 매년 2차례 방북했다고 들었습니다. 협회의 회원은 모두 몇 분인가요?
박기범(Dr. Kee B. Park)위원장: 활발하게 참여하고 계신분들만 약3백명 됩니다.
전: 각자 전공도 다양하겠습니다.
박: 그렇습니다. 종합적입니다. 다양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neuro surgeon society 회원이고 전공이 척추 신경외과입니다. 그래서 spine surgery society 회원이기도 합니다.
전: 그런데 평양에 들어가 북한 의료진에게 제공한 봉사자 의사분들의 전공분야가 신경외과 방사선과 안과 마취과 등 네 분야라던데요, 많은 전공분야 중에서 왜 이 네 분야를 선정하신 이유가 있습니까?
박: 2007년 처음 대북 의료 봉사활동을 시작할 때 시작한 분야 중의 하나가 신경외과였습니다. 그래서 그 분야 전문의사가 들어갔었고 그 다음해 2008년에 북한의 관련 전문의사들을 미국에 초청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교류가 어느정도 자리를 잡는 과정에 재미한인의사협회가 저를 접촉해서는 해외봉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달라고 제의했습니다. 그걸 제가 수락해서 바로 이 분야가 저희 협회의 대북 의료봉사 분야의 하나로 자리 잡은 겁니다. 그때부터 저희는 대북 의료봉사활동을 외부에 적극 알리기 시작했고 자원봉사하실 의사들을 모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봉사를 하겠다는 의사분이 나오면 이들을 모아 북한을 방문한 것이고요. 예를 들어 지난 5월에는 북측에서 성형외과쪽 지원을 요청해 왔습니다. 박: 북한에 유방종양 암센터가 세워졌는데 거기서 특별히 원한 의술이었습니다. 그 전공 의사분을 찾아서 모시고 갔습니다. 또 방사선과 안과 마취과 전문 의사분들도 자원을 하셔서 이 4가지 전공 분야의 전문의들을 모시고 지난번 방북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까 특별히 어떤 전공의사 방북단을 미리 계획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 그때 자원봉사하는 분들을 모아 방북하는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방북하는 의사분들의 전공분야는 매번 다릅니다.
전: 의료기술 전수 외에도 직접 가서 북한 환자를 진료하거나 치료하기도 하십니까?
박: 그럼요. 저희가 가는 북한 병원은 두 곳입니다. 하나는 평양의과대학병원이고 또 하나는 평양 적십자병원입니다. 그런데 이 병원에 와서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우리는 방북 전에 미리 어떠한 의료기구나 장비를 준비해 갈 것이니까 그와 관련한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을 준비해 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그러면 북측 의료진이 준비해 줍니다. 거기 가서 북한 의료진과 함께 환자 상담하고 수술 전략을 세우고 수술도 함께 합니다.
전: 북한 의료진과 함께 수술을 같이 하셨다는 말씀입니까?
박: 그렇죠. 수술을 가르치는 데는 수술을 직접 같이 하는 방법이 최고입니다.
전: 그럼 단순히 칠판 놓고 강의하는 게 아니라 실제 수술을 같이 한다는 거군요?
박: 그렇죠. 같이 수술하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설명보다는 같이 수술을 한 두번만 하면 익힐 수 있습니다. 수술을 하면서 수술장비를 어떻게 사용하는 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특별히 가르친다고 할 것도 없습니다. 그쪽 의사분들도 수술 기술이 대단합니다. 잘 합니다.
전: 근데 이번에 가셔서 북한 의료진과 함께 실제 했던 수술이 무엇인지 한 가지 소개해 주시죠.
박: 네. 평양적십자병원에서 수두증 환자를 수술했습니다. 뇌에 액체 있어 압박이 높아지는 병입니다. 이런 환자 치료는 종전에는 머리에 튜브를 꽂아 넣어 액체-척수액-을 뽑아 복부 내장에 연결해 넣어주는 션트관 삽입 방법을 써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수술 매번 션트관을 구입해야 하고 또 그 값도 비쌉니다. 하지만 그 대신에 내시경을 사용해 머리의 수두증 부분에 구멍을 하나 뚫어 처리하면 션트가 필요없습니다. 그런식으로 수술하면 기계 하나로 수술을 몇 백 번이라도 할 수 있습니다. 션트관이 필요 없으니까요. 그 수술을 제가 작년 10월에 북한에 가서 그곳 의료진과 함께 처음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돌아 온 뒤에 북한 의료진이 스스로 그 수술을 몇 번 해봤다고 합니다. 일단 수술을 몇 번 하다 보면 질문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이번에 다시 방북했을 때 다시 함께 내시경 수두증 수술을 하면서 그런 궁금증을 풀어 줄 수 있었습니다.
전: 그러니까 옛날 같으면 튜브를 머리에 꼽고 물을 뽑았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없이 내시경으로 구멍 하나만 뚫어서도 치료 할 수 있다는 말씀이네요?
박: 그렇죠.
전: 이런 의료기술뿐 아니라 의약품과 의료기계도 전달했다고 하던데 어떤 것인지요?
박: 세계신경외과협회에 equipment donation program이라는 게 있습니다. 세계신경외과협회에서 기부를 받은 것들입니다. 수술실 현미경도 제공했고 이런 저런 필요한 것들을 많이 보냈습니다.
전: 제가 한국에 들어간 탈북자 의사를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공부해 다시 의사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해야하는데 영어공부가 제일 어려웠다고 합니다. 박 위원장님을 비롯한 미국 의료진들은 미국에서 공부하셨고 선진 의술과 책이 모두 영어일텐데 북한의료진이 배우는데 언어장벽은 없습니까?
박: 제가 북한에 의료봉사를 하러 다닌 지 5년 됐는데요 그동안에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영어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겁니다. 그쪽 선생님들도 의대에서 강의할 때 가능하면 영어로 강의하라고 한답니다. 또 영어 학원에 다니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분들 영어 수준이 생각보다 꽤 높습니다. 또 평양의대가 거기에서는 최고 학교이니까 똑똑한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영어는 거진 다 잘 합니다. 영어뿐 아니라 중국말 일본말 독일어 러시아어도 합니다. 여하튼 언어는 잘 합니다. 한국어로 쓰인 책도 읽지만 영어책도 잘 읽습니다.
전: 박 위원장님은 여러 차례 봉사자들과 함께 북한을 다녀 오시면서 의료기술도 전하고 기구나 책도 제공하셨습니다. 그런 것이 북한에 얼마간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전반적으로 북한의 의료상황을 개선 향상하기에는 부족할 겁니다. 어떤 근본적인 조치나 정책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신 적이 있는지요?
박: 있습니다. 처음에는 왜 이나라가 의료쪽으로 발전이 안 됐나 곰곰히 생각해 봤습니다. 유엔의 세계보건기구에서 나온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민 1인당 매년 국가가 쓰는 건강의료비용이 제일 많은 나라가 미국입니다. 1년에 1인당 8-9천달러입니다. 근데 제일 밑바닥 나라가 어딘지 아세요?
전: 혹시 북한?
박: 맞습니다. 북한인데 1년에 1인당 1달러가 채 안됩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국민의 건강의료비용에 쓸 돈이 왜 이렇게 없을까? 북한의1인당 GDP 국내총생산은 그래도 몇 백달러가 되는데. 그 돈을 어디에다 다 쓸까?' 해서 조사해 봤더니 전체의 30퍼센트 약 80억달러 정도가 군사비용으로 나가는 겁니다. 남한의 국방비는 한 해 250억달러입니다.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고요. 북한보다 세배나 높죠. 하지만 남한의 총 예산에 비하면 그건 3퍼센트도 안 되는 수준입니다. 그러니까 남쪽에서는 국민 건강의료에 드는 비용을 여유있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죠. 아마도 북한에서 국방비 지출을 높게 잡는 것은 남한과 비교해 그 정도는 되어야 자신의 안보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북한의 건강의료비용을 증가시키기 위한 최선의 방법의 하나는 남북간 평화를 추구해 서로 국방비용을 줄이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휴전선에 대치한 남북한 젊은이들의 군복무 하는 데 드는 예산 낭비는 물론이고 이들의 인력자원도 낭비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중국이나 일본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직 남북한 만이 그렇습니다. 그래서 남북한이 평화를 찾아 각각 군사비용을 줄이고 그 줄인 것을 건강의료와 같은 사회적인 복지 비용에 충당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RFA 초대석, 이 시간에는 7년째 매년 북한을 방문해 선진 의술을 전하고 의약품과 의료 장비를 지원하는 미국의 민간단체 '재미한인의사협회'의 해외봉사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박기범 위원장을 모시고 얘기를 들어 봤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