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캐나다, 유럽, 그리고 한국에는 마치 자기 집안일처럼 북한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수년째 뛰는 단체와 개인이 많이 있습니다. 미국, 캐나다, 유럽, 그리고 한국이 침묵하면 북한의 주민은 세계의 외면 속에 방치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인권을 위해 뛴다' 오늘 이 시간에는 한국 한나라당의 송영선 의원을 찾아갑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송영선 의원을 굳이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국방안보 전문가'라는 말이 가장 적당합니다.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센터 소장, 호주 합참참모대학과 일본 방위대학교의 초빙교수, 국방일보 전문위원이라는 직함은 물론 국회 산하 국방위원회 위원과 국회의원 40여명을 회원으로 둔 최대 규모의 재난대비 기관인 '안보방재포럼'의 대표 등 20년 이상을 이 분야에서 지낸 경력 때문입니다.
이런 송 의원의 이름 앞에 따라붙는 또 다른 수식어는 '북한 인권 전문가'입니다. 대학에서 영어 교육학을 전공해 잠시 교육자의 길을 걸었고, 미국에 유학해 국제정치학을 전공한 뒤 국방안보 전문가로서 확실하게 자리 잡은 송 의원이 교육, 국방, 안보와는 거리가 한참 먼 북한 인권 활동과 인연을 맺게 된 경위는 무엇일까?
송영선
: 솔직히 말해 북한 인권 문제는 제가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는 깊이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2004년에 17대 국회의원이 됐는데요, 당시 한나라당의 김문수 의원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론적으로 인식할 뿐만 아리라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적극적인 운동을 했습니다. 예를 들면, 탈북자의 인권 운동을 위해서 행진을 벌인다든가, 관련법을 만든다든가, 아니면 탈북자를 돕다가 중국에 강제로 구금된 한국인을 도우려고 중국 심양 등지에 직접 간다든가, 가서 그들의 석방을 요구하기 위해서 밤을 새우고 투쟁을 한다든지, 이런 일을 지금은 경기도 도지사가 된 김문수 전 의원과 하면서 관심을 두게 됐습니다.
김 전 의원이 야당의원으로 미국의 인권 단체인 디펜스 포럼의 수전 숄티 대표나 미국의 언론자유 감시단체인 프리덤 하우스 관계자 등을 만나 탈북자를 지원하고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려는 방안을 논의할 때, 그리고 유엔난민기구(UNHCR)를 포함한 여러 국제기구 대표를 만나 북한 인권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를 요구할 때, 고급영어를 구사했던 송 의원이 자연스레 통역을 맡으면서 북한 인권의 중요성에 새롭게 눈을 뜨게 된 겁니다.
'목표에서 눈을 떼지 마라'는 좌우명을 길잡이 삼아 국방과 안보 분야의 최고가 되려고 노력했듯이, 송 의원은 북한 인권에 관한 책이라면 닥치는 대로 섭렵하고 관련 행사를 적극적으로 후원하면서 지금은 이 분야의 전문가 반열에 올라섰습니다. 게다가 김 전 의원이 2006년 경기도 도지사가 되면서 김 전 의원이 맡았던 북한 인권 활동은 고스란히 송 의원의 몫이 됐습니다. 북한 인권 개선을 의정 활동의 중심 목표 중의 하나로 설정한 송 의원이 한나라당 탈북자/납북자 인권특위 간사와 한나라당 통일안보전략특위 북한인권소위원회 위원장이 된 것도 바로 이 무렵입니다.
송영선
: (2006년에) 벨기에 브뤼셀에 가서 유럽의회에서 기조연설을 했습니다. 북한 인권에 관한 기조연설을 한 것은 아시아인으로서는 처음이었을 겁니다. 한나라당 의원들을 설득해서 함께 가려고 했지만, 아무도 가지 못했습니다. 당시 여러 가지 상황으로 여의치 않아서 자비로 갔습니다. 그때 제가 가서 북한 인권을 국제사회에 호소하는 것을 막으려고 거의 80명이나 되는 소위 한국 비영리단체 회원들이 와서 제가 머문 호텔 밑에서 반대 시위를 했습니다. 어쨌든 그 계기로 말미암아 유럽 사회에 북한의 인권문제를 알렸고,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몽골, 대만, 캄보디아 등에 가서 북한의 인권과 관련한 대회에 참석했던 점이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일본에는 8번이나 방문해서 의회 등에서 수차례 연설했습니다. 그리고 실제 납북된 가족들과 지금도 같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벨기에에서 한국으로 돌아간 송 의원은 탈북자 김태산 씨와 납북자 가족 황인철 씨 등을 초청해 브뤼셀 대회 보고회를 국회에서 개최한 데 이어, 독일의 북한인권운동가 노베르트 폴러첸 박사의 단식농성장에 정치인으로서는 유일하게 방문했습니다. "다른 방법도 많이 사용했는데 먹히지가 않아 이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라는 폴러첸 박사의 설명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자신도 있는 자리에서 제 역할을 다 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돌아섰습니다.
폴레첸 박사를 만나고 한 달이 지난 뒤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북한인권기금 마련 특별음악회'가 그런 노력의 일환입니다. '북한 인권문제'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널리 알리기 위해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비보이' 그룹을 초대하고, 4인조 전자현악기 연주자들로 이뤄진 그룹 '투지'가 출연해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었습니다. 호응도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물론 폴러첸 박사도 참석했습니다.
('투지'의 연주 실황)
2008년에는 국회건물을 벗어나 한반도의 미래를 짊어질 대학생에게 북한의 인권 실태를 전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한국 대학생이 주축이 된 '북한인권청년학생연대'와 탈북대학생의 모임인 '북한인권탈북청년연합'으로 하여금 북한의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모의국회를 열게 한 겁니다. 국회의원으로 변신한 많은 대학생은 열띤 토론을 통해 납북자, 국군포로, 이산가족, 중국 내 탈북자와 제3국에 수용된 탈북자,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설치, 정치범 수용소, 인도적 대북지원 등 광범위한 영역을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현재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논의했습니다. 당시 모의국회에 참석했던 송 의원의 말 한번 들어보시죠.
송영선
: 인권문제는 정치와 이념의 문제가 아닙니다. 인류의 생존과 삶, 보편적 가치의 문제입니다. 나아가서 인권에는 국경이 없습니다. 유엔을 비롯하여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는 이미 북한 문제를 공공의 관심으로 삼고 북한인권법을 제정하고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북한이 2009년 4월 5일 함경북도 무수단리 발사대에서 장거리 로켓에 인공위성을 장착해 발사하자 그 누구보다도 슬픔과 분노에 치를 떨어야 했던 사람은 송 의원이었습니다. 군사, 안보 전문가로 북한의 로켓 발사 소요비용이 대략 3억 달러가량 든다는 사실을 알았고, 이 돈이면 국제시장에서 100만 톤 이상의 쌀을 사서, 북한주민이 겪는 식량난을 1년 정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더욱 그랬습니다. 이런 현실을 남쪽에 사는 주민이 생생히 깨달을 좋은 계기가 없을까 궁리 끝에 로켓 발사 18일 만에 개최한 게 '탈북자 도서전시회'입니다. 이 행사를 주최한 송 의원의 축사, 한번 들어보시죠.
송영선
: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권리가 무엇입니까? 맞아 죽지 않고 굶어 죽지 않을 권리입니다. 여기에 전시된 145권의 책에는 내 형제, 내 동료, 그 사람들이 맞아 죽고 굶어 죽는 그리고 내가 그 현장을 생생히 본 것들을 기록해놨습니다. 이런 소중한 이야기들이 아직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국민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 속에 담겨 있는 요덕 스토리, 꽃제비, 그리고 북한의 장마당, 살겠다고 자유를 찾겠다고 인간 이하의 고통과 고난을 겪으면서 탈북한 과정이 도마 위의 칼자국처럼 생생히 그 아픔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우리 국회와 정부가 나설 때가 됐습니다.
현재 송 의원은 ‘북한자유이주민의 인권을 위한 국제의원연맹(IPCNKR)’의 사무총장직에 온 힘을 쏟고 있습니다. 국제의원연맹은 2003년 탈북자 문제에 대한 국제적인 공동대응을 위해 한국, 미국, 일본, 영국, 몽골 등 이해관계국을 중심으로 결성된 단체로, 2003년 이후 매년 총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현재 60개국 200여명의 의원이 회원으로 활동 중입니다.
이런 송 의원에게 앞으로 계획을 물었더니 등잔 밑이 어두워서는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조만간 2만 명을 돌파할 한국 내 탈북자를 간과해선 안 된다는 이야깁니다.
송영선
: 국제사회와 협력도 중요하지만, 국내에서도 아직 이들에 대한 여러 가지 시설문제, 취업문제, 건강문제, 교육문제, 자녀문제, 문화적 융합 등 문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북한인권 문제가 국제사회의 협력도 필요하지만 이미 우리 사회에 온 탈북자들의 인권에 대한 문제도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국내에서 탈북자들에 대한 사회적, 안정적 정착, 취업을 돕는 한편, 국제적으로는 이미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선봉에 서서 일하시는 분들과 손잡고 더 적극적으로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는 일이 제 계획입니다.
'북한 인권을 위해 뛴다' 오늘은 한국 한나라당에서 안보방재포럼 대표와 북한자유이주민 인권을 위한 국제의원연맹의 사무총장을 맡은 송영선 의원을 찾아가봤습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