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2의 고향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남한에서 법학전문대학원에 다니는 올해 29살의 탈북자 김영민(가명)씨는 남한생활 9년 동안 이미 20개 이상의 나라를 여행했습니다. 오늘은 최소 경비로 고생 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넓히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삶을 사는 함경북도 출신 탈북 청년의 해외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외국은 어느 나라를 여행했나요?
김영민
: 중국은 탈북해서 살다보니 공안을 피해 다닌 것이 여행이 됐고 한국으로 올 때 몽골로 왔기 때문에 몽골도 봤고 남한에서 졸업 여행으로 일본과 미국을 다녀왔고 고등학교 때는 어학연수로 호주에 한 40일 있었고 이번에 유럽배낭 여행을 한 달 다녀왔습니다.
유럽에서 한 달을 보냈다고 했는데 몇 개 나라나 보셨나요?
김영민
: 13-14개 나라? 전제적으로 유럽 한 바퀴를 돌았다고 보면 됩니다.
지금 들어보면 모두 20개 나라가 넘는데 해외여행을 가는 이유는 뭔가요?
김영민
: 북한에선 여행의 자유, 이동의 자유가 없기 때문에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았고 중국에서도 제 의지로 여행을 다닌 것도 아니고 한국에서도 공부를 하다 보니까 여행을 할 수 있는 시간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더 넓은 나라, 세계로 나가서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어떤 다른 역사나 문화가 있는지 이런 것들을 알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기회만 되면 여행을 가겠다고 맘속으로는 항상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해외여행에는 경비도 많이 드는데 그런 경비조달은 어떻게 합니까?
김영민
: 그때그때마다 지인들에게 이런 계획과 준비를 하고 있는 데 도와 달라고 도움을 청하면 도와주는 분도 있고 나머지 부족분은 저한테 있는 돈으로 충당해서 여행을 떠납니다. 돈이 많아서 가는 것은 아니고 없는 돈을 쪼개서 여행을 가는 겁니다.
그렇다면 편하게 호텔에서 자고 맛난 음식을 먹으면서 하는 즐기는 여행은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들어요.
김영민
: 예, 맞습니다. 보통 거지여행이라고들 하죠.
그렇다면 그런 여행을 통해 경험하게 되는 것은 어떤 것인가요?
김영민
: 상당히 많이 배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일단 제가 고생을 하게 됨으로 해서 다시금 잊었던 저의 지난날들을 기억하게 되고 인간의 한계를 체험하는 계기도 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여행을 하면서 짧은 시간이나마 유럽을 여행 하면서 대한민국이 정말 살기 좋은 나라인 것을 알았습니다. 유럽의 나라를 돌아봤는데 교통, 음식, 날씨, 치안 이런 부분에 있어서 한국이 가장 좋더라고요. 한국이 사람살기 좋다는 것도 알았고 또 동유럽에선 한국이 잘사는 나라로 그곳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았습니다. 그리고 한국이 나중에 통일 되고 나면 세계 경제 강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 확신감도 생겼던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이 해외여행에 관심을 두지만 현실로 옮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분들이 궁금해 하실 것이 여행준비는 어떻게 해야 좋은가 일 텐데 김영민 씨는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김영민
: 솔직히 저는 구체적인 계획 없이 갔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북한을 나올 때도 뛰쳐 나왔고 중국에서도 그냥 여행 아닌 여행을 다녔고 언제 내가 여행을 준비하고 계획한 그런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이번에 한 달 정도 여행을 하면서 깨달은 것은 어느 정도 준비는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의 준비라고 생각합니다. 누굴 만나든 어떤 상황에 처하든 자신감을 갖고 외국인과 대화하는 마음의 여유라든지, 어떤 상황에 부딪쳐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요즘 여행에 필수품은 카메라가 아닐까 생각하는데 여행소품은 어떤 것을 가지고 갔나요?
김영민
: 저는 카메라가 없어서 친구 것을 빌려 가지고 갔습니다. 그래서 가는 곳마다 기록을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한 많이 찍어왔습니다. 카메라, 지도, 안내 책자를 가지고 갔습니다.
이번에 13개 나라를 돌아봤는데 해외여행에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은 무엇일까요?
김영민
: 제가 사실 역사 공부를 많이 못해서 그런지 외국에서 사람을 만나면 자연스런 대화 중에 자기 나라 역사를 말하게 되는데 한국 역사나 문화를 잘 몰라서 얘기를 못하겠더라고요. 그 부분이 참 아쉬웠습니다. 분명 나는 대한민국 국민인데 외국인들에게 한국 역사나 문화를 자랑할 수 없었습니다. 다음 여행 기회가 생기면 외국인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얘기 꺼리를 갖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해외여행에서 돌아와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뭔가 틀려진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까?
김영민
: 북한에서 나올 때는 죽음의 고통, 배고픔의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현실 도피의 비겁한 태도로 살았던 것 같은데 이번에 여행에서 돌아오는 데 더 이상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란 것을 깨달게 됐습니다. 이제는 제가 주도적으로 배고 품을 경험하고 고생하려는 것들을 통해 얼마나 내 자신이 옛날하고는 많이 다른가?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옛날에는 소극적이고 도피적이었다면 이제는 좀 더 적극적이고 현실과 부딪쳐 맞서 싸운다는 것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북한은 이동의 자유가 없기 때문에 다른 마을에 사는 친척 방문조차 쉽지 않다고 알고 있고 탈북자들도 그렇게 증언하는데 여러 나라들을 여행한 김영민 씨와 북한 주민이 다른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김영민
: 저는 현재 제 삶의 주체이고 진정한 자유인이란 점에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 제가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하고 있고 또 제가 가고 싶은 곳을 자유롭게 다니고 있고 또 제가 만나고 싶은 모든 사람을 자유롭게 만나고 하고 싶은 모든 말과 행동들을 통해 저를 표현하는 제 삶의 주인이고 진정한 자유인으로 살고 있습니다. 저와 같은 삶을 북한에 계신 모든 분이 살 수 있는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제2의 고향, 오늘은 남한에서 법학전문대학원에 다니면서 기회가 될 때마다 해외로 여행을 떠난다는 김영민 씨의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사이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