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캐나다, 유럽, 그리고 한국에는 마치 자기 집안일처럼 북한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수년째 뛰는 단체와 개인이 많이 있습니다. 미국, 캐나다, 유럽, 그리고 한국이 침묵하면 북한의 주민은 세계의 외면 속에 방치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인권을 위해 뛴다,’ 오늘 이 시간에는 최근까지 한국의 인권대사를 역임한 제성호 중앙대학교 교수를 찾아갑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MBC-TV 100분 토론 400회)
진행자 손석희: 지금 저희가 5개 중에 4개를 얘기 했는데 하나가 남았는데요. 여러분께서 아직 말씀 안 하신 분들께서 제목만 말씀해 주시죠. 제성호: 박왕자 씨 사건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을 비롯해서 12일 또 북한에 개성관광이나 이렇게 대남교류 차단 같은 것 있지 않습니까? 남북관계 경색...
한국 MBC 방송의 간판 프로인 '100분 토론'은 2008년 말 400회를 맞아 시청자들이 뽑은 최고의 논객 9명을 초청했습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 전병원 민주당 의원 등 내로라하는 정치인뿐만 아니라 신해철 씨, 김제동 씨 등 입심이 센 연예인도 함께 자리했습니다. 제성호 중앙대 법대 교수는 학계 인사로 참석했습니다. 토론은 시청자가 직접 뽑은 2008년 주요 문제 (이슈) 5가지를 맞히는 식으로 진행됐습니다.
방금 들으신 부분은 제 교수가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 광우병과 촛불정국,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 최진실 등 연예인 자살이 차례로 언급되자, 그해 7월 한국인 관광객 박왕자 씨가 금강산 관광지구에서 북한군 초병으로부터 두발의 총격을 받고 그 자리에서 숨진 사건 등 북한과 관련한 문제를 급하게 제기하고 있는 장면입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한 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려는 제 교수의 일면을 잘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제 교수는 제반 북한 문제 가운데 특히 인권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세계국제법협회 한국본부 연구이사’로, 또 법무부와 국방부 정책자문위원으로, 오랫동안 북한과 관련된 외교, 국방, 남북문제를 두루 살피다 보니 구체적인 북한 상황에 접근하게 됐고, 그 현실을 정직하고 객관적으로 보고 고민한 결과, 북한의 인권문제가 핵심 사안이라고 인식했기 때문입니다.
제성호
: 1992년에 제가 처음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북한의 여러 가지 어려운 사정, 인권 상황을 보고 북한 인권 문제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정부나 사회가 북한에 무관심했을 때 이에 관해 글을 많이 쓴 편입니다. 언론 기고를 통해서 한국 국민이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이 적을 때 공론화라고 할까요? 관심을 제고하는데 역할을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래도 학자고 교수이기 때문에 연구 측면에서 역할을 했고, 한국 사회에서 북한인권에 전혀 관심이 없었을 때, 2004년, 2006년 등 세 차례에 걸쳐 국내 북한 인권과 관련된 비영리 단체 전략회의를 제가 몇 차례 연 적이 있습니다. 인권 단체들이 자꾸 모여서 역량이나 규모가 소규모이고 열악했을 때, 일종의 협력적 관계를 형성하고, 힘을 모으는데 제가 나름의 중심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하나의 장을 만들고 협력하는 그 자체로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갖는 사안이 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제 교수는 한국이 1998년 김대중 정부의 출범과 함께 추진하기 시작한 ‘햇볕정책’이라는 이름 아래 "조용한 외교"를 강조하면서 탈북자 문제에 미온적으로 대처하자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칼럼과 기고를 전달했고, 북한 인권의 대변자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쳤습니다. 또한 2005년에는 보수적 시민단체인 '뉴라이트 전국연합'의 공동대표로 한국에서 처음으로 탈북자 청문회를 개최했습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미국의 대북 압력노선에 추종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하고, 북한 인권에 대한 진정한 관심보다는 '인권을 내세워 정치적 이득을 챙기려 한다'라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 교수의 입장은 단호합니다. 굶어 죽고 맞아 죽는 사람들을 그냥 두고 보자거나 더 큰 이익, 예컨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침묵하자는 것은 '지나치게 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판단입니다.
제성호
: 북한 인권 문제는 북한 문제의 일부이면서 중요한 통일문제와 연결됩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통일이 자유민주주의에 따른 통일이라고 한다면, 자유민주주의에 의해 남과 북이 하나가 되는 과정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는 북한 인권 개선과 북한의 민주화입니다. 이 점에 대해 한국인이 확신을 가져야 하는데도 여기에 대해서 여전히 우리 사회에 상당한 혼란이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로 통일하면 북한이 받아들이겠나,” “북한을 자극하는 것이 곧 흡수통일이다,” “이는 통일을 하지 않겠다는 반통일적인 생각이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은 북한 인권 문제를 정치문제라고 생각해요. “북한 인권문제는 남남갈등이 심하니까 가급적이면 제쳐놓고, 북한을 자극하는 것이니까 인도적 지원 문제만 이야기하자” 그럽니다. 저는 이런 입장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제 교수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이전 정부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겠다는 견해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외직명대사인 인권 대사로 임명된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습니다. 물론 반발도 있었습니다. 한국 내 진보좌파 인터넷신문인 '프레시안'이 제 교수의 인권 대사 선임은 '금강산 피격사건으로 악화될 대로 악화된 남북 관계의 또 하나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주장한 게 하나의 단적인 예입니다. 심지어 북한의 대남방송인 평양방송까지 제 교수의 임명을 비판하는 보도를 내보냈습니다.
하지만 제 교수가 2008년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2년간 무보수 명예직인 인권대사로 뛴 성적표를 들여다보면, 꽤 열성적으로 일한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에 수차례 참석해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을 위한 국제적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북한자유주간 행사, 태국에서 열린 탈북자를 위한 국제의원연맹 총회 등에서 펼친 활동은 국제사회의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는 지난 2001년 박경서 초대 인권대사가 임명된 이래 김대중-노무현 정부 동안에 인권대사가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점과 크게 대비되는 부분입니다.
이런 제 교수에게도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자신의 임기 중에 북한인권법이 통과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자신이 인권대사직을 마치기 한 달 전인 6월에 야당인 민주당이 북한인권법을 ‘반드시 저지해야 할 법’으로 규정한 데 대해 분개합니다. 동포의 인권 개선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해당 시민단체를 지원하는 법률, 정부의 책임성을 고양하고 일관된 대북 인권정책을 펼치도록 뒷받침함으로써 자유민주통일의 기반을 조성하는 법률을 어떻게 저지해야 할 법이라고 할 수 있냐고 반문합니다.
제성호
: 미국에도 인권법이 이미 제정됐습니다. 미국은 지금 NED (국립민주주의기금)의 북한인권 예산이 30억 원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한국 통일부의 북한 인권 예산은 모두 합쳐서 2억 원 밖에 안 됩니다. 이 2억 예산 중에 민간단체에 투입되는 액수는 수천만 원 정도입니다. 미국하고 비교도 안 됩니다. 미국도 이렇게 뛰는데 한국이 이렇게 가만히 있어야 하겠습니까? 그래서 북한인권법이 제정되는 게 시급한 겁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이 북한 인권활동가를 많이 양성해야 합니다. 그들이 직업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그들이 후세대에 통일교육을 시켜야 합니다. 이들이 활동가로서 국내외에서 활동하도록 하고, 북한 사회에 정보가 들어가도록 해야 합니다. 이래야 북한에 변화가 옵니다.
'북한 인권을 위해 뛴다' 오늘은 제성호 중앙대 법대 교수를 만나봤습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