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에는 마치 자기 집안일처럼 북한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수년째 뛰는 단체들이 많이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이 침묵하면 북한의 주민들은 세계의 외면 속에 방치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인권을 위해 뛴다' 오늘 이 시간에는 미국의 기독교 단체인 '고향선교회'를 찾아갑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현장음: 미국 시애틀 시내 스페이스 니들 앞 평화시위)
미국 서부 시애틀의 상징인 스페이스 니들. 높이 184m의 이 전망대는 UFO, 즉 외계인의 비행물체를 연상시키는 원반이 얹혀 있는 독특한 모양으로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들이 세계 각처에서 찾아옵니다.
지난 10월 24일 이 스페이스 니들을 세 바퀴 돈 다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보내는 성명서를 큰 목소리로 읽어 사람들의 시선을 끈 단체가 있는데요, 바로 시애틀에 본부를 둔 ‘고향선교회’입니다.
탈북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기독교 신앙을 전하고, 강제 송환될 이들을 중국에서 구출하고, 제 3국에 정착한 탈북자를 지원하는 등 탈북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고향선교회.
이 단체의 설립 배경을 탈북자 선교의 대부이자 고향선교회 선교사인 윤요한 목사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윤요한:
처음에 탈북자 32명을 중국에 숨겨 성경을 가르치고 음식을 먹이고, 일도 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자꾸 북한으로 강제 추방당하니까, 이게 아니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32명을 일시에 기차를 태우고, 배를 타고 태국까지 약 7,000-8,000마일 거리를 가서 (태국 주재) 한국대사관에 망명 신청을 했습니다. 유엔고등판무관실에서 이들에게 난민증을 줘서 태국에서 자유롭게 2-3개월 살다가 한국에 갔죠. 그때 저희가 모여서 앞으로 북한인민을 구출하고 살리는 일에 앞장서자고 했죠. 그러려면 선교를 해야 하는데, 탈북자들이 선교회 이름을 ‘고향선교회’로 하자고 해요. 왜냐고 물었더니, “우리는 북한이 고향이잖아요” 그러더군요.
지금까지 이 단체를 통해 정든 고향을 떠나 도망 길에 있다 도움의 손길을 입은 탈북자들은 1,000명이 넘습니다. 윤 목사가 직접 구출한 탈북자만 150명에 이릅니다. 이 가운데 한국에 138명이 정착하고, 미국으로 망명시킨 탈북자는 12명이나 됩니다.
이런 활동을 인정받아 윤 목사는 2007년 고향선교회를 대표해 미국의 민간단체인 ‘트레인 재단’이 수여하는 ‘용기있는 시민상’을 받았습니다. 시상식에 참석했던 한 미국인은 윤 목사의 공적이 티베트의 종교 지도자이며 인권운동가인 달라이 라마의 공적과도 견줄 수 있는 장한 일이라고 격찬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장한 일’을 한 윤 목사는 중국에서는 ‘범죄자’입니다. 1998년부터 중국의 칭다오, 베이징, 옌지 등지에 사는 탈북자들을 보호하고 그들의 생계를 지원한 ‘심각한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입니다. 윤 목사는 이런 범죄 혐의로 중국 공안에 2005년 체포돼 1년 3개월간 감옥생활을 하다, 2006년 풀려났습니다. 유죄 선고를 받은 뒤 추방당한 형식이었기에 중국 땅을 다시는 밟을 수 없습니다.
윤요한:
제가 감옥에 들어가기 전까지 중국에서 탈북자 약 1,500명을 먹이면서 그들의 아픔을 속속들이 보고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을 도와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탈북자들이 잡혀가는 것을 보면 차라리 내가 잡혀가서 고통당하는 것이 낫지, 저들이 가서 고통당하고 죽을 것을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저리고 아팠습니다. 지금도 탈북자들을 생각하면 가만히 있을 수 없고...
고향선교회는 윤 목사가 미국 시민권자로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미국 연방상원의원이 윤 목사의 석방을 간청하는 서한을 중국에 보내는 등 미국 정부의 항의로 가까스로 자유의 몸이 된 것은 기쁘지만, 고통 받는 북한 주민들을 보면서 그저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미국 각지에서 모금활동을 해 모은 돈으로 탈북자들이 제 3국으로 갈 수 있도록 계속 힘쓰고 있습니다.
윤 목사는 고향인 시애틀로 돌아온 후 미국의 유력 일간지인 월스트리트저널 편집자들과 만나 탈북자들이 사선을 넘어 자유를 찾는 데 드는 비용이 최소 1,500달러라고 밝히면서, 사람을 돈으로 사서 구한다는 사실이 마음 아프지만 이렇게라도 구할 수 있다면 뭔들 못하겠느냐고 되묻기도 했습니다.
고향선교회의 향후 계획을 묻자, 윤 목사는 북한 상황이 변한 것이 없기에 고향선교회 활동도 변할 게 없다고 답합니다.
윤요한:
우리가 지금까지 해오던 일을 앞으로도 계속할 겁니다. 특히 탈북자들이 이제 20,000명에 육박하거든요. 이분들이 지금 활발하게 북한 인권을 위해 뛰고 있습니다. 이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기가 넘어와서 자유세계에서 자유를 누리고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 이 남쪽 백성이 사는 것을 볼 때 너무 부럽고 이것이 옳다 해서 자기 고향에서 지금도 유린당하고 총살당하고 죽어야 하는 주민들을 도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윤 목사는 이 탈북자들이야말로 북한체제 변화의 열쇠라고 믿고 있습니다. 탈북자 한 명을 도와주면 그 탈북자는 고향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북한 밖에서 기다리는 자유에 대한 소식을 전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더 많은 사람이 뒤따를 것이고, 체제는 변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고향선교회는 손꼽아 기다립니다. 과거 헝가리가 서독으로 탈출한 동독인의 송환을 거부하면서, 결국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게 된 것처럼, 북한의 억압적인 체제가 무너지기를 말입니다.
그래야만 타향살이하는 탈북자들이 그리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기에.
(음악: ‘나의 살던 고향은...’ 평양노래자랑대회에서 평양 금성학원 학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