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캐나다, 유럽, 그리고 한국에는 마치 자기 집안일처럼 북한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수년째 뛰는 단체와 개인이 많이 있습니다. 미국, 캐나다, 유럽, 그리고 한국이 침묵하면 북한의 주민은 세계의 외면 속에 방치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인권을 위해 뛴다,' 오늘 이 시간에는 한국의 민간 인권단체인 북한민주화네트워크의 유세희 이사장을 찾아갑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탈북자 단체들이 임진강에서 구호를 외치는 현장음)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인 2월16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강에서 북한 인권단체 회원들이 북한을 규탄하는 구호를 힘차게 외칩니다. 이들은 이어 준비한 대북전단 10만장을 담은 풍선 22개를 북한으로 날려 보냅니다. 대북전단은 '뚱땡이 공화국', '인민들은 옥수수도 없어 토끼풀 뜯어 먹으며 살아가는데...'라는 문구가 적힌 비닐 재질로 북한 3대 세습의 부당성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바람이 강하게 불고 강추위가 찾아온 임진강가에서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 가운데 반백의 머리카락을 날리는 유세희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이사장의 모습도 보입니다.
고향은 경상도로 북한에 피붙이는 한명도 없고, 서울대를 나와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줄곧 대학 강단에서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했던 유 이사장. 왜 굳이 북한 인권인가?
유세희
: 뭐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요, 연령적으로 제 세대는 일본에서 한국이 해방되고 나서 나라가 두 조각으로 분단되는 과정도 보았고, 남북이 서로 싸운 처참한 전쟁도 경험한 세대이기 때문에 북한문제와 통일문제는 늘 중요한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나는 학문적으로도 전공이 원래 정치학 쪽에서도 공산권의 비교 연구, 특히 중국, 소련의 국내정치와 대외정치에 대해 집중해왔기 때문에, 당연히 북한에 대해서 보통사람에 비해서 관심을 갖게 될 수 잇게 됐습니다. 북한은 어떠한 전제 군주 제도도 뺨치는 유례없는 독재국가로서 대부분의 주민들은 인간이하의 노예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같은 동포로서 북한의 인권상황을 외면한다는 것은 역사의 죄를 짓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도덕적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유 이사장의 북한주민들에 대한 도덕적 의무감은 그가 6년 전 대학교수직을 내려놓으면서 보다 구체적으로 현실화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한국의 민간 인권단체인 ‘북한민주화네트워크’의 수장격인 이사장으로 북한의 인권 개선과 민주화를 위해 측면에서 지원활동을 펼쳤습니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는 12년 전 80년대 한국의 학생운동권 출신들이 모여 창립한 단체입니다. 한기홍 씨, 김영환 씨, 홍진표 씨, 하태경 씨, 이광백 씨 등이 북한의 실체와 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과거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지도이념과 행동지침으로 하는 소위 ‘주사파’에서 북한민주화운동가로 전향해 시작한 운동이었습니다. 이런 단체에 유 이사장과 같은 주류 지식인의 도움과 참여는 마른 땅에 단비였습니다.
유세희
: 내새울만한게 별로 없어요. 2005년에 탈북자들 몇 분을 모시고 벨기에 브뤼셀에 가서 유럽연합 청문회에서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해서 증언한 것, 몇몇 개 국제회의에서 외국학자들과, 인권단체 종사하는 사람들과 교제하고 협의하고, 국제적인 네크워킹에 도움을 준다든지 하는 일을 했습니다. 제가 연령도 있고 하니까 열심히 뛰는 데는 젊은 사람이 더 많죠. 후배들이 하는데, 힘자라는 데까지 돕고 있습니다.
여기서 유 이사장이 언급한 ‘네트워킹’이란 ‘서로 연결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아닌 게 아니라 유 이사장은 한양대학교 사회대학장, 부총장, 그리고 통일원 정책자문위원, 공산권연구협회 회장, 민족통일연구원 이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자문위원, 외교통상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 등을 하며 쌓은 국내외 각종 인맥과 내공으로 북한민주화네트워크의 영향력을 한 단계 발돋움시켰습니다.
그 결과, 이 단체는 지난 2009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주는 '대한민국 인권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대한민국 인권상은 국가인권위원회가 2006년부터 세계인권선언 기념일인 12월 10일에 국내 인권 향상에 기여한 개인과 단체에 수여하는 상입니다. 북한인권 관련 활동을 한 국내단체가 대한민국 인권상을 받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당시 한국의 일간지 동아일보는 한 사설에서 “어려운 여건 속에서 10년간 북한의 참혹한 인권 실상을 국내외에 알리고 탈북자 지원 활동을 편 공적을 국가 차원에서 인정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논평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유 이사장이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은 북한인권법의 통과입니다. 북한인권법은 지난 2005년 발의됐다가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반대로 자동폐기 된 후 지난 2008년 재발의 됐습니다. 국회 외교통상위원회를 통과한 후 법사위원회로 넘어간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야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관계로 여전히 ‘계류’ 중입니다. 한나라당은 이번 임시국회 중 법안 처리를 강조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북한을 자극해 남북관계를 경색시킬 수 있다며 법안 자체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유세희
: 우리가 창피한 일이지만 아직까지 한국에 북한인권법이 국회에 계류 중이고 통과 못했어요. 최근에도 134명의 지식인의 서명을 받아서 북한인권법의 조기 통과를 촉구하는 선언 모임을 가졌습니다. 그 다음에 국회에 가서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를 비롯해서 여러 사람을 만나 통과를 촉구했습니다.
회견 말미에 중국 전문가인 유 이사장에게 북한의 인권 문제를 해결하는데 핵심적 당사자국인 중국이 앞으로 어느 정도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보느냐는 물음에 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못합니다. 민주화의 바람이 이집트, 리비아 등 북 아프리카와 중동의 아랍국가에 확산되면서 중국에도 그 여파가 미치는 바람에 자국의 문제에 급한 나머지 북한의 인권문제에 신경 쓸 겨를이 없을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유세희
: 중국이 북한의 인권상황에 개입해서 이를 개선하도록 하는 것을 종용할 문제에 대해선 부정적으로 봅니다. 왜냐면 그동안 중국은 핵문제를 포함해서 북한에 압력을 가하는 일을 북한에 대한 ‘내정간섭’이라 해서 기피해왔습니다. 중국의 체제와 인권상황은 물론 북한보다 훨씬 좋지만, 역시 중국공산당이라는 하나의 당이 지배하는 정치체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인 자유가 제한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개인의 기본권도 많이 제약받고 자신도 많은 인권문제를 가진 중국이 북한의 인권문제에 개입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 이사장은 오늘도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풍선 날리기를 통해, 북한인권법 통과를 촉구하는 시위를 통해, 북한 정권의 기만을 폭로하는 국제회의 참석을 통해, 북한 동포들에게 한줄기 빛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하기에.
‘북한 인권을 위해 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