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캐나다, 유럽, 그리고 한국에는 마치 자기 집안일처럼 북한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수년째 뛰는 단체와 개인이 많이 있습니다. 미국, 캐나다, 유럽, 그리고 한국이 침묵하면 북한의 주민은 세계의 외면 속에 방치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인권을 위해 뛴다,' 오늘 이 시간에는 2010년 상반기 북한 인권 분야를 되돌아봅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2010년 북한 인권 분야는 한국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계류 중인 '북한인권법'을 중심으로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시작됐습니다. 북한인궙법은 아동의 생존권을 포함한 북한 주민의 인권상황에 대해 한국 정부가 책임감을 갖고 확인하도록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한국의 집권당인 한나라당의 황우여 의원이 1월 6일 "외교통상통일위원회가 아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북한인권법을 다뤄야 한다"며 상임위 이관을 촉구한 것입니다. 한나라당이 주도한 북한인권법은 17대 국회에서 임기만료로 폐기되고, 18대에도 지난해 말 외교통상통일위윈회에 상정됐지만 다뤄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올해 '북한 인권을 위해 뛴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황우여 의원의 말, 들어보시죠.
황우여
: 미국과 일본은 벌써 통과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한국은 수년 동안, 정확히는 7년 동안이 법안을 갖고 머뭇거리고 있습니다. 다행히 지난번에 외교통상위원회는 통과됐는데, 지금 법사위원회에 묶여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법사위원회에 '가부간에 결론을 내려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만약에 법사위원회가 기각하면 본회의에 직접 법안을 내는 방법까지 고려하고 있습니다.
나흘 뒤인 1월 10일에는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대북인권 특사가 지난해 11월 미국 상원인준 이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습니다. 킹 특사의 방한은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향후 북한인권 정책기조와 맞물려 상당한 주목을 받았는데요, 킹 특사가 ‘북한 인권을 위해 뛴다’ 프로그램에 특별 출연해 북한 인권에 대한 견해를 밝힌 내용, 들어보시죠.
로버트 킹
: 북한인권법이 2004년 미국 의회에서 처음 통과되었을 때 법안의 초안을 마련하고, 2008년 미국 의회에서 재 승인되는 작업에 관여했습니다. 북한인권법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된 것은 북한의 인권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일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봅니다. 미국 의회가 법을 제정하면서까지 북한 인권개선에 대한 여러 조치를 요구할 때,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탄력을 받거든요. 이와 더불어, 꾸준해야 합니다. 법 하나 제정됐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닙니다. 끈기있게 압박하고, 밀고 나가고, 재촉하고, 설득해야 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인권 문제가 미국의 대북 정책의 한 부분으로 남아있도록 (remain)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일입니다.
인터넷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최근 공개한 미국 외교문서에 따르면, 킹 특사는 방한 기간에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으로부터 “복수의 북한 고위 관리가 비밀리에 한국에 망명했다”는 정보를 접했습니다. 킹 특사는 이어 북한 전문가 5명과 면담에서는 북한 정권이 “1990년대 후반 세 건의 군사 쿠데타를 저지한 이후 공포정치와 국제 원조로 내부 반발을 통제해 왔다”는 정보를 들었다고 위키리스크가 밝혀 시선을 끌기도 했습니다.
2월에는 미국 인권 운동가들과 한국 내 탈북자들에게 좋은 소식이 날아왔는데요, 하나는 미국 국무부가 전 세계의 주목할 만한 여성 지도자에게 수여하는 '용기있는 국제 여성상'을 탈북여성 이애란 씨에게 주기로 결정한 겁니다. 북한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한 이 교수는 이화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아 탈북여성 1호 박사가 됐는데요, 선정 이유는 한국 내 탈북 여성을 도운 공로입니다. 또 다른 소식은 자진해서 북한에 들어갔다 무단 입국 혐의로 지난해 12월25일부터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로버트 박 씨가 석방돼 귀국길에 오른 일입니다. 박 씨는 입북을 위해 중국으로 떠나기 직전 서울에서 외신과 한 회견에서 “기독교인으로서 북한에 들어가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한다.”라며 “정치범 수용소가 해방되기까지는 북한에서 나오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던 기독교 인권운동가입니다.
3월에는 탈북 고아들을 돕기 위한 종합적인 전략의 일환으로 입양을 촉진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이 미국 상원과 하원에 잇달아 제출됐습니다. 법안은 국무장관과 국토안보부 장관으로 하여금 무국적 상태에 있는 탈북 고아들의 문제를 살피고, 가족 상봉추진과 필요시 입양 주선 등의 노력을 기울이도록 했는데요, 이 법안 제출에는 한국 전쟁으로 졸지에 고아가 됐다 미국에 입양된 한상만 씨의 공이 컸습니다. 한-슈나이더 국제어린이재단의 한상만 대표의 말, 들어보시죠.
한상만
: 미국 국무부에서는 일단 이 법안이 통과되면, 연방정부가 인정한 두 기관에서 그 아이들의 신분을 검증해 선언하면 인정해주겠다는 약속을 했어요. 예를 들자면, 수전 숄티 씨가 이끄는 '북한자유연합'같은 곳이요. 탈북 어린이들이 지금 제 3국에서 매일매일 불안과 공포 속에 소리도 내지 못하고 사는 형편 아닙니까. 중국, 몽골,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라오스 등에서 말입니다. 그런 애들을 미국에 합법적으로 들여와 좋은 가정, 사랑받을 수 있는 가정에 양자로 입양할 수 있는 법안입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2만 명 이상 되는 탈북 고아가 미국에 와서 제가 받았던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미국에서 이들을 입양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이어 국제사회 차원에서 유엔 인권이사회가 같은 달 25일 북한의 “심각하고 광범위하며 조직적인 인권 탄압을 개탄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이 결의안은 47개 회원국 가운데 28개국의 지지를 얻어 통과됐는데요, “북한 내에서 심각하고 광범위한 인권 유린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며 “특히 정치범과 강제 송환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고문을 자행하고 노동수용소를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4월로 접어들면서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우려는 미국, 캐나다, 아시아의 범위를 벗어나 유럽 저변으로 확산되어 갔습니다. 이런 확산 배경에는 북한의 인권실상을 고발한 영화 ‘김정일리아’가 벨기에 브뤼셀 유럽의회에서 상영된 덕분이라는 게 국제 인권운동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김정일리아’는 북한에서 ‘김정일화(花)’로 불리며 신성시되는 다년생 꽃 베고니아 개량종의 영문 이름인데요, 탈북자 13명이 북한의 수용소 실태와 굶주림, 표현의 자유 부재 등 북한사회 전반에 대해 인터뷰 형식으로 증언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감독인 미국의 엔씨 하이킨 씨는 얼마 전 자유아시아방송에 출연했는데요, 한번 들어보시죠.
엔씨 하이킨
: 영화는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정보를 소화하기가 훨씬 쉽고 많은 사람이 한 번에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것도 비교적 짧은 시간에요. 기록영화 ‘김정일리아’에 나오는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면서 북한의 끊임없는 인권 탄압 문제에 대해 되돌아보게 됩니다. 영화가 공개된 뒤 파장이 꽤 컸습니다.
이어 브뤼셀 의사당에서는 북한 인권 청문회가 열렸습니다. 이 청문회에서 하이디 하우탈라 유럽의회 인권소위원회 위원장은, 한반도 관계 대표단이 평양과 서울을 차례로 방문하기에 앞서 대북 인권결의안을 긴급 채택하도록 하는 등 유럽 차원의 북한 인권 개선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두 달 뒤 결의안은 실제로 채택됐습니다.
‘북한 인권을 위해 뛴다’ 오늘은 2010년 상반기 북한 인권 관련 주요 뉴스를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2010년 하반기 관련 주요 뉴스를 되돌아봅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