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을 위해 뛴다-31] 로베르타 코헨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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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캐나다, 그리고 유럽에는 마치 자기 집안일처럼 북한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수년째 뛰는 단체와 개인이 많이 있습니다. 미국, 캐나다, 그리고 유럽이 침묵하면 북한의 주민들은 세계의 외면 속에 방치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인권을 위해 뛴다’ 오늘 이 시간에는 미국의 비영리 단체인 브루킹스 연구소의 로베르타 코헨 선임연구원을 찾아갑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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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타 코헨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 -PHOTO courtesy of Brookings.edu (PHOTO courtesy of Brookings.edu)

북한은 오랜 경제적 침체와 자연재해, 극심한 식량 부족 사태로 수많은 난민을 발생시켜 왔습니다. 식량과 물자를 구하거나 다른 생존의 수단을 마련하기 위해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중국 접경지대로 넘어가서 식량과 돈을 구하거나, 불법 체류자로서 불안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북한 난민과 같은 이유로 고향을 떠나지만 국경은 넘지 않는 사람들도 북한에는 많이 있습니다. 국제사회에서는 이들을 가리켜 ‘국내실향민(internally displaced people)'이라고 부릅니다. 이들은 기본적 인권은 물론 생존권마저 보장되어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게다가 이들은 난민과 달리 자국 내에 존재하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보호를 받기가 힘듭니다.

평생을 전 세계의 ‘국내실향민’ 문제에 매달려온 로베르타 코헨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의 시야에 북한의 국내실향민 문제가 잡힌 것은 어쩌면 아주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전쟁이나 분쟁, 혹은 인종, 종교, 정치적 견해로 박해 받거나 생명의 위협을 느껴 고향을 떠나야 했던 이라크, 수단, 버마 등지의 국내실향민을 심층적으로 연구하던 코헨 연구원에게 북한은 한마디로 ‘이상한 나라’였습니다.

Roberta Cohen

: These kinds of reports necessarily catch my eye because I have been involved in human rights work for more than 30 years...

(더빙) 몇 년 전부터 북한의 인권 상황에 관련한 보고서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30년 이상을 인권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던 만큼, 이런 보고서들에 자연스레 눈길이 갔죠. 그런데 북한판 국내실향민은 특이했습니다. 굶주림을 면하기 위해 수십만 명의 북한 주민과 어린이들이 직장과 학교를 그만 두고 먹을 것을 찾아 산과 바다를 헤매고 다닌 것인데, 문제는 북한 당국이 이를 형법상의 범죄로 간주했다는 점입니다. 주민들이 자기 나라 안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는 것을 제한하는 나라도 드문 판에, 극심한 기근 기간에 살아보겠다고 돌아다니는 일을 범죄 취급한 나라는 지구상에서 북한 밖에 없습니다.

전쟁이 아닌 평상시기에 수백만 명이 굶어죽고, 북한 곳곳에 강제수용소를 설치해 어린이와 부녀자들까지 죽이는 반인륜적인 범죄행위가 자행되는 북한의 실상을 자세히 접하면서 코헨 연구원은 걷잡을 수 없는 분노에 치를 떨었습니다. 사람을 사람으로 여기지 않고 인간의 생명을 마음대로 짓밟고도 가책을 느끼지 않는 북한 정권을 보자 불현듯 독일의 나치 정권이 떠올랐습니다.


Roberta Cohen

: It goes back to my childhood really with the murders of many relatives by the Nazis during the World War I...

(더빙) 제 어린 시절의 분노가 다시금 타올랐습니다. 저의 가까운 친인척들이 1차 세계대전에 나치 정권에 의해 죽임을 당했거든요. 이런 잔악한 정권의 인권 유린 행태를 중단시키지 않으면 인권과 인간성이 현격히 퇴색하는 것은 역사가 확인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고 말로만 중단시킬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인권 유린에 관한 정보를 입수하고, 인권 유린 현장에 접근해야 합니다. 북한 정권이나 나치 정권의 공통점은 자신들의 인권 유린 범죄를 감추기 위해 높은 벽을 쌓아올린 것입니다. 이 벽을 부숴야합니다.

이 비밀의 벽을 부수기 위해 코헨 연구원은 미국에 소재한 비영리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에 이사로 참여해 다양한 보고서를 출간하는데 기여하는 한편, 미국의 유력지인 워싱턴 포스트, 뉴욕 타임즈,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등에 북한의 인권 실상을 알리고 미국 행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정책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비근한 사례로, 코헨 연구원은 얼마 전 미국의 대외정책 수립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외교위원회(CFR)와 한 회견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북한과의 대화에서 인권을 언급해야한다면서, “인권 대신 북한 핵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미국의 대북정책은 그 근본적인 주장이 틀렸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지미 카터 행정부 시절, 미국 국무부에서 인권담당 부차관보을 역임한 코헨 연구원은 카터와 레이건 전 행정부가 구소련과 군비협상에서 인권 문제를 제외시키지 않았던 점을 부각시키면서, 북한과의 관계에서도 전통적인 인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Roberta Cohen

: I think right now it's very dangerous time...

(더빙) 물론 지금 (한반도는) 매우 위험한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북한이 천안함 사건이라는 일종의 전쟁행위를 저질렀고, 핵을 포기하지 않으려 드는데다, 6자회담이 중단된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닥친 현실만 보지 말고 앞을 내다볼 때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병들고 허약해졌고, 북한 내 내부 통제는 느슨해지고 있는데다, 후계구도를 둘러싼 권력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북한에서 김정일 후체제로 이동하는 움직임이 일어나는 가운데, 국제사회는 인권 문제를 포함한 다양한 전략을 세워야합니다. 이런 전략을 논의하는 회의에 저도 몇 차례 참석했는데요, 미국은 북한의 인권에 대한 논의 없이 결코 양국 관계를 정상화하지 않을 겁니다.

코헨 연구원은 특히 북한의 인권 문제가 한 단계 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북한 내 인권 운동가들의 구체적인 사례가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구소련에는 핵물리학자이자 인권활동가인 안드레이 사하로프 박사가 있었고, 버마에는 국제적으로 유명한 반정부 지도자 아웅산 수키 여사가 있듯이, 북한에도 그런 상징적인 인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Roberta Cohen

: North Koreans, unlike people in other countries, all often seem like some undifferentiated mass of people...

(더빙) 북한주민들은 다른 나라와는 달리 종종 획일적인 대중적 집단으로만 보입니다. 북한과 마찬가지로 끔찍한 공산국가였던 ‘철의 장막’ 구소련에도 국제사회가 파악한 구체적인 인권 침해 사례가 있었습니다. 중국인들도 중국 내에 반체제인사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이 국제사회에 알려지기까지는 일단의 대중적 집단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감옥에 갇힌 반체제인사의 명단을 확보하고 나면, 아무리 악랄한 정부라고 해도 국제사회의 문제제기에 어떻게든 반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코헨 연구원은 지금은 어려워도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북한을 도망쳐 나와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가 2만 명에 가까워져 가고, 손전화(휴대폰), DVD, 비디오, 라디오 방송을 통해 외부 소식이 북한에 들어가고 나오면서 인권 유린을 숨기고 있는 차디찬 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모습을 보기 때문입니다.

‘북한 인권을 위해 뛴다’ 오늘은 로베르타 코헨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을 찾아가 봤습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