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캐나다, 유럽, 그리고 한국에는 마치 자기 집안일처럼 북한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수년째 뛰는 단체와 개인이 많이 있습니다. 미국, 캐나다, 유럽, 그리고 한국이 침묵하면 북한의 주민은 세계의 외면 속에 방치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인권을 위해 뛴다,’ 오늘 이 시간에는 국제적 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북한 관련 최신보고서 내용을 전해드립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샘 자리피
: We understand that there are at least 6 political prisoner camps...
(더빙)
북한에는 최소 6개의 정치범 수용소가 있습니다. 넓은 황무지 지대 내 엄청난 규모의 지역에 수용소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바로 여기에 대략 20만 명이 수감돼 노예와 같은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이하 '앰네스티')의 샘 자리피 아시아 담당 국장이 최근 보고서를 통해 밝힌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실태입니다.
보고서는 평안남도, 함경남도, 함경북도의 거대한 황야에 위치한 6개 수용소 가운데 4개를 찍은 인공위성 사진을 분석했는데요, 2001년에 비해 건물이 추가되는 등 수용소 규모가 현격히 커졌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예를 들면, 15호 요덕 수용소는 90평방킬로미터로 확장됐습니다. 수용소가 양쪽 계곡까지 닿을 정도로 확대된 것이 미국의 위성사진 업체인 디지털글로브가 지난달 찍은 위성사진을 통해 입증됐다는 겁니다. 구체적으로 요덕 수용소의 한 구역의 경우 대략 15개의 재소자 건물이 추가로 건설된 것으로 보인다고 앰네스티는 분석했습니다. 이 사진을 앰네스티 측에 제공한 미국과학진흥협회의 수전 울프인바르거 씨의 말입니다.
수전 울프인바르거
: The satellite image we obtained is from April 2011...
(더빙)
위성사진은 올해 4월에 찍은 겁니다. 10년 전에 비해 수용소 인원이 늘었고, 수용소 간수들이 사는 건물이 새로 건설됐습니다. 수용소 내 농업생산도 늘었습니다. 특히 이 수용소 농장에는 양귀비 재배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앰네스티는 이 보고서를 위해 15명의 재소자와 수용소 간수 등의 증언을 들었는데요, 수용소 내의 여건은 한마디로 끔찍합니다. 요덕수용소 출신으로 현재 한국에서 북한정치범수용소 해체운동을 펼치는 탈북자 정광일 씨의 증언입니다.
정광일
: 제가 체포될 당시에는 체중이 75kg정도 나갔습니다. 수용소에 가기 전에 몸무게를 뜨는데요, 나중에 수용소에서 도주할까봐 사진도 찍고 몸무게도 뜨는데, 보니까 35kg이 됐더라고요. 식사라고 해봐야, 옥수수죽도 아니고 밥도 아닌 것을 200그램 줍니다. 그나마도 하루 과제를 다 수행해야만 식사를 줍니다. 하루 과제라고 하게 되면, 김매기 아시죠? 밭 김매기요. 하루 과제가 일인당 350편이예요. 350평을 매야만 밥을 다 주지, 만약 350평의 절반 밖에 못맷쟎아요? 그러면 식사를 절반 밖에 안줍니다. 배고프니까 풀, 생풀을 뜯어 먹습니다. 눈에 뵈는 것은 다 잡아 먹습니다. 쥐면 쥐, 뱀이면 뱀. 일단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다 먹고 있어요.
보고서는 요덕수용소 재소자들이 이렇게 노예 같은 조건에서 노동을 하고 있고 자주 고문과 잔혹 행위를 당하는 등 비인간적 대우를 받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일부 탈북자는 수용소에서 흔하게 행해지는 '비둘기 고문'에 대해 증언했습니다. 비둘기 고문은 양팔을 뒤로 꺾어 지하 감방 난방관이나 쇠창살에 수갑을 채워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상태로 만드는 고문입니다. 잠도 재우지 않고 오랫동안 묶여 몽둥이로 구타당하기 때문에 점점 감각이 없어져 전신근육은 마비되지만 화장실도 안 보내주니 어쩔 수 없어 똥오줌은 그냥 바지에 쌀 수밖에 없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재소자들은 수시로 공개처형을 목격합니다. 또 보고서는 요덕 수용소에는 수천 명이 단지 친척이 수감됐다는 이유만으로 ‘연좌제’ 구금이 돼있면서, “이들 중 상당수는 자신들이 왜, 어떤 죄목으로 수용소에 보내졌는지조차 모른다”고 덧붙였습니다.
보고서는 특히 지난 1999년부터 2001년 사이 요덕 수용소 수감자의 약 40%가 영양부족으로 사망했다고 전하면서, 50m² 크기의 방에 30∼40명이 잠을 자면서, 하루 16시간가량 강제노동에 시달리는 실태를 탈북자의 말을 빌려 전했습니다. 정 씨는 지난 1999년 체포돼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요덕 수용소에서 살았습니다.
정광일
: 하루 일과는 새벽 4시에 기상시킵니다. 아침 7시까지 조기작업을 시킵니다. 식전 작업시키고, 식사 7시부터8시까지. 식사라고 해봐야, 옥수수죽도 아니고 밥도 아닌 것을 200그램 줍니다. 그리고 8시부터 12시까지 오전 작업을 합니다. 식사시간은 또 1시까집니다. 1시부터 저녁 8시까지 작업합니다. 저녁 8시부터 9시까지 식사합니다. 오후 9시부터 11시까지 사상교육을 시킵니다. 당의 10대 원칙을 학습시킵니다. 이걸 못 외우면 잡을 안 재웁니다.
부족한 음식과 강제노동 외에도, 북한 수용소에 수감된 사람은 사시사철 의복이나 덮을 것은 물론, 적절한 의료서비스도 제공받지 못하고 살고 있습니다. 의사도 수의사만 있습니다. 앰네스티가 만난 탈북자들은 보위부원들의 말을 빌려 정치범은 사람도 아니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이 때문에 살을 꿰맬 때는 옷감을 다룰 때 쓰는 바늘을 사용하며 이빨을 뽑을 땐 펜치를 이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 생활을 오래 하다보면, 수용소 내 누구나 생명에 대한 관심을 전혀 갖지 않게 된다는 게 수감자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수용소 내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도 보위부원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습니다. 수감자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정광일
: 매일같이 죽으니까. 솔직히 한국에서는 사람이 죽게 되면 슬픔을 느끼지만, 수용소에서는 오히려 슬픔을 느끼는 게 아니고, 누가 죽으면 수감자들 자체가 좋아합니다. 왜 좋아하는 것 같아요? 죽은 사람을 묻으면 밥 한 그릇을 더 주거든요. 밥 한 그릇을 더 준다고요, 죽은 사람을 처리한 사람한테. 저도 그런 일을 책임지고 다녔는데요. 보위부원들이 '야, 갖다 묻어' 그러면 '네. 알았습니다.' 하고 묻고 오면 밥 한 그릇씩을 더 먹으니까 저와 함께 묻었던 사람들은 좋아하죠.
이 같은 각종 증거에도 북한 당국은 정치범 수용소의 존재에 대해 지속적으로 부인해오고 있다고, 앰네스티는 비판했습니다. 따라서 지난 60여 년간 국제법과 인권보호의 사각지대로 철저히 무시돼 온 북한 수용소의 해체에 대해 국제사회가 보다 큰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앰네스티는 촉구했습니다.
‘북한 인권을 위해 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