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을 위해 뛴다-49] 2010 북한인권국제회의 "인권 문제는 미 정부의 최우선 과제"

0:00 / 0:00

미국, 캐나다, 유럽, 그리고 한국에는 마치 자기 집안일처럼 북한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수년째 뛰는 단체와 개인이 많이 있습니다. 미국, 캐나다, 유럽, 그리고 한국이 침묵하면 북한의 주민은 세계의 외면 속에 방치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인권을 위해 뛴다,’ 오늘 이 시간에는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북한인권 국제회의장을 찾아갑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Amb. Robert King

: (North Korean) human rights issues are top US priority and addressing human rights issues will have a significant impact on the prospects for closer relations between the US and DPRK.

(더빙) 북한 인권 문제는 미국이 최우선시하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인권 문제는 앞으로 미국과 북한 간의 관계가 더 가까워지는 여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겁니다.

2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2010 북한인권국제회의'의 첫 번째 축사자로 나선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미국 정부의 향후 대북 정책을 밝힌 대목입니다. 킹 특사는 몇 시간 뒤 신임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의 인권위원회에 관련 보고서를 처음으로 제출하는 자리에 가야하는 바쁜 일정이었기에, 특별히 짬을 내 참석한 킹 특사의 발언은 상당히 의미 있게 받아들여졌습니다.

이날 대규모 국제회의는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로 셋째아들 김정은을 공식화한 가운데 3대 권력세습이 북한 주민에게 미칠 정치, 경제, 사회적 영향을 진단하는 자리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킹 특사는 "평양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미국은 예의 주시하고 있다면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누가 북한에서 권력을 잡고 있느냐와 관계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킹 특사에 이어 이번 회의에서는 탈북자 출신인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일부 전문가를 제외하고, 대부분 과거 한국의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던 학생 운동가 출신들이 기조 발언자로 대거 나섰습니다. 첫 발표자인 북한민주화네트워크의 김영환 연구위원은 1980년대 남한 대학가를 중심으로 북한의 주체사상을 처음 소개한 인물로, 1991년 비밀리에 방북해 김일성 주석을 만나기까지 했습니다. 김 연구위원의 말, 들어보시죠.


김영환

: 전 세계적으로 공산주의를 하면서 세습체제를 가진 나라는 북한이 유일합니다. 이 때문에 중국에 고위간부들은 사적인 자리에서 만났을 때, "북한의 세습체제가 공산주의, 혹은 공산당의 입장에서 굉장히 부끄러운 일이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의 세습체제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있기에 북한의 대학생이나 지식인이 문제의식을 느끼게 될 가능성이 굉장히 많습니다. 더군다나, 중국인이 북한의 3대 세습체제를 거침없이 비판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기에 그 영향을 북한 사람이 끊임없이 받을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김 연구위원에 이어 발표자로 나선 오경섭 세종연구소 연구원은 대학에 입학해 한동안 민족민주혁명당의 외곽 조직에 몸담은 소위 '주체사상파 운동권’ 학생으로 활동했고 이로 인해 한 차례 옥고를 치르기도 한 인물입니다. 그러나 1995년 이후 ‘고난의 행군’으로 불리는 북한의 경제난과 대량 아사 소식을 전해 들으면서 북한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고, 1997년에 마침내 ‘전향’을 했습니다.

오경섭

: In this paper, I'll focus on whether the North Korean succession will maintain power for the next 10 years. We don't know about the future of the North Korean succession, so I'll use scenario methods...

오 연구위원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과 김정은의 지도력을 기본 축으로 북한의 3대 세습 시나리오, 즉 가상안을 개발하고, 각각의 개요, 조건, 전개과정을 살펴보면서, 결론적으로 "북한의 3대 세습이 김정일이 5년 이내에 사망하고 김정은의 지도력이 약할수록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김정일이 5년 이상 생존하고 김정은의 지도력이 강할수록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분석했습니다. 따라서 한국과 미국 정부가 3대 세습이 성공할 경우 북한 정권을 약화시키는 방안을, 실패할 경우 위기대응 방안을 각각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제2분과회의에서 발표한 한국의 민간 대북방송인 '자유조선방송'의 이광백 대표 역시 학생운동 시절 주체사상을 신봉했던 인물입니다. 감옥살이도 했습니다. 북한의 대남 라디오 방송인 ‘구국의 소리’를 청취하고, 채록해 소책자를 만들어 전국 대학생에게 배포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 대표가 과거 이력을 바탕으로 대북방송을 하면서, "북한주민이 라디오를 더 많이 듣고 외국 문화를 일상생활에 향유하는 것이 의식을 바꾸는 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제3분과회의에서 첫 발제자로 나선 한국의 민간 인터넷 신문인 '데일리NK'의 기자인 신주현 씨는 1996년 전라북도 지역 통일선봉대장으로 시위를 주도해 구속됐던 주체사상파 출신입니다. 지금은 북한 인권을 위해 열정을 불태우는 신 씨가 "화폐개혁 이후 북한의 시장 동향과 사회변화 실태"란 제목의 발표를 했는데요, 한번 들어보시죠.

신주현

: 북한 주민들이 화폐개혁을 통해서 과연 얼마만큼의 손해를 봤느냐. 정확히 산정하기는 어렵지만, 여러 증언을 들어보면 수천 달러까지 손해 본 사람들이 있습니다. 장마당에서 옷 장사나 가전제품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장사밑천과 몇 년째 생활자금과 자기 재산 축적용으로 가지던 모든 재산을 뺏긴 셈이기에 수천 달러의 재산을 날리게 된 거죠. 그런데 이 재산과 과거의 재산은 전혀 다른 겁니다. 장마당에서 뺏긴 재산의 특징은 스스로 번 것이기에 이를 당국에 뺏겼다는 데 대해 상당한 좌절감과 분노를 자아냈습니다. 그 후 상당한 소요나 부분적인 저항이 있었다는 것은 북한 주민이 재산 강탈에 대한 분노가 어느 수준이었는지를 일정하게 방증합니다.

마지막인 제4분과회의에서 '북한의 인권과 민주화운동 현황과 전망'이란 제목으로 발제에 나선 한기홍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 역시 운동권 출신입니다. 대학 3학년인 1983년에 시위를 주동해, 구속 수감된 후 인천의 작은 공장을 전전하며 유인물을 뿌리는 일에서부터 철도청 하급 기능직으로 일하기까지 노동자와 노동운동가로서 청년기를 보낸 한 대표. 사회를 본 브루킹스 연구소의 로베르타 코헨 연구원이 한 씨의 그런 배경을 간단히 설명하자, 남한의 감옥과 북한의 감옥의 차이는 문자 그대로 천양지차라고 일축합니다. 한 대표의 말, 들어보시죠.

한기홍

: 저희도 과거에 데모를 했을 때 지지! 아 일반 사람들이 우리 행동을 지지하는구나, 이런 공명감이 있기 때문에 더 반대운동을 할 수 있는 정당한 도덕적 근거가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북한의 민주화 운동세력도 북한 내부의 반정부, 반체제 기류에 대한 응원이 있다면 훨씬 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그 사람들이 활동할 수 있는 큰 용기를 북돋을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 내 반정부, 반체제 의식의 강화는 민주화 운동에 굉장한 자양분이 된다고 봅니다.

한편, 칼 거쉬먼 국립민주주의기금(NED) 회장은 하루 종일 열린 회의를 마무리하면서 "언젠가는 북한의 전체주의가 종식될 날이 올 것"인만큼 "한국과 미국 양국을 포함한 관련국들의 유기적인 협조체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인권을 위해 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