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을 위해 뛴다-76] 외국인 납치 보고서 "북, 14개국서 18만여 명 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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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인권문제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닙니다. 짧은 시간 안에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미국, 캐나다, 유럽, 한국 등 세계 각처에는 마치 자기 집안일처럼 북한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수년째 뛰는 단체와 개인이 많이 있습니다. 북한의 인권 문제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거론하는 일이 중요하며, 그럴 때 진전을 이룩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북한인권을 위해 뛴다,' 오늘 이 시간에는 최근 공개된 북한의 외국인 납치 보고서 내용을 전해 드립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1977년 중학교 1년생으로 일본 니가타 현에서 납치된 일본인 요코다 메구미 씨,
1978년 기계공고 1학년생으로 군산 선유도로 놀러 갔다가 납치된 한국인 김영남 씨,
1978년 이탈리아에서 납치된 루마니아 화가 도이나 붐베아 씨,
1987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재학생으로 오스트리아를 여행하다 납치된 한국인 이재환 씨,
1991년 납치된 프랑스인 챈탈 소코위츠 씨.

미국의 비정부기구인 '북한인권위원회'가 최근 워싱턴에서 발표한 '북한의 외국인 납치범죄'라는 제목의 보고서에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던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북한에 납치된 사연들이 들어 있습니다.

북한에 의해 납치된 사람은 수십 명이 아닙니다. 수백 명도 아닙니다. 수천 명도 아닙니다. '나를 잊지 마세요'라는 뜻을 지닌 물망초 꽃이 그려진 파란색 핀을 양복 옷깃에 달고 기자회견장에 선 북한인권위원회의 리처드 알렌 공동의장은 그 숫자가 무려 18만 2천 명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리처드 알렌

: The amazing fact is this was not just a matter of...

(더빙)

놀라운 사실은 이 일련의 납치가 단지 수명의 특별대원에 의해 저질러진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북한은 한국전쟁 때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 14개국에서 18만여 명을 납치했습니다. 이 납치는 바로 김일성과 김정일에 의해 조직적으로 이뤄진 심각한 범죄입니다.

보고서가 수년간 조사해 집계한 자료를 보면, 한국에서 납북된 인사가 가장 많습니다. 북한은 6.25전쟁 당시 한국에서 8만 3천여 명을 북한으로 끌고 갔습니다. 6.25전쟁 이후에도 북한은 5백 명이 넘는 한국인을 납치해갔습니다.

18만여 명 중에는 북송 사업을 통해 일본에서 북한으로 건너간 조총련, 즉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에 속한 한국인 9만 3000여 명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밖에 메구미 씨를 포함한 20여 명의 일본인이 북한으로 납치됐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소코위츠 씨를 포함해 4명, 이탈리아 3명, 레바논 4명, 태국 1명, 루마니아 1명, 말레이시아 4명, 싱가포르 1명, 네덜란드 2명, 요르단 1명, 그리고 서아프리카의 기니에서 1명 등이 북한으로 납치됐습니다. 중국에서는 조선족으로 추정되는 2백여 명의 중국인도 납치됐습니다.

보고서는 특히 외국인 납치를 직접 지시한 사람으로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지목했습니다. 북한인권위원회의 척 다운스 사무총장의 설명입니다.

Chuck Downs

: We have concluded that Kim Jong Il did ordered abductions...

(더빙)

각종 자료를 심층적으로 조사한 결과 김정일이 1976년 외국인 납치를 지시했고, 이후 1982년까지 납치행위가 대거 일어났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피랍된 외국인 대부분은 평양 외곽의 동북리 초대소에 머물면서 대남 공작원들에게 외국어를 가르쳤습니다.

다운스 사무총장은 지금까지 일본이나 한국을 제외하고 해당 국가가 납치된 자국 시민을 송환하기 위해 북한 정부와 접촉한 사례가 있었느냐는 자유아시아방송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Chuck Downs

: Although many of the governments...

(더빙)

많은 정부가 북한에 자국의 납치된 시민에 관해 문의하는 편지를 보내거나 관리를 보내고 있지만, 이런 움직임은 비교적 조용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 가지 무척 긍정적인 측면이라면, 제가 최근에 이 기자회견을 준비하면서 모두 14개 납치 피해국의 대사들에 초청장을 보냈는데요, 영국은 직접 피해자는 없지만, 런던이 납치의 무대가 됐다는 사실을 알고 큰 관심을 보여주었습니다. 제가 통화한 어느 유럽 대사관 관리는 두 명의 자국민이 북한에 납치됐다는 이야기를 처음 접했다면서, 본국에 확인한 결과 자국의 외무부도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면서 놀라더군요.

이와 관련해,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워싱턴 주재 태국대사관의 나타나 시바쿠아 부대사는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 정부와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나타나 시바쿠아

: Yes, we do have concerns about the issue. The issue of abduction has been raised...

(더빙)

네. 태국 정부는 납치 문제에 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납치 문제는 저희가 북한 정부와 접촉할 때마다 제기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주요 논의사항에 늘 포함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태국 정부는 지난 1978년 마카오을 여행하다 북한으로 납치된 것으로 알려진 태국 여성 아노차 판조이 씨의 생존 여부와 송환을 위해 북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이나 자국인 납치문제로 과거 북한과 협상했던 일본의 도움을 요청하는 등 몇 가지 방안을 강구한 바 있습니다. 태국 정부는 이후 북한과 비공식 접촉을 가졌지만 북한은 이를 비공식적으로 부인했습니다.

보고서는 이같이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과 양자 협상을 시도할 뿐만 아니라, 피해국과 관심 국가가 납북자 문제와 관련한 국제적 연대를 구성해, 북한에 납북자들의 생사를 확인해 줄 것을 요구하라고 권고했습니다.

또 미국에 대해서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이 밖에 유엔을 통한 납북자 문제 해결 노력과 강제로 납북된 피해자들이 평양 주재 외국대사관에 진입해 망명을 시도할 경우 보호하려는 적극적 조치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 인권을 위해 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