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캐나다, 그리고 유럽에는 마치 자기 집안일처럼 북한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수년째 뛰는 단체와 개인이 많이 있습니다. 미국, 캐나다, 그리고 유럽이 침묵하면 북한의 주민들은 세계의 외면 속에 방치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인권을 위해 뛴다' 오늘 이 시간에는 캐나다의 인권단체 '한보이스(HanVoice)'를 찾아갑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다큐멘터리 'Seoul Train': 탈북자 김 한미 양 가족이 중국 선양의 일본 총영사관에 진입을 시도하다 끌려나오면서 비명을 지르는 장면.
굶주림과 질병으로 인한 비참한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국을 통해 한국에 가려는 탈북자들의 실상을 그린 기록영화 ‘서울 트레인.' 이 영화 속에서 한국의 인권운동가인 문국한 씨는 김한미 양 가족이 2002년 중국 선양주재 일본 총영사관에 진입을 시도하다 끌려나오는 장면을 가슴 아프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어머니 이선희 씨는 끌려 나가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쓰다가 업혀 있던 2살배기 한미 양을 떨어뜨리고 맙니다. 사지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어머니를 바라보는 어린 딸의 얼굴에 도사린 끝없는 공포와 두려움.
캐나다의 인권단체인 '한보이스(HanVoice)'의 잭 킴 사무총장은 이처럼 많은 탈북자가 공포와 두려움에 떨며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는 것을 알게 되자 몸서리가 쳐졌습니다. 그리고 주체할 수 없는 분노를 느꼈습니다. 한민족의 한 사람으로 북한에서 태어난 한민족의 가슴에 맺힌 한을 풀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물밀듯이 밀려온 것은 바로 그때였습니다.
Jack Kim: It completely blew our minds. First of all, we were thinking of what can we do about it... (더빙) 영화를 보고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당장 뭔가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들었습니다. 특히 캐나다에 사는 한인으로서 북한의 동포에 대한 책임감과 의무를 느꼈습니다. 저는 일가친척이 모두 실향민입니다. 그래서 한국을 방문해 임진각에도 자주 가보곤 했습니다만, 영화를 볼 때까지 탈북자가 처한 상황이 그렇게 절박한지 꿈에도 몰랐습니다.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우연히 영화를 접한 법학도와 평범한 직장인 등 캐나다 한인 2세 7명은 즉시 캐나다 토론토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다루는 단체를 수소문하기 시작했습니다.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헛수고였습니다. 하지만 젊은 한인들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어라'는 속담을 떠올리며 새로운 인권단체를 결성한 겁니다. 단체의 이름은 '한보이스.' 한국인의 정서를 표현하는 '한'과 '한민족'이라는 의미를 담은 '한' 그리고 '목소리'를 뜻하는 '보이스'를 합친 말이니까, ‘한 핏줄을 나눈 탈북자가 처한 어려움을 나타내는 하나의 소리가 되자’는 꿈이 읽힙니다.
한보이스는 매일 이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200명 가까운 젊은이들이 모여 토론토 노스욕 멜라스트먼 광장에서 탈북자 인권보호를 위한 촛불집회를 개최하는가 하면, 난민 전문 변호사, 이민자 모임, 지역단체 회원들과 탈북자와 관련한 문제를 토의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정치인, 언론인, 학생 단체, 시민단체에 탈북자를 돕는 운동(캠페인)을 활발히 펼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캐나다 지역사회에 북한 문제를 널리 알리는 한편, 캐나다로 향하는 탈북자 문제를 놓고 지역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정치 활동과 국내외 여러 관련기구와 협력을 통한 사업지원을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을 벌인 결과, 2007년 4월에 7명의 캐나다 한인 2세로 시작한 한보이스는 캐나다의 명문 토론토 대학에 의해 '캐나다 최대의 북한인권단체'로 평가받기에 이릅니다.
Jack Kim: We have been very, very successful on the political front. We made contacts within the government and we met... (더빙) 한보이스는 특히 정치 활동의 측면에서 상당히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북한 인권의 실상을 알리고 탈북자를 돕기 위해 정부와 의회 관계자를 셀 수도 없이 많이 접촉했습니다. 피터 켄트 외무부 미주분야 정무 장관, 어윈 커틀러 전 법무장관, 주디 스그로 캐나다 연방 하원의원, 마사 홀 핀들리 연방 하원의원, 캐나다 한인 최초의 상원의원인 연아 마틴 씨 등이 큰 관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보이스가 특히 로비활동의 성과에 주목하는 이유는 북한 인권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개인이나 시민단체 혼자서만 할 수 있는 일이 궁극적으로는 제한적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개인이나 시민단체의 노력과 더불어 캐나다 정부나 의회의 개입이 절실한 까닭입니다. 예컨대 중국 내 탈북자들의 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캐나다 정부가 중국 정부에 압력을 넣으면 효과적이라는 생각입니다. 한보이스가 힘쓰는 캐나다 의회의 대북 인권 동의안 결의가 통과되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도 "탈북자들을 대신해 캐나다인을 움직이자"는 표어가 걸린 사무실에서 의회와 정부 기관 관계자들과 바쁜 일정을 잡는 잭 킴 사무총장. 그토록 애쓰는 북한주민들에게 꼭 하고픈 한마디를 해달라는 자유아시아방송의 요청에 이렇게 말합니다.
Jack Kim: We are the guest in this cause. We are only here until... (더빙) 저희는 북한 인권을 개선하는 운동에 주인이 아닙니다. 저희는 북한주민들이 자신들의 잃어버린 인권을 되찾기 위해 일어서 싸울 때까지 존재합니다. 여러분을 돕기 위해 저희가 있는 겁니다. 그러니 절망하지 마시고 쓰러진 몸을 일으켜 세우시고, 중국 내 탈북자들이 강제 송환되는 비극을 포함한 인권 유린 상황을 바꾸기 위해 함께 일하기를 소망합니다.
한 편의 영화를 보고 운명처럼 결성된 한보이스. 영화 속의 김한미 양이 중국의 처사를 비난하는 국제적인 여론이 들끓으면서 결국 강제추방형식으로 중국을 떠나 마닐라를 거쳐 한국에 입국하게 된 것처럼, 수많은 북한 주민의 가슴에 맺힌 한이 풀리게 될 날이 멀지 않다는 예감으로 오늘도 한보이스는 힘차게 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