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캐나다, 그리고 유럽에는 마치 자기 집안일처럼 북한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수년째 뛰는 단체와 개인이 많이 있습니다. 미국, 캐나다, 그리고 유럽이 침묵하면 북한의 주민들은 세계의 외면 속에 방치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인권을 위해 뛴다' 오늘 이 시간에는 미국의 저명한 국제변호사인 제레드 겐서 씨를 찾아갑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미국변호사협회의 2008년 말 자료를 보면, 대형법률회사(로펌) 파트너의 시간당 요율 평균치는 451달러입니다. 파트너란 법률회사의 지분을 가진 일종의 주주변호사로, 쉽게 말하면 법률회사의 주인인 셈입니다.
평균치가 시간당 451달러니,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대형법률회사인 DLA Piper의 파트너면, 시간당 1,000달러는 훌쩍 넘을 거라는 게 업계의 판단입니다.
제레드 겐서 씨는 이 DLA Piper에서 정부 업무 분야를 책임진 파트너입니다. 일분일초가 아깝고 아주 비싼 소위 '특급 변호사'입니다. 하지만 변호사를 선임할 여유가 없는 인권 단체나 인권운동가에게 보수를 받지 않고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에는 결코 뜸을 들이지 않습니다.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라고 굳게 믿기 때문입니다.
버마의 민주화 운동 지도자 아웅산 수치 여사, 중국의 기독교 인권운동가인 가오지셍 변호사, 이집트의 사회학자이자 인권운동가인 사드 이브라힘 박사 등 겐서 씨가 도운 사람만 해도 부지기수입니다. 북한 인권에 관심을 둔 사람들이 그런 그를 그냥 놔둘 리 없었습니다.
제레드 겐서: I was approached by a friend who worked on the (North Korean human rights) issues... (더빙) 몇 년 전 북한 인권 문제에 잠시 관여했던 친구 하나가 제게 북한 쪽에도 관심을 둬보라고 권유했습니다. 제가 당시 버마의 인권 문제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활동할 때였습니다. 그러던 차에 미국북한인권위원회에서 관련 활동을 제의해왔습니다. 개인적으로 흔쾌히 동의했고, 이어 회사도 공익사업 차원에서 동참하게 됐습니다.
겐서 씨와 DLA Piper가 뛰어든 활동은 다름 아닌 북한 인권에 대해 법적 문제를 제기하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이었습니다. 물론 보고서의 저자는 쉘 마그네 본데빅 전 노르웨이 총리와 후일 대통령이 된 체코의 반체제 극작가 바츨라프 하벨 씨, 그리고 유대인 대학살 당시 생존자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엘리 위젤 씨입니다. 하지만 보고서의 법적 논리와 광대한 실무 작업은 겐서 씨와 DLA Piper의 몫이었습니다.
이 작업을 총괄한 겐서 씨는 우선 북한의 주권을 신성불가침으로 존중해야 하느냐, 아니면 인권을 지키는 것은 국제사회의 책임이니 개입해야 옳으냐라는 진퇴양난(딜레마)에서 한참을 고민해야 했습니다. 여전히 국제사회의 개입을 1648년 베스트팔렌조약 이후 확립된 국제 질서의 핵심인 주권에 대한 침해로 여기는 거부감이 남아 있었고, 유엔 역시 주권을 강조하던 터였습니다. 일례로 유엔헌장 2조 7항은 "본질적으로 개별 국가의 국내 사법권에 포함되는 문제에 유엔이 개입하도록 허용하지 않는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겐서 씨에게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2005년 9월. 인권을 신성불가침한 주권에서 분리하고, 주권보다 우위에 둬야 한다는 주장이 커진 가운데, 유엔이 마침내 만장일치로 ‘보호책임’ 원칙을 채택했던 겁니다. 이 원칙은 '집단학살, 전쟁범죄, 인종청소, 비인도적 범죄를 해당 국가가 명백히 보호하지 않을 경우' 국제사회가 보호할 공동 책임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제레드 겐서: Our report in 2006 was the first report to look at the human rights abuses in North Korea in that lens, or through that lens as... (더빙) 저희가 2006년에 펴낸 '보호 실패: 북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행동 촉구'란 제목의 보고서는 북한의 인권을 '보호책임' 원칙을 통해 파헤친 최초의 보고서입니다. '북한에는 북한식 인권이 있다'는 주장을 포함해 국제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논의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고 자신있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실제로 보고서는 새로운 '보호책임' 원칙을 바탕으로 김정일 정권이 북한주민들을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고 규정했습니다. 특히 1990년대 1백만 명 이상의 자국민이 죽도록 내버려 두고, 강제 수용소에는 최고 20만 명의 주민을 투옥한 행위는 한마디로 인류에 대한 범죄 행위이자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는 지적입니다.
2008년에 개정판을 낸 보고서는 특히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안을 채택하고 북한 정부가 국제기구의 자유로운 북한 접근과 취약계층 접촉, 유엔 북한인권보고관의 북한 방문 허가 등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만일 북한 정부가 이런 요구조항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유엔 헌장 7장에 따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구속력 있는 결의안을 채택하라고 아울러 촉구했습니다.
이 같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적극적인 역할 주문은 미국 내 최상위 명문인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법학대학원과 미시건대학교 법학대학원에서 오랫동안 '유엔안전보장이사회'를 강의한 겐서 씨의 머리에서 나왔습니다. 진정한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의 시작점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있다고 겐서 씨는 굳게 믿고 있습니다.
보고서의 개정판이 나온 지 2년이 지난 오늘, 겐서 씨는 무엇보다 유엔의 일상 업무를 다루는 사무국을 총지휘하고 유엔을 대표하는 반기문 사무총장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반 사무총장 본인이 한국인이지 아니냐는 시각입니다.
제레드 겐서: We believe he needs to be doing more in his role as the general secretary of the United Nations... (더빙) 반기문 씨가 유엔 사무총장 자격으로 북한 인권 문제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반 씨는 한국의 외교통상부 장관이었지 않습니까? 반 사무총장은 개인적으로라도 좀 더 관심을 두고 북한의 인권 문제에 관여해야 합니다. 그래야 유엔체제 전반에 걸쳐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다루려는 움직임이 더 활발해질 겁니다.
한국인은 아니지만, 인권운동가는 아니지만, 민족, 국가, 직업과 상관없이 겐서 변호사는 오늘도 정의가 강같이 흐르고 인간의 품위가 존중받는 북한을 위해 힘차게 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