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캐나다, 유럽, 그리고 한국에는 마치 자기 집안일처럼 북한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수년째 뛰는 단체와 개인이 많이 있습니다. 미국, 캐나다, 유럽, 그리고 한국이 침묵하면 북한의 주민은 세계의 외면 속에 방치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인권을 위해 뛴다,' 오늘 이 시간에는 미국의 유수한 민간 연구기관인 평화연구소의 존 박 선임연구원을 찾아갑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존 박 선임 연구원이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시점은 영국의 캠브리지 대학에서 막 국제관계를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였습니다. 북한은 1992년 국제원자력기구의 특별 사찰 결과 핵개발을 하고 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켰고, 이듬해인 1993년 3월에는 핵확산금지조약에서 탈퇴하겠다고 전격적으로 선언하면서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켰던 것입니다.
존 박
: During my graduate work, I focused a lot on North Korea's nuclear crisis in the early 1990s...
(더빙)
석사과정 때, 1990년대 초 북한의 핵위기를 주로 연구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북한을 포함한 동북아시아의 안보 문제, 나아가 경제 문제로까지 관심사가 확대되더군요. 특히 북한의 민간경제 부문이 흥미로웠습니다. 북한 경제의 여러 부문과 북한 내에서 시장이 어떻게 기능하는지 무척 궁금했습든요.
북한 공산주의는 애초 시장을 부정하기 때문에 정부가 시장을 대신해 상품의 가격과 생산량을 정해왔지만, 배급을 포기한 지 오래였던 터. 북한주민이 살아남기 위해 의존하기 시작한 시장은 확산일로에 있었고, 박 연구원은 이 같은 추세가 계속 유지될지 지켜보았습니다. 이런 지켜봄 속에는 기본적 인권 가운데 시민의 경제권이 시민의 정치권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믿음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박 연구원이 국제적인 투자은행인 골드만 삭스의 기업 분석가, 또 세계적인 경영자문업체인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자문관을 거쳐 현재 평화연구소에서 "제멋대로의 이웃 감시하기: 북한의 경제개혁과 경제안정에 관한 중국의 시각," "북한 주식회사: 최근 상업 활동을 통해 바라본 북한 정권의 안정성," "북한의 인권안보를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기회 이해하기," "북한의 화폐개혁" 등 신선한 연구 결과를 잇달아 내놓은 것은 이런 오랜 관찰의 열매입니다.
존 박
: In terms of my current interest in North Korean human security, a great deal of focus for me is on the performance and activities of informal markets...
(더빙)
현재 제 주 관심사인 북한의 '인간안보'에서, 북한 전역에 퍼지고 있는 비공식 시장의 행태와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 비공식 시장은 특히 중국과 북한의 국경지대에 많이 있는데요, 이 시장이 어떻게 기능하느냐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북한에서 진행되는 '아래로부터의' 중요한 변화를 읽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시장은 북한 주민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박 연구원이 언급한 ‘인간 안보’란 일반적으로 '개인의 안전, 안녕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보장, 또는 개인의 안정적인 일상생활 영위 보장’으로 정의되는 개념으로 경제, 식량, 보건, 환경, 개인, 지역사회, 정치 등 7가지 요소를 모두 포함합니다. 워싱턴에서 열리는 북한 인권회의에 토론자로 자주 초청되는 박 연구원은 구호성 인권개선 요구보다는 주민들의 실질적인 인권개선을 선호하는 편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박 연구원이 북한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기존에 있는 국경지대의 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방안을 주장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입니다.
존 박
: If there were opportunities for NGOs to expand micro-credit activities along the border...
(더빙)
만일 비영리단체들이 중국 쪽 국경 시장에 소액대출 활동을 확대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북한 내 시장에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고 봅니다. 아시다시피, 북한의 함경북도와 접경도시인 중국 지린성 간에는 다양한 상업 활동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북한 상인들은 중국 쪽 시장에 가서 북한 물품을 팔고, 값싼 중국산 소비재를 사고 있습니다. 이들은 이렇게 구입한 소비재를 북한 쪽 시장에 가서 소매가격으로 팝니다. 앞으로 소액대출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국경지대의 상업 활동에 참여하게 되면 시장의 보다 효과적인 활성화가 가능해지고, 이는 결국 북한 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결과를 낳을 겁니다.
박 연구원은 '북한 경제'라고 할 때 북한 내에 존재하는 두 가지 다른 경제체제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하나는 북한의 군, 내각, 노동당을 위한 '궁정경제'고, 다른 하나는 식량난을 포함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반 경제'입니다. 박 연구원이 지난 2009년 발표한 논문을 보면, 북한의 궁정경제는 주로 군, 내각, 노동당이 각각 운영하는 국영기업을 통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 국영기업, 즉 각종 무역회사나 사업체는 일반경제에는 그다지 기여하지 않고,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최측근에 보낼 자금을 마련하고, 중국과 무역을 통해 운영자금을 확보하는데 혈안이 돼있다고 박 연구원은 지적합니다.
박 연구원은 그러나 북한의 국영기업이 중국과 무역을 하면서 부정부패로 타락하는 단점도 있지만, 중국 기업이 북한 내에서 벌이는 합작 사업, 특히 도로, 철도,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 시설에 대한 투자 사업은 중장기적으로 보면 북한 주민에게 도움이 된다는 장점도 무시할 수만은 없다고 말합니다. 이런 사회간접자본시설을 통해 물건과 사람이 전국 어느 곳이라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되고, 이는 빠른 경제발전을 위한 필수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박 연구원은 현재 북한 주민들에게 주요한 삶의 터전이 된 시장을 이용하는 사람이 대부분 여성들이라는 점에 주목한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간 북한 여성이 인신매매의 피해자로 주로 연구 대상이었던 점과 달리 시장의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는 새로운 시각입니다.
존 박
: Over time as North Korean officials and others started to interact and become more active in these informal markets...
(더빙)
북한의 비공식적 시장은 시간이 지나면서 북한 관리들까지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예컨대 관리들이 자신들의 배급 식량을 시장에다 팔아 많은 돈을 벌고 있습니다. 일반 주민들의 역할이 점점 커져가는 가운데, 특히 여성들의 꾸준한 활동이 눈에 띕니다. 이들은 장사꾼으로 상업 활동을 위해 중국 각 지역과 북한 구석구석에 다니고 있습니다.
'북한 인권을 위해 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