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캐나다, 유럽, 그리고 한국에는 마치 자기 집안일처럼 북한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수년째 뛰는 단체와 개인이 많이 있습니다. 미국, 캐나다, 유럽, 그리고 한국이 침묵하면 북한의 주민은 세계의 외면 속에 방치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인권을 위해 뛴다,’ 오늘 이 시간에는 11일 워싱턴의 존스홉킨스대학교에서 '북한의 인권옹호: 부족한 자료를 최대한 활용하기'라는 제목으로 열린 토론회를 찾아갑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김상헌
: Here I seem to have problems as I describe the (North Korean) situation to be worse than Gulag under Stalin or Nazi's concentration camps. Many people challenged me how could that be possible?...
(더빙) 제가 북한의 인권 문제를 이야기할 때 북한의 실태가 구소련의 집단수용소나 독일의 나치수용소보다 훨씬 나쁘다고 말하면 많은 사람이 '그게 어떻게 가능한단 말인가'라면서 설명을 요구합니다. 제가 이제 북한의 상황과 현실이 어느 정도 나쁜지를 묘사한 삽화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한국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정보센터'의 김상헌 이사장이 보여준 북한 수용소 내 수감자는 외계인 같습니다. 사람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머리에 머리카락이 붙어 있는 사람은 거의 없고, 얼굴은 해골 같고 이빨이 다 빠졌습니다. 키는 대략 120센티미터, 130 센티미터. 마치 땅에 딱 붙은 난쟁이들 같습니다.
잡혀올 때는 모두 정상인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루 열여섯 시간, 열여덟 시간씩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강제 노동하며 혹독한 고문을 받다 보니, 몸이 다 휘어져서 앞가슴과 배가 마주 붙어 있습니다. 한결같이 그렇게 육체가 망가져 기형이 되어 있습니다.
삽화를 통해 보이는 여성의 성적 유린은 특히 심각합니다. 보위부원이 여성 수감자를 농락하고 성욕을 채운 후 나무 꼬챙이로 자궁을 찔러 놓고 죽게 합니다. 보위부원이 여성을 눕혀 두 다리를 벌리게 하고는 극도의 수치심을 유발하는 고문을 합니다. 임산부의 배를 마구 차 조산을 하게 만드는 일은 다반사입니다.
김 이사장에 이어 두 명의 북한인권정보센터 연구원은 센터가 올해 8월에 작성한 ‘2010 북한인권백서’를 인용해, '보위부와 안전부 조사·구류시설'에서 발생한 사건 5,089건 가운데 88%가 '정치범수용소'에서 발생한 사건이며, 1,942건 가운데 88%가 '개인의 존엄성과 자유권'과 관련되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권피해 사건 모두 22,346건, 인물은 12,963명에 이르는 방대한 백서의 자료는 토론회 참석자들에게 ‘북한 수용소가 지옥’이라는 확신을 주기에 조금도 모자람이 없었습니다.
이날 토론회를 개최한 존스홉킨스대학 국제대학원 부설 한미연구소의 구재회 소장은 이런 구체적인 자료가 명백히 있는데도 미국을 포함한 서방세계는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인권 개선에 진전을 보지 못한 채, 북한이 하자는 대로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양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구재회
: We are on a little boat rowing and that's called ‘a great framework,' ’4-party talks,‘ ’6-party talks.‘ We are rowing, rowing and we feel like if we get off, we sink and die...
(더빙) 미국은 작은 배의 노를 젓고 있습니다. 이 배의 이름은 ‘제네바 합의,’ ‘4자회담,’ ‘6자회담’ 등으로 불립니다. 미국은 마치 이 배에서 내리면 물에 빠져 죽을 것 같아서 계속해서 노를 젓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이런 행태에 대해 비판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이런 식으로 북한과 ‘대화를 위한 대화의 외교’는 또다시 똑같은 말을 두 번 사는 형국을 낳을 겁니다.
그러자 이날 ‘재향군인의 날’ 공휴일로 정부가 쉬는 날임에도 굳이 토론회에 나와 청중석에 앉았던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진행자에게 마이크를 요청하며 일어섰습니다. 구 소장인 언급한 ‘똑같은 말 (same horse)’이란 오바마 행정부가 앞서 북한의 핵 동결과 궁극적인 핵 폐기 약속 등 '이미 값을 치른 말'을 다시 사지 않겠다고 한 데서 유래한 표현으로, 단지 6자회담만을 위해 아무런 조건 없이 북한과 대화의 장에 나서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입장입니다. 킹 특사는 구 소장의 ‘대화를 위한 외교’에 반박해 ‘외교란 무엇인가?’로 미국 정부의 견해를 풀어내려갔습니다.
로버트 킹
: One of the things about diplomacy, I think one can sum it up very quickly diplomacy is art of being able to walk and chew gum at the same time. It's the..
(더빙) 외교를 정의하는 여러 개념 가운데, 가장 빠르게 요약할 수 있는 것은 이겁니다. ‘외교’란 걸으면서 동시에 껌을 씹는 예술이라는 겁니다. 미국은 ‘북한의 핵 문제에 심각히 우려하고 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동시에, 북한 주민의 복지와 안녕을 우려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 두 사안은 별개가 아닙니다. 북한의 비핵화를 추구하면서, 이와 동시에 북한의 인권 문제도 압박해 나가야 합니다. 왜냐면 인권 분야의 개선이 없으면 비핵화 분야에서도 진전을 이룰 수 없기 때문입니다.
킹 특사는 이어 진전이 없던 게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유엔에서, 그리고 미국, 일본, 한국, 유럽 연합이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한 점이 명확한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특히 자국민에게 식량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기에, '적법성(legitimacy)'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킹 특사는 밝혔습니다. 더구나 북한은 자국민이 스스로 '북한이 과연 적법한 국가인가?'라고 묻는 만큼, 북한정부로서는 유엔에서 하는 일의 참여가 적법성을 담보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설명입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수많은 국가의 신랄한 비판을 무릅쓰면서 유엔이 실시한 '보편적 인권 정례검토'를 밟았다고 킹 특사는 강조했습니다.
김 이사장은 킹 특사의 말을 들은 뒤, 북한의 인권에 전혀 진전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최근 들어서 아주 조그만 변화를 희미하게나마 볼 수 있다는 말로 팽팽한 토론회를 마무리했습니다. 정치범 수용소 간부들끼리 '국제 인권조사단이 조만간 북한에 온다더라'고 속삭이는가 하면, 북한 정부가 사망자률이 높은 몇몇 수용소의 소장들을 모두 교체했다는 소식을 최근에 북한을 탈출한 주민들이 전하고 있다는 이야깁니다.
'북한 인권을 위해 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