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남북녀, 행복해요

0:00 / 0:00

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2의 고향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많은 수의 탈북자가 남한에서 가족을 이루면서 안정을 찾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탈북여성은 남쪽 남성과 결혼한 분인데요. 너무 행복해서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고 합니다. 이제 남한생활 5년차인 탈북여성 전수정(가명) 씨의 이야기 전해드립니다.

전수정: 아직까지 신혼이라 그런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까지는 모든 것이 좋네요.

지난해 말 결혼한 함경북도 청진 출신의 전수정 씨입니다. 전 씨가 탈북한 것은 1999년으로 그의 나이 23살 때입니다.

전수정: 저는 정말 못 살아서 넘어왔어요. 먹지를 못해서요. 다른 분들은 자유를 찾아 왔다고 하는데 저는 솔직히 북한에 있을 때는 자유가 뭔지를 잘 몰랐어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도 하던 일에서 떨어지시고 집안 형편이 너무 어려워서 중국에서 돈을 벌기 위해 떠났거든요.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고 도강을 해서는 새로운 곳에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나니 생각지 못했던 신분문제로 불안했습니다. 그래서 중국 생활을 접고 남한으로 갔는데요. 그게 2008년입니다.

전수정: 저는 한국에 도착해서는 컴퓨터 학원에 다니다가 대학에 다녔어요. 대학 다니면서는 식당일을 했는데 돈도 필요하고 먹고 살기 위해 일했는데 그때는 힘들었어요. 하루에 3개 일을 한 적도 있습니다.

탈북자가 남한에 가면 5년 동안 정부에서 초기정착에 필요한 지원을 합니다. 전 씨는 하루 3곳을 돌며 일을 했다고 하는데요. 방송 듣는 분들을 위해 잠깐 설명을 하자면 탈북자는 남한에 가면 정부에서 임대아파트를 주기 때문에 잠자리는 해결이 되고 그밖에 일정금액의 정착금과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학비지원 그리고 병원 이용에 어려움이 없도록 의료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전 씨가 그런데 그토록 일을 과하게 했던 것은 나름 이유가 있습니다.

전수정: 저도 집에 돈을 보내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었죠. 그때 돈을 모으면 (정말 큰돈이 됐을 겁니다.) 북한은 일을 해도 돈을 못 받는데 여기선 돈이 막 들어오니까 이것이 자본주의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기자: 돈을 벌면 얼마나 북에 가족에게 송금을 했나요?

전수정: 버는 돈 전부를 북에 보냈어요.

북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하기 위해 당시 할 수 있는 일은 무슨 일이든 했다는 건데요. 남한에 살면서 북에 있을 때처럼 먹고 사는 문제로 고민하는 일은 없기 때문에 자신이 쓸 것을 안 쓰고 버는 돈은 이렇게 저축을 했다가 북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을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힘들게 번 돈일수록 가장 소중한 곳에 쓰고 싶은 마음일 텐데요. 아무리 건강한 젊은이라도 쉬지 않고 일만 한다면 오래 버틸 수 없을 것 같은데 전 씨는 기쁘게 일했다는 겁니다.

전수정: 이북에서는 자유를 몰랐잖아요. 중국에서는 항상 긴장해서 살다가 여기 와서 긴장을 풀고 내가 가고 싶은 곳도 가고 기차표만 사면 어디든 가고 하니까... 누구든 간섭을 안 하니까 좋았어요. 또 나무도 많고 산도 푸르고 공기도 좋고 해서 좋았어요. 저는 오기 전에는 자본주의라고 하면 사람 등쳐먹고 정말 거지처럼 살고 그럴 줄 알았는데 그런 것이 하나도 없고 이웃집도 도와주고 어려운 사람 도와주기 위해 자원봉사 나가고 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했어요.

잘살자고 간 남한 땅에서 밤잠을 줄여가며 일한다면 과연 북한에서의 생활보다 나을 것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자기 또래의 남한 여성들을 보면서 사람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상대적으로 빈곤감도 찾아왔을 테고 그들처럼 놀러 다니고 연애도 하고 즐기고 싶은 마음에 들었을 텐데 그럴 때 마다 힘들지는 않았는지?

전수정: 저는 그런 것은 힘들지 않았어요. 이북에서는 돈을 벌지 못했는데 한국에서 돈을 버니까 저축을 하면 잘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살았고 남한 사람들과 달리 물질적인 욕심은 크게 없어 힘들다는 생각은 별로 없었는데 혼자 살다보니까 북한 생각이 나고 집 생각이 나서 힘들었어요.

기자: 생활 적응에 있어서는 큰 어려움이 없었나요?

전수정: 왜 없겠어요. 일단 말투가 틀리고 어디 가서 이상한 눈길로 보면 힘들고 누군가가 남한사람 아닌데 어디서 오셨어요 라고 물어볼 때 제일 힘들었어요. 그럴 때 뭘 말해야 할지 망설이게 되고 북한사람이라고 하면 날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가지고 태어난 운명이란 것이 있나봅니다. 그 운명에는 배우자 즉 신랑감도 포함이 될 텐데요. 전 씨는 자신의 배우자로 남한 남성을 만나게 됩니다. 사람들이 흔히들 하는 말 중에 남남북녀라는 말이 있습니다. 남쪽 지방은 남자가 잘나고 북쪽 지방은 여자가 아름답다는 뜻으로 일러 오는 말인데요. 북한 여성이 말하는 남한 남성은 어떨까요?

전수정: 남한 남자들이 순진하고 생활력이 강한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남한 사람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서 돈만 알고 정말 예쁜 여자만 찾을 줄 알았는데 남편을 보면 그것이 아니고 가정이란 울타리를 너무 소중히 알아서 그것이 좋았어요. 저도 일은 하고 있지만 남편은 너 힘들면 쉬어라 내가 돈을 버니까 이런 말을 할 때마다 감동을 받아요.

기자: 어떤 인연으로 결혼까지 하게 됐습니까?

전수정: 정말 우연히 만났어요. 식당에서 일할 때 신랑 친구 분을 알았어요. 저는 신랑도 장가를 갔는지 알았는데 친구 분이 소개를 해줘서 만나봤는데 말수도 적고 너무 좋아서 만나고 6개월 만에 결혼했습니다.

전수정 씨는 현재 대구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식당일을 하면서도 대학에 진학해 공부하고 졸업과 동시에 직장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전 씨는 단순히 돈을 보고 일하는 것이 아니라 보람을 찾을 수 있는 곳이길 원합니다. 그래서 늘 더 배워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전수정: 저는 전문대를 졸업했고 지금은 사이버 대학을 다니고 있습니다. 졸업반인데 내년에 대학원에 입학할 계획입니다. 전문대는 중국어 전공했고 사이버는 사회복지 대학원은 사회복지를 좀 더 공부하고 싶습니다.

남한에서는 혼자 벌어 살기 힘들다며 맞벌이를 선호하는 추세입니다. 쉽게 말해서 예전에는 남성은 밖에 나가 일하고 여성은 집에서 애 키우며 살림만 한다는 것에서 이제 둘 다 나가서 벌어야 그나마 경제적으로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 수 있는 세상이 됐다는 건데요. 남편은 적게 벌고 아껴 쓰면 된다고 하지만 전 씨는 할 수만 있다면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중에 태어날 아이를 위해서라도 저축도 하고 또 계획 있는 그런 삶을 살고자 합니다. 물론 제일 우선은 가정의 행복이고 남편과 다툼 없이 지금의 행복을 쭉 가꿔가는 것이고요.

전수정: 지금 일을 다니지만 공부도 더 하고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이 있어요. 평생직장도 가지고 싶고 기술도 가지고 싶은 생각이 있어서 자기개발을 위해 공부를 하고는 있지만 애도 낳아야 하고 일단 신랑에게 맞춰 살고 싶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제2의 고향 오늘은 탈북여성 전수정(가명) 씨의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