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2의 고향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보통 부모가 자녀에게 하는 말 중 하나가 공부 열심히 해라입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다니는 딸 못지않게 배우는데 열정을 보여 올해 대학원에 진학하는 여성이 있습니다. 오늘은 남한생활 10년이 되는 탈북여성 황은선 (가명)씨의 이야기입니다.
황은선: 뭘 배우고 나면 무슨 직업을 택하든 뭘 하든 무서울 것이 없을 것 같아요. 저에게는 배울 수 있을 때 열심히 배우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황은선 씨는 함경북도 청진 출신으로 이제 경북대학 대학원생이 됩니다. 북한에서는 준박사라고 하죠. 졸업장을 받기 위해 다니는 학교가 아니라 인생을 더욱 값지게 살 수 있도록 세상을 넓게 볼 수 있게 하는 통로로 삼고 있는 겁니다.
황은선: 저만의 생각이 정답이 아니니까요. 제가 10년 와서 경험을 해보고 학교를 다니다 보니까 식당일처럼 막일만 할 수가 없더라고요. 내가 좀 더 공부를 해서 맞는 일을 찾고 싶은 거예요. 주변에서는 일도 같이 하면서 공부를 하는 것이 어떤가 하는데 대학 다닐 때 보면 알바를 하면서 공부하는 친구는 공부에 전념을 못하고 졸업장만 따서 나가요. 제 아이한테는 공부에만 전념하라고 하고 싶어요. 또 아이가 중학교를 다니게 되니까 아이도 돌봐야 하고 해서 일단 아이를 돌볼 수 있고 저도 공부에 집중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장학금도 타고 싶은 거예요.
기자: 야간대학원을 다닌다면 낮 시간은 어떻게 활용하실 계획이세요?
황은선: 낮 시간은 강의도 나가고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하고 있어요. 점심시간에 식당일을 2-3시간 하는 거예요. 강의 없을 때만 나가는 거죠.
북한에서도 고등중학교 정도의 교육만 받았고 그나마 살기 위해 학교에 다니며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30대 초반 남한에 가서 대학생이 된 겁니다. 처음에는 기본적인 것만 배워야겠다며 시작했는데 이젠 공부하는 즐거움에 푹 빠진 겁니다.
기자: 전문대에서 4년제 대학으로 그리고 이제 대학원에 가서 공부를 계속 하는 이유는 뭔가요?
황은선: 저도 모르겠어요. 재밌는 거예요. 저도 이 나이에 일을 해야지 왜 이렇게 공부에 집착을 하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공부를 하다 보니 내가 변하면서 아이가 변하더라고요. 아이가 학교 가기 전에 아이를 때렸어요. 그런데 아이가 학교에 진학하고 지켜보니까 내가 한 것은 처벌이었던 거예요. 아이의 말을 들어주려고 노력하고 아이 입장에서 생각을 하게 된 거예요. 저는 전문대학에서는 이론을 배웠다면 학사과정인 3-4학년에선 발표와 토론 위주로 하니까 너무 재밌는 거예요. 내가 생각한 반대 이론을 듣고 하니까 다른 쪽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거예요. 솔직히 시험 때는 스트레스를 받지만 시험치고 나면 성취감을 맛보는 거예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성취감 이런 단어들은 황 씨가 대학원까지 학업을 이어가게 만든 어휘들입니다. 황 씨도 만약 주변의 강요에 의해 공부를 시작했다면 대학원까지 갈 생각을 못했을 겁니다. 자신이 좋아했고 배움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지고 자신이 뭔가 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전과 비교해 넓어 졌던 거죠. 황 씨가 현실 적응에 어려움을 경험하면서도 갑작스레 대학에 진학하게 된 동기는 이렇습니다.
황은선: 저는 중국에서 아이를 데려오다 보니까 한국말도 못하고 해서 아이한테 매달렸어요. 초등학교 가서는 알림장을 가져오는데 외래어는 전혀 모르겠는 거예요. 또 대구에 사는데 사투리를 몰라서 막히는 거예요. 그때는 나도 생활이 힘들 때였는데 안 되겠는 거예요. 그래서 학부모들에게 물어봤는데 알려주면서도 탈북자라고 경계하는 거예요. 아이를 위해서도 내가 공부를 해야겠다 싶었던 거예요. 진짜 학교에 잘 갔다는 생각이 들어요.
청진에 살다가 고난의 행군 시절 먹고 살기 위해 도강을 해야만 했던 황 씨. 그에게는 아직 북한에 가족이 있습니다.
황은선: 지금 생각해봐도 먹지 못해서 감자 껍질 뜯어먹고 풀뿌리 먹고 그것이 잊혀지지 않아요. 남한에 배고파 왔지만 먹을 것 충분하니까 더 좋은 것을 원하게 되는데 저는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고 남에게 손가락질 받지 않게 살고 싶고요. 북한에서 남한에 너무 잘 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북한 생각하면 언니 걱정이 되는데 잘 먹고는 있는지...
과거에만 집착하거나 그리움에서 헤어나지 못했다면 오늘의 황 씨는 있을 수 없을 겁니다. 그는 더 나은 미래 그리고 우선 남한생활에 잘 정착하기 위해,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황은선: 나도 신기해요. 배워야 하는 거예요. 저는 지금 오는 사람들이 일을 먼저 하겠다고 하면 반대해요. 배워라 배워야 사회를 알게 되고 탈북자끼리만 모이면 싸움밖에 안나요. 항상 수급자로 도움만 받으려고 하는 거예요. 저는 장학금 받으면 복지관에 장학금으로 내놓고 봉사도 하고 해요. 탈북자가 물론 사는 것이 힘들지만 주변을 도움을 받다 보면 수동적이 되는 거예요. 우리는 그래도 임대아파트도 있고 여러 가지 혜택을 보니까 더 어려운 사람을 도울 수도 있는 거예요.
기회는 누구에게나 인생에 세 번은 찾아간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떤 이는 기회를 잡아 성공 하지만 많은 수는 그냥 놓치고 맙니다. 기회는 준비된 사람의 몫이기 때문일 텐데요. 황 씨는 오늘 배움의 즐거움이 내일의 달콤한 열매가 되어 자신에게 찾아올 것을 굳게 믿는 사람으로 비춰집니다.
황은선: 저는 남한사람들이 돈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저에게는 아이가 첫째고 두 번째는 인간관계와 인성 이예요. 내 자식이 앞으로 공부하는데 필요한 것을 저축하고 이것이 중요하지 않나 싶어요. 눈높이를 아이에게 맞춰 살아야지 않겠나 하는 것이 소박한 꿈이에요.
제2의 고향 오늘은 탈북여성 황은선(가명) 씨의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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