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초대석] 남한에서 북한음식을 가르치는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의 이애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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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물을 만나보는 RFA 초대석, 진행에 전수일 입니다.

북한의 향토음식과 조리법을 가르치는 곳이 서울 한 복판에 있습니다.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인데요, 이 연구원은 한국에서 탈북여성으로는 처음으로 2009년 명문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식품영양학으로 박사학위를 딴 이애란씨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출범한 지 4년 여만인 올 1월 중순, 이 연구원은 북한향토음식전문가 과정을 마친 20여명의 졸업생을 처음으로 배출했습니다.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을 찾아 이애란 원장을 만나 봤습니다.

전수일: 오늘 강의하시는 걸 봤습니다. 수강생들이 오늘 무얼 배웠습니까?

이애란 원장: 북한향토음식 전문가 과정으로 북한의 지역별 향토음식을 배웠습니다.

전: 오늘 향토음식 한 가지를 실제 먹어봤습니다. 평양온반 개성장국밥 감자만두 등이 있던데요 가르치시는 음식이 모두 북한 음식만인가요?

이: 네. 북한 음식만 합니다.

전: 해주비빔밥과 평양비빔밥도 있던데 이것들이 남한 비빔밥과는 어떻게 다릅니까?

이: 비빔밥은 지역마다 다릅니다. 남한에서 잘 알려진 비빔밥은 전주비빔밥인데 요 이 전주비빔밥은 원형 전주비빔밥이 아닙니다. 원래 전주비빕밥의 원형은 소고기 육수로 밥을 지어서 소고기 육회를 얹고 통나물을 얹어 고추장으로 비벼 먹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전주비빔밥은 고사리라든가 파란색 빨간색 야채 등을 섞어 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건 원형이 평양비빔밥입니다. 평양비빔밥은 미나리 고사리 도라지 숙주 그리고 볶은 소고기를 넣어 비빕니다. 근데 해주비빔밥은 간장에 비비는 게 특징입니다. 또 소고기가 아닌 닭고기를 얹어 비벼 먹습니다. 간혹 돼지고기 전을 부쳐 얹어서 비비기도 하고 콩나물 고사리 도라지 등을 얹기도 합니다. 밥을 돼지기름에 볶아 거기에 간장을 넣고 비벼 고소한 맛이 있습니다.

전: 아래층의 능라밥상이란 음식점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에서 운영하는 건가요?

이: 저희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에서 교육도 하고 연구활동을 하면서 여기 남한에서는 북한 음식으로는 냉면 순대 만두 등만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여기서 연구 개발한 음식들을 음식점에서 선보일 필요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고 탈북자들의 일자리 창출도 할 수 있고 해서 능라밥상 음식점을 마련했습니다.

전: 능라밥상의 식단을 보면 평양온반 개성장국밥 말고도 녹두지짐 감자지짐 감자만두 개성무찜 등 이런 것들이 있는데 남조선 사람들이 좋아합니까?

이: 대부분 좋아합니다. 양념이 강하지 않아 담백하다고 하고요. 근데 어떤 분들은 간이 심심해서 우리 입맛에 안 맞는다고 하기도 합니다.

전: 그렇다면 남한 사람 입맛은 짜다는 얘긴가요?

이: 여기 분들은 매운맛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전라도 음식위주로 통일이 되다시피해서 젓갈 고춧가루를 너무 많이 사용합니다. 반면에 북한음식은 많은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으며 사용하더라도 천연조미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처음 맛보는 분들은 좋게 말해서 ‘담백하다’ 나쁘게 말하면 ‘닝닝’하다고들 하십니다. 하지만 실제 시간이 흐를수록 북한음식이 더 좋다고들 하시죠. 너무 자극적인 건 금방 싫증이 나게 마련이거든요.

전: 그러니까 일단 맛을 보고 먹기 시작하면 북한음식들을 좋아하게 된다는 말씀이시네요.

이: 그렇습니다.

전: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에는 어떤 분들이 주로 배우러 오나요?

이: 남한 분들도 있고, 북한 이탈주민들도 있습니다.

전: 외국인들도 온다고 하던데요.

이: 외국인들은 체험 삼아 오시는 분들입니다. 우리 음식점에는 일본인들이 가끔 옵니다. 일본사람들이 북한음식을 상당히 좋아합니다.

전: 먹으러만 오나요 아니면 배우러 오나요?

이: 일단은 먹기 위해 오는데 배울 기회가 있다면 배우고 싶다는 분도 있습니다.

전: 외국인 중에 여기 와서 배우는 분들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이: 지금까지는 유학 온 대학생들입니다.

전: 배우는 분들은 요리사가 되려는 건가요?

이: 셰프가 되겠다는 건 아닙니다. 저희가 전문과정을 개설하면 셰프가 되려고 배우는 사람도 있겠지요. 하지만 아직은 그 정도 수준으로는 가지 못했습니다.

전: 셰프는 북한에서 말하는 요리사?

이: 네.

전: 현재 배우는 사람들은 앞으로 이걸 직업에 연결하려 할까요?

이: 대학생의 경우 직업 잡는데 활용하려 하고 실제 현재 요리 직업을 갖고 있는 분들은 자기가 일하고 있는 곳에서 요리를 다양하게 하고 싶어서, 또 창업을 위해 하시는 분도 계시고 다양합니다.

전: 그러니까 현재 자기가 음식점에서 일하고 있지만 여기에 와서 북한음식을 배우겠다...

이: 네. 요리사도 계속 기술개발을 하고 요리 종류도 다양하길 바라는 시장의 요구가 있기 때문에…

전: 식품영양학자로 보실 때 남한과 북한의 맛의 차이가 짜고 맵고 한 것을 언급하셨는데 남과 북에서 많이 쓰이는 재료의 차이는 어떤가요?

이: 남북 차이를 얘기하기는 어렵습니다. 남쪽도 서울 충청도 전라도 등 지방에 따라 쓰는 재료가 모두 다릅니다. 북한에서도 평안도 함경도 황해도의 재료가 다 다릅니다. 그래서 함경도 경우 감자가 많이 나니까 감자를 이용한 음식이 많고 동해바다의 생선을 이용한 식혜가 많습니다. 황해도 경우 서해바다를 끼고 있어서 젓갈이나 쌀을 이용한 음식이 많습니다.

전: 서울에 오래 사셨는데 서울사람들이 먹는 음식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이: 서울사람들은 음식이 국제화 되다 보니까 상당히 다양한 음식을 들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서양음식을 따라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전: 남한에서 탈북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식품영양학 박사학위를 받으셨는데 이런 음식을 전공한 것이 북쪽에서의 경험 때문인가요?

이: 제가 북한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같은 걸 하게 됐습니다. 북한에서는 제가 출신성분이 나빠 다른 대학을 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공계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처지였습니다. 이걸 택한 건 제 운명이었던 것 같습니다.

전: 입구 문에 ‘남북한 통일은 밥상에서부터’ 라는 문구가 쓰여져 있던데요, 어떤 의미로 그런 구호를 사용하신 겁니까?

이: 남과 북이 분단되어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나다 보니 이질감도 생기고 소통이 안 되다 보니 서로 오해도 많고 선입견도 있습니다. 문화적인 차이가 많아지면서 문화적으로는 물론 사회적인 분리현상이 커졌습니다. 그래서 탈북자들도 경제적인 활동에 어려움을 호소하게 됐습니다. 밥상 위에서는 누구나 만날 수 있고 소통할 수 있고 서로 즐길 수도 있고…또 북한이탈주민들이 남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음식이란 영역을 통해 자립 자활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남한 사람들은 통일을 싫어합니다. 통일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 별로 없고 관심도 별로 없습니다. 통일을 싫어하는 이유를 알아보면 전부 통일비용 때문이라고 합니다. 경제적 문제 때문에 거부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죠. 그런데 정작 북한이 개혁 개방을 통해 앞으로 경제적인 변화가 일어날지라도 지금의 북한 내 산업잠재력으로는 북한 주민들이 먹고 살기는 정말 어렵다고 봅니다. 그래서 북한사람들의 먹거리와 밥상을 확보하는 것은 관광산업을 통해 해결해야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근데 관광산업에서 제일 중요한 건 먹거리입니다. 제가 여기 한국에서 연구한 음식이나 개발한 식단을 북한을 찾는 남한사람이나 외국인들에게 관광상품으로 선보이면 북한은 북한사람들에게 일자리가 줄 수 있고 그걸 통해 먹고 사는 걸 해결할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에서 통일은 밥상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봤습니다. 사람 사는데 중요한 건 먹거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고 먹거리를 창출하려면 서로 소통하고 관계를 맺어야 하고 협력을 해 나가야 하는데 그런 걸 하는 데에는 이 밥상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전: 그러기 위해서는 외국인들의 입맛에 대해서도 연구를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이: 네.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음식을 세계화 시키겠다는 것입니다. 북한음식을 세계화 시키게 된다면 오히려 남쪽 음식보다 외국인들 입맛에 더 맞을 수 있는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 음식을 발굴해 연구하고 세계시장에 내 놓으면 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 실 예로 저희가 개성약과를 만들고 있습니다. 한국사람도 외국사람도 커피를 즐깁니다. 그 거피와 함께 먹을 수 있는 약과를 만들어 수출을 하면 북한사람들이 농사를 짓는 것 보다 외화를 더 많이 벌 수 있을 겁니다. 한민족은 갖고 있는 근면성 성실성 재능을 활용해서 먹고 살아야 하는데 그게 수출을 통해서 이뤄질 수 있고 먹거리 역시 수출을 할 수 있습니다. 저희가 약과를 개발해 이걸 세계 시장에 소개해서 그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진다면 나중에 [북한 개방 후]북한사람들이 이 약과 수출을 통해 먹고 사는데 기여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비빔밥 세계화만 해도 그렇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빵은 밥이 아니었습니다. 간식이었죠.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남한 사람들은 빵을 주식으로 밥처럼 먹거든요. 하지만 우리나라의 주식은 밥입니다. 그래서 평양온반이나 해주비빔밥 등을 빨리 간편하게 쉽게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만들면…

전: 또 빨리 쉽게 조리할 수 있게 만들면…

이: 네. 특히 요즘 건강을 많이 생각하는 시대인데요 빵보다는 평양온반이 훨씬 건강 면에서 좋고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고 좋은 음식이거든요. 그래서 이런 것을 미리 개발해 상품화 해 놓으면, 그리고 그게 세계에 많이 알려지면 향후에 북한사람들의 먹거리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RFA 초대석, 서울에서 북한의 향토음식과 조리법을 가르치는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의 원장이며 탈북여성 최초의 식품영양학 박사인 이애란씨를 만나 봤습니다.

저는 전수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