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을 위해 뛴다-63] 북아프리카에 부는 민주화 바람과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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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캐나다, 유럽, 그리고 한국에는 마치 자기 집안일처럼 북한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수년째 뛰는 단체와 개인이 많이 있습니다. 이들이 침묵하면 북한의 주민은 세계의 외면 속에 방치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인권을 위해 뛴다,’ 오늘 이 시간에는 튀니지의 혁명에 이어 북아프리카 종주국인 이집트에서 부는 민주화 바람이 북한에도 불 수 있는지, 한국과 미국에 있는 탈북자, 인권활동가, 전문가들의 견해를 모아봤습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이집트 사태 현장음)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시작된 민주화 바람은 이제 이집트를 포함한 중동 아랍권 전역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 같은 시민혁명이 과연 북한에도 일어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북한 정권도 이들 국가처럼 수십 년간 지속된 장기독재, 권력세습, 경제난 등 공통된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1997년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강철호 목사는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통화에서 북한에 반정부 시위나 혁명이 일어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딱 잘라 말합니다. 강 목사는 교육자였던 할아버지가 역사를 왜곡한 북한의 교과서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할아버지가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가고,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자, 북한을 탈출했습니다.

강철호

: 북한사람은 이집트 시위를 보면서 과연 어떻게 생각할 것이냐? 북한 사람은 미국이 이집트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어서 저런 사태가 일어났다, 그러니까 북한 정부가 그런 식으로 홍보를 하니까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북한 사람이 북한 방송을 보면서 ‘우리도 이집트 사람처럼 사회에 대해 부정적인 것, 이 사회에 대한 잘못된 점을 바로 잡아야겠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드뭅니다. 아직도 그 사람들은 시대적이 흐름과 세계의 민주주의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북한 사람은 시위를 보고 미국에 대한 반항이고, 미국에 대한 투쟁이라고만 생각하기 때문에, 북한 사람이 그 뉴스를 보면서 우리도 이 사회를 바로잡아야겠다고는 생각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현재 북한 현지 매체들은 튀니지와 이집트 반정부 사태에 대해 별다른 보도를 하지 않은 채 계속 침묵하고 있는데요,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얼마 전 이집트 시위와 관련해 반미 자주화야말로 시대의 기본 흐름임을 반증해주는 대목이라고만 보도했습니다. 신문은 '요원의 불길처럼'이라는 글에서 이집트를 친미국가로 낙인찍으며 이같이 주장했는데요, 눈길을 끄는 점은 이번 시위의 여파로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30년 장기 독재와 그의 아들의 권력 세습이 종말을 맞은 사실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북한에서 이집트와 유사한 군중 시위가 일어날 가능성이 적은 이유로 미국의 인권단체인 디펜스 포럼의 헨리 송 사업국장은 크게 두 가지를 꼽습니다. 첫째는 북한은 이집트처럼 인터넷, 손전화, 그리고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를 포함해 외부와 연결되는 정보통로가 차단됐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소셜네트워크’란 친구, 선후배, 동료 등 지인들과의 관계망을 구축해 주고 이들의 정보 관리를 도와주는 서비스로, 실시간으로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통신방법을 말하기도 합니다.

Henry Song

: The North Korean people are too hungry...

(더빙)

두 번째 이유는 북한주민이 혹독한 굶주림 때문에 공공장소에 나가 반정부 시위를 할 여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당장 먹고 사는 일이 더 급한 실정입니다. 다른 일에 마음 쓸 여지가 없습니다.

국제적인 인권활동가인 데이비드 호크 씨는 자유아시아방송에 보낸 전자우편에서 북한에서 시민봉기가 어려운 점은 무엇보다도 북한이 이집트보다 훨씬 더 억압적인 전체주의 국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집트 정부가 억압적이긴 해도, 이집트 시민은 북한 주민에 비해 활동의 폭과 사회적 공간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넓다고 호크 씨는 지적합니다.

하지만 호크 씨는 ‘아주 운이 좋으면’이라는 전제 하에 앞으로 10년 정도 지나면 북한 주민도 더는 당국에 의해 감시당하고, 여차하면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가지 않으면서도, 지금의 이집트 시민처럼 자유롭게 개인 의사를 표현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한국의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의 오경섭 연구위원은 이런 기대감이 빠르면 5년 안으로 현실화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북한 주민이라고 해서 기본적인 생존조차 보장해주지 못하는 북한 정권, 특히 김 씨 일가의 독재정치를 마냥 인내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경섭

: 이집트 사태와 같이 아래로부터의 혁명이 일어나는 일이 당장은 아니지만, 최소한 5년에서 10년 사이에는 이런 사태가 북한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집트 사태와 같이 아래로부터의 혁명이 가능하려면 두 가지 변화가 북한에서 일어나야 합니다. 현재 북한체재를 끌고 가는 것은 북한 정권의 강한 통제력입니다. 북한은 전체주의 사회이고, 전체주의 사회에서 독재자가 통치기구와 감시기구, 그리고 군대를 이용해서 민중들의 어떤 반정부활동이나 반 김정일, 반 체재 활동을 철저하게 억압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에서는 외부에서 지속적으로 북한 안으로 체재에 대한 정보를 유입시키고, 또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압박을 가하면서 북한 체제가 감시나 공포통치를 약화시킬 수 있도록 계속 압력을 가한다면 북한 내에서도 적어도 5년이나 10년 후에는 북한정권의 감시능력이 약화되고 북한주민의 반정부, 반체제 의식이 높아지고 서로 상승작용을 하면서 이집트 사태와 같은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집트 사태로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이집트 국민의 단결력을 보면서 두려워하고 있을 북한 정부가 최근 들어 손전화(휴대폰)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탈북자 강철호 목사는 말합니다.


강철호

: 지금 남한에 오는 탈북자 가운데 자기 가족이나 친척과 통화하는 사람이 60-70% 됩니다. 핸드폰을 비롯한 장비를 통해서, 여러 가지 매체를 통해서 남한의 소식, 중국, 미국의 소식이 북한에 들어갑니다. 북한에서는 이런 외부정보를 차단하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습니다. 외부 소식이 많이 들어가면 북한 사람이 눈을 뜨게 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는 북한정권에 속아 살아왔지만 외부소식이 자꾸 흘러 들어가면 북한사람의 의식이 깨어지게 되는 것이죠. 그러니까 북한은 핸드폰을 가지고 친인척이라든지 남한의 탈북자와 통화하는 데 대해 큰 두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강한 통제를 하고 있습니다. 요즘 핸드폰을 소지하거나 통화하다 발각되면 즉시 보위부에 연행돼서 엄한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북녘 땅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상상해 보는 것이 헛된 바람일지, 실현 가능한 일인지 국제사회는 북한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북한 인권을 위해 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