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2의 고향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사람이면 누구나 더 좋은 것, 더 많은 것을 추구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간절한 소망인지 아니면 탐욕인지 그 경계가 애매할 때가 있죠. 남한에 간 탈북자들이 경험하는 것 중 하나가 배움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학사증을 받으면 석사를 그리고 박사과정까지 학업을 이어가는 사람이 있는데요. 오늘은 이은혜(가명) 씨의 이야기 전해드립니다.
이은혜: 제가 탈북한 것은 2006년 한 겨울이었어요. 제가 그때 남한 영화를 봤는데 남한 영화를 보면 다른 나라 영화를 본 것보다 처벌이 심해요. 그런데 들켜서 …
함경북도 청진 출신의 이 씨는 눈이 허리까지 내린 추운 겨울날 처벌을 피해 두만강을 건넜습니다. 급한 생각에 고향을 떠난 다는 아쉬움이나 부모형제를 다시 볼 수 없다는 망설임 보다는 살아서 무서히 두만강을 건너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탈북 당시를 전했습니다. 탈북해서는 중국에서 몇 년 숨어 살다가 지난 2009년 남한에 입국합니다.
나이 50이 되서 새로 시작하는 인생을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함이 앞섭니다. 우선 경제적인 문제를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일이 급선무였습니다. 기본적으로 정부의 탈북자지원정책이 있어서 아무것도 안해도 북한에 살때보다는 훨씬 살만 했지만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이은혜: 하나원에 있을 때 무엇을 할 지 생각하다가 기술을 배워야겠구나 생각해서 생활정보지를 보니까 나이 먹어서도 할 수 있는 일을 찾다보니 간호 조무사가 있어서 학원에 가서 1년 과정을 마치고 바로 취직했어요.
중년 이후 여성이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일을 찾았고 앞으로 10년 이상 막노동이 아닌 전문직 일을 찾다보니 간호조무사 공부를 하게 됐고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그리고는 바로 노인요양전문병원에 취업이 돼 생활에 안정을 찾습니다. 급한 불을 끄고 나니 다른 걱정이 생긴다고 이 씨는 경제적 걱정을 덜고 나니 마음이 공허해짐을 느낍니다.
이은혜: 그 무엇인가 저녁에 오면 시간이 너무 무료하고 심심한 것이 싫었어요. 의미없이 보내는 저녁 시간이 아까웠어요. 남한 사람들은 자기 능력개발을 위해 애쓰는데 나도 남한에 왔으니 뭔가 해야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하는 일과 뭔가 연관된 것을 배워야겠다 생각해서 사회복지학을 배우는 전문대학에 입학한 거예요.
보통 사람은 자녀가 대학에 입할 할 나이인데 이 씨는 북한에서 끝내지 못한 대학 공부를 하겠다면서 사회복지학과에 입학원서를 냅니다. 대학공부를 하기 위해서 다니던 직장도 옮겼습니다. 왜냐하면 3교대 근무를 하는 요양병원이어서 낮에만 일하는 요양원으로 옮겨 야간대학을 다닌겁니다.
이은혜: 여기서는 배우자는 열정만 있으면 나이는 상관없어요. 학교에서도 나이 많다고 뭐라 안해요. 국가에서는 특히 탈북자에 대해서는 나이 상관 없이 탈북자 특별전형 입학이 있어요. 남한 사람들은 그만한 나이고 고등학교를 졸업 안했으면 입학 못해요. 그런데 북한 사람이 이북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원하기만 한다면 시험을 안봐도 받아줘요. 우리는 오히려 장학금을 받으면서 공부해요.
대학에서 주는 학위종류는 2년 전문대학 과정을 모두 이수하면 전문학사증을 받습니다. 그리고 편입해서 2년을 더 공부하면 학사 그리고 이후 좀 더 심화과정을 공부해서 받는 석사와 박사가 있습니다. 이 씨의 학업에 대한 욕심은 멈추지 않습니다.
이은혜: 2년을 배우고 보니까 그 시간이 너무 짧고 허전한 거예요. 물론 2년동안 전문대학에서 모든 것을 배워줘요. 자기가 사회에 나가서 사회복지사로 일할 수 있게 배워주기 때문에 지장은 없지만 뭔가 더 배워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전공 심화 과정이 있는데 그 2년 과정에 편입을 한 거죠.
올해 결국 4년 공부를 마치고 학사증을 받았습니다. 남들은 늙어서 뭘하겠다고 대학공부를 하는가 하지만 이 씨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이은혜: 졸업한 다음 달라진 것은 뭔가 자신감이 생기는 거예요. 예를 들어 나도 시설경영과 운영을 배웠으니까 나도 이런 시설을 운영할 수 있겠구나 기회가 된다면 나도 운영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직장생활 하면서 야간대학을 다닌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어떻게 일과 공부를 병행할 수 있었는지 과정을 들어보면 이 씨의 그간 고생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은혜: 하루일과 돌아보면 다람쥐 챗바퀴 돌듯 곁을 돌아볼 시간이 없더라고요. 아침에 7시반에 출근해서 회사에 도착하면 8시반입니다. 업무가 저녁 6시에 끝나요. 그런데 수업이 6시반에 시작되기 때문에 근무가 끝나면 바로 버스 정류장으로 뛰어요. 직장도 학교하고 가까운 곳으로 했거든요. 그래도 학교 도착하면 조금 늦어요. 그런데 학급 자체가 산업체협력장 즉 직장 다니는 사람들로 조직한 학급이기 때문에 제시간에 도착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그것을 다 감안해서 수업을 조직해요. 첫시간은 깊이 들어가지 않는 수업을 진행하고 다음 부터는 학생들이 두번째 시간에는 다 도착하니까 그때부터 중요한 것을 진행하는 거예요.
밤 10시반에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서는 과제물을 끝내야 잠이 들었고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있을 때면 밤잠을 제대로 잘 수조차 없었습니다. 그런데 공부도 중독이 된다고 배우면 배울수록 더 알고 싶은 것이 많아지는 것이었습니다.
이은혜: 어떤 분들은 2년을 더 공부한다고 사회복자사보다 더 높은 자격증을 주지 않는데 왜 공부하냐 하지만 나는 왠지 2년동안 배운 것을 더 깊이있게 공부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더라고요. 예를 들면 처음 2년은 사회복지사의 자격만 갖추게 해주지만 나중 전공심화과정 2년은 기술경영과 운영 이런 방향으로 배워주더라고요. 2년을 더 배우면 사회복지사 자격증은 물론 현장에서 맞을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에 대해 더 배워주는 거예요. 그러니까 더 앞으로 만약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한다면 이렇게 해야겠구나 하는 거죠.
이제는 좀 시간의 여유가 생겼습니다. 노인요양원 일이 끝나면 바로 집으로 가서 쉴수도 있고 친구를 만나 저녁을 먹으면서 수다를 떨수도 있습니다. 퇴근 후 밤 시간을 학교수업 걱정 없이 맘대로 쓸 수 있게 된거죠. 하지만 이 씨의 욕심이 여기서 멈출 것 같지는 않아보입니다.
이은혜: 이제 돈을 좀 벌면 배운 것을 바탕으로 요양원을 운영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생겨요. 4년까지 공부하고 나니까 홀가분 하다 더 배울 것이 없다 이렇게 생각했는데 우리 친구들이 석사자격을 가지니까 대학에 강의를 나가는 거예요. 그걸 보니까 나도 또 배움에 대한 욕망이 생기는 거예요. 너도 석사 하는데 나도 석사 해볼까 이런 … 그런데 아직은 생각 중입니다.
제2의 고향 오늘은 탈북여성 이은혜(가명) 씨의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