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을 위해 뛴다]⑳ 북한인권협의회

토론토 평강교회에서 기도모임을 하고 있는 캐나다 '북한인권협의회'의 이경복 회장.
토론토 평강교회에서 기도모임을 하고 있는 캐나다 '북한인권협의회'의 이경복 회장. (RFA PHOTO/김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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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에는 마치 자기 집안일처럼 북한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수년째 뛰는 단체들이 많이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이 침묵하면 북한의 주민들은 세계의 외면 속에 방치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인권을 위해 뛴다' 오늘 이 시간에는 캐나다의 인권 단체인 '북한인권협의회'를 찾아갑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Canada AM Morning Show: North Korean leader Kim Jong Il has appointed his youngest son Kim Jung Un....

CTV 텔레비전 방송은 캐나다에서 가장 큰 민영 방송사입니다. 이 방송국이 방영하는 ‘Canada AM 모닝쇼’는 많은 캐나다인이 즐겨보는 프로그램인데요, 지난해 6월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자신의 셋째 아들 김정은 씨를 후계자로 내정했다는 소식을 집중적으로 다루었습니다. 게다가 북한인권 활동가를 초청해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간략히 소개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눈길을 끌었다’라고 말한 이유는 캐나다가 세계적으로 알려진 인권옹호국임에도 그간 북한 인권에 관해서는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에 비해 별다른 관심을 기울였다고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 캐나다가 최근 들어 북한 인권에 부쩍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 관련 인권 단체들이 늘어나면서 본격적인 활동에 착수하고 있고, 정부와 의회도 이런 움직임을 지지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런 분위기 변화를 추적하다보면 십 년 전부터 시작한 작은 노력이 뭉쳐 창발하며 임계점을 넘은 결과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물은 99도에서 끊지 않고 100도에서 끊습니다. 이렇게 물질의 형태와 성질이 변화하는 지점을 ‘임계점’이라고 하는데, 캐나다의 북한 인권에 대한 급증하는 관심은 북한의 인권 문제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아 그 관심도가 100도를 넘도록 한 노력의 산물입니다. 이 노력의 한가운데 ‘북한인권협의회’가 자리 매김하고 있습니다. 북한인권협의회의 이경복 대표입니다.


이경복: 저희 ‘북한인권협의회’가 있기 전에 캐나다 토론토에 ‘황장엽 씨의 자유를 위한 모임 (황자모)’이 있었습니다.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국제비서가 방미하려고 하는데 한국정부가 허락하지 않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황 씨를 미국에 오도록 청원운동을 하자 해서 시작한 게 ‘황자모’인데요, 2001년께였습니다. 그 뒤에 캐나다에 거주하는 한인 사회 내에 ‘탈북난민 송환저지 국제연대’라는 조직이 생겨났습니다. 또 한국에서 운영되는 ‘자유북한방송’ 설립 초기에, ‘상당히 좋은 일이다’라고 공감해서 후원회가 조직돼서 모금 운동이 벌어졌습니다. 이 모임이 ‘자유북한방송 후원회’입니다. 이 세 조직이 방향이 같은 만큼 통합해 활동하자는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그 결과, ‘북한인권협의회’가 2008년 2월에 발족하게 됐습니다.

협의회는 발족 직후의 첫 행사로 북한 주민과 탈북자들이 겪는 아픔을 다룬 한국 영화 ‘크로싱’ 시사회를 캐나다 의회 건물에서 여는 방안을 추진했습니다. 마침내 3개월 뒤 시사회를 개최하는 일정이 잡혔습니다. 하지만 행사 당일, 일은 애초 계획과는 다르게 흘러갔습니다.


이경복: (시사회 열려고 건물에 들어갔더니) 의회 관계자가 ‘의원들 지금 바쁜데, 상영회에 참석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라면서, DVD를 만들어서 배포해 집에 가서 보게 하자고 하시는 거예요. 대신 소규모 회의를 열자고 하더군요. 캐나다에는 정당이 4개가 있는데, 4개 정당 인권 간사들이 전부 참석하고 상원의원까지 포함해서 대략 15명이 참여하는 사실상의 청문회를 하게 됐습니다. 정말 의외였습니다.

호박이 넝쿨째 굴러 온 느낌이었습니다. 시사회를 의회 건물에서 개최할 수 있도록 허락받은 것만도 감지덕지했던 협의회 실무진이 이 호박을 덥석 줍지 않을 이유는 전혀 없었습니다.

그 결과, 집권당인 보수당, 자유당, 신민주당 등에 소속한 여러 의원이 탈북자 인권과 관련한 개인 발의 (motion)를 내놓게 됩니다. 북한 인권의 실태를 알게 된 이상, 무언가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기에 그렇게 행동했을 것이라고 이경복 대표는 말합니다. 고향은 충청도로 북한에 피붙이는 전혀 없고, 직업은 회계사로 단 한 번도 정치판 근처에 얼씬거려보지 않았던 이 대표가 북한 인권 운동에 나서게 된 것도 똑같은 이유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캐나다 의원들의 잇따른 개인발의를 계기로 캐나다 정당들은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인식하게 됐습니다. 일단 그 필요성을 인식하자마자, 전 캐나다 법무장관이며 현 자유당 인권 간사인 어윈 커틀러 의원, 자유당 외무 간사인 밥 레이 의원, 신민당 소속인 웨인 말슨 의원 등은 ‘북한인권결의안’을 공동으로 발의해 결국 행동에 옮겼습니다. 이 결의안은 조만간 캐나다 의회에 상정될 예정입니다.

북한인권협의회는 결의안 채택을 지지하는 차원으로 청원서 서명도 받고 있습니다. 청원서에는 캐나다 연방의회가 북한 정치범 수용소를 즉각 해체하고 죄수들을 석방하라는 결의안을 통과시킬 것, 캐나다 정부가 정치범 수용소 해체를 위해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 특히 북한정권의 자국민 보호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는 사항을 유엔 총회 결의안에 삽입하도록 노력할 것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경복: 어떤 나라건 간에 국민이 인위적, 혹은 자연적 재난을 당하면, 국가가 책임을 지고 해결해야 합니다. 국가가 해결할 수 없을 수가 있고, 보호하려 하지 않는 경우가 있고, 국가가 오히려 국민에게 가해자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북한은 이 세 가지 경우에 다 해당됩니다. 이럴 때 국제사회가 개입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습니다. 캐나다에서 주창해서 2008년에 유엔 안보리에서 독트린으로 통과됐는데요, 현재 이와 관련한 뚜렷한 계획이나 구체성이 없습니다.

북한인권협의회는 이를 보다 구체화하기 위해 오는 5월 토론토에서 대규모 국제회의를 열 계획입니다. 이번 인권 행사는 캐나다, 미국, 한국, 유럽의 인권 활동가, 전문가, 정부 관리들이 한자리에 모여 ‘인간 안보 (human security)’를 주제로 논의할 예정입니다. 참고로 ‘인간 안보’란 1994년 유엔개발계획의 인간개발 보고서에서 소개된 개념으로, 경제, 식량, 보건, 환경, 개인, 지역사회, 정치 등 7가지 요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북한인권협의회는 탈북자들이 캐나다에서 난민으로 인정받는 사례가 더 늘도록 힘쓸 계획입니다. 최신 통계를 보면, 2008년에 7명이던 탈북자 난민인정 건수는 2009년에는 66명으로 급증했습니다. 2006년 말 약 130명의 탈북자가 난민 신청을 했고, 심사기간이 평균 2년 정도 소요되는 점을 감안한다면, 올해 더 많은 인정사례가 나올 전망입니다.

북한 인권을 위해 다시 새로운 ‘임계점’을 향하는 북한인권협의회는 마지막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이 말을 꼭 들려주고 싶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부탁합니다.


이경복: “왜 남한동포, 해외동포들은 우리들의 고난에 대해서 무심한가”라고 불평하실 겁니다. 모르셔서 그렇지, 동포들이 잊어버린 것이 아니고, 관심을 두고 기도하고 있고, 정부나 다른 여러 기관을 통해서 온갖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해방의 날이 올 테니 참으시고 깨어 있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