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캐나다, 유럽, 그리고 한국에는 마치 자기 집안일처럼 북한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수년째 뛰는 단체와 개인이 많이 있습니다. 미국, 캐나다, 유럽, 그리고 한국이 침묵하면 북한의 주민은 세계의 외면 속에 방치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인권을 위해 뛴다,’ 오늘 이 시간에는 최근 발표된 '2010 국제사형선고와 집행 보고서'의 북한편을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김혜숙
: 대동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저쪽은 제14호 개천수용소 보위부 관리소고 우리 쪽은 보안성 18호 관리소입니다. 우리는 식량사정이 너무 곤란해 청년들이 대동강 어느 곳이 얕은지 그런 데가 있다고 해요. 거기로 건너 14호에 가서 강냉이, 쌀, 강냉이 가루가 많다고 해서 훔쳐옵니다. 먹다 걸리면 담당 지도원이 가택 수색하면 강냉이, 쌀, 강냉이 가루가 나온단 말이에요. 그러면 잡아다가 무조건 첫 자리로 쏴 죽이드만요.
북한에서 30년 가까이 정치범 수용소 생활을 하다 지금은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 김혜숙 씨가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한 내용입니다. 북한 당국이 단지 식량을 훔쳤다는 이유로 공정한 재판도 거치지 않고 임의적으로 사형을 집행하는 단적인 사례입니다.
북한에서는 이런 일이 다반사라고 세계적 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이하 '앰네스티')은 보고 있습니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앰네스티는 최근 '2010 국제사형선고와 집행보고서'에서 북한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사형을 많이 집행한 나라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에만 적어도 60명 이상이 사형을 당했다는 겁니다.
보고서의 북한편을 작성한 앰네스티의 라지브 나라얀 동아시아 담당 선임연구원의 말입니다.
라지브 나라얀
: These 60 executions, from what we heard...
(더빙)
이 60명 이상에 달하는 사형은 저희가 파악한 바로는 전부 대중이 모이는 장소에서 집행됐습니다. 아시다시피 북한은 사형 제도를 포함해 인권 측면에 관한 정보를 얻기가 대단히 힘든 나라입니다. 따라서 저희 앰네스티가 파악한 이 자료가 북한에서 일어나는 사형제도의 현실을 적절히 반영한다고 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빙산의 일각인 셈이죠.
정치범 수용소 등지에서 빈번하게 집행되는 공개되지 않은 처형까지 합하면 규모는 훨씬 더 크다는 게 앰네스티 측의 판단입니다. 게다가 공개처형의 횟수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라고 나라얀 선임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사실 북한은 지난 1997년 앰네스티가 '북한 공개처형 특별 보고서'를 발표한 이후 국제사회의 압박을 의식해 공개처형이 잠시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는데요, 최근 들어 처형 횟수가 늘어나는 배경이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라지브 나라얀
: There is a political instability in North Korea at the moment...
(더빙)
현재 북한은 정치적으로 불안합니다.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세습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북한은 매우 오랜 기간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벌써 수백만 명이 굶어 죽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권력이 김일성에서 김정일로 옮겨가는 시기에 나타난 현상이 재현되고 있는 겁니다. 당시 권력이양시기에 공개처형이 급격히 늘어났고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진 사람도 상당수입니다. 그런데 과거와 달리 북한 주민들이 매우 심각한 경제난으로 억압된 분노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실제로 일본의 대북인권단체인 RENK, 즉 '구출하자, 북한민중 긴급행동 네트워크'는 얼마 전 한국 내 대북 관련기관의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해 7월 함경북도 청진에서 '화폐개혁 불만을 담은 삐라를 살포했다'는 죄목으로 2명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으며, 동조자 3명은 무기징역에 처해진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습니다. 또 평양 시에서 지난해 4월 '김정일을 비난'하고 '소매치기 범죄조직을 결성'했다는 이유로 17명이 집단 처형됐다고 이 단체는 밝혔습니다. RENK는 이를 두고 화폐개혁의 부작용으로 주민반발 등 체제위협 요소가 증대하자 공개처형을 대폭 확대했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 정부는 국제사회에 뭐라고 할지 궁금합니다. 가장 최근의 북한 입장은 지난 2009년 12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열린 북한에 관한 보편적 정례검토 심의에서 표명됐는데요, 북한 중앙재판소의 심형일 수석법률참사는 이 자리에서 북한에는 공개처형이 거의 없다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앰네스티는 그런 북한 당국에 사형과 관련해 두 가지를 주문합니다. 나라얀 선임연구원입니다.
라지브 나라얀
: We would ask the North Korean government to stop public executions...
(더빙)
저희는 북한 정부가 공개처형을 중단하고 사형 제도를 철폐하는 조치를 취하라고 요청합니다. 그 조치 가운데 하나는 사형이 가능한 범죄의 숫자를 줄이는 것입니다. 게다가 북한이 규정한 범죄는 많은 경우 정치적인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북한은 과거 국제기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사형 가능 범죄의 수를 줄였다고 주장했는데요, 지금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줄이기는커녕 늘렸다는 것은 이미 자명한 사실입니다. 박정원 국민대 법대 교수가 입수한 북한 형법 자료에 따르면 2007년 채택한 형법 부칙은 23개 조문에 걸쳐 새로운 범죄 처벌 규정을 도입했는데요, 이 가운데 제11조는 '극히 무거운 형태의 마약밀수, 밀매'에 대해 사형과 재산몰수형에 처하고, 제17조는 '특히 무거운 형태의 불량자 행위죄'에 대해 무기노동교화형 또는 사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모두 16개 조문에 규정된 범죄가 '극히 무거운 형태'이거나 '특히 무거운 형태'인 경우 최고 사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부칙 제정 이전의 기존 북한 형법은 반국가범죄인 내란, 테러행위, 공화국 전복탈출, 민족반역행위와 고의살인죄 등 5가지 범죄에 대해서만 사형을 규정했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의 공개처형을 놓고 국제사회, 특히 주요 지원 공여국의 목소리를 문제해결의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고 앰네스티의 나라얀 선임연구원은 강조합니다.
라지브 나라얀
: North Korea is a recipient, large recipient, of food aid, but also other aids...
(더빙)
북한은 식량뿐만 아니라 기타 국제 지원을 대규모로 받는 국가입니다. 이런 북한에 지원을 제공할 때 국제 인권조사단의 방북을 허용해 줄 것과 인권유린 행위를 줄여줄 것을 요구해야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특히 북한주민들의 생명권, 즉 인간의 기본적인 존엄을 유지하며 살 수 있는 권리를 빼앗지 말도록 강하게 요구해야 합니다.
‘북한 인권을 위해 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