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꿈이 이뤄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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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2의 고향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사람들은 쉽게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또는 나이를 탓하면서 목표했던 꿈을 내일로 미룹니다. 불확실한 미래에 도전하기 보다는 보장된 현재에 안주하는 건데요. 오늘은 전화 통화가 아니고 직접 미국 워싱턴에서 한국으로 가서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개척해가는 탈북여성을 만나보겠습니다.

(대구행 KTX고속열차)

기자는 남한에 도착해 서울역에서 고속열차를 타고 이순희씨가 살고 있는 대구로 향합니다. 평양 출신으로 북한에서는 출판 계통에서 일했고 현재 노인요양시설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는 이순희(가명) 씨.

50대 북한 여성이 홀호 탈북해서 체제가 다른 자본주의 세상인 남한으로가 어떻게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지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다는 기회였습니다. 처음 만남이어서 기대반 설렘이 반으로 기자의 머리속은 엉킨 실타레처럼 복잡해집니다.

흔틀림을 거의 느낄 수 없는 고속열차는 도심을 벗어나자 객차 중앙 통로위에 붙어 있는 텔레비전 화면를 통해 현재 이 기차는 시속 290KM의 속도로 달리고 있다고 알려옵니다. 이렇게 남쪽 방향으로 달리기를 2시간. 어느새 열차는 목적지인 동대구 역에 도착합니다.

(동대구역 개찰구)

기자: 안녕하세요 이순희 씨

이순희: 반갑습니다. 여러번 (전화)취재에 응했었는데 이렇게 만나기는 처음이네요. 기자: RFA 이진서 기잡니다. 반갑습니다.

이 씨와 함께 기차역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다시 30분 가량을 이동해 도착한 이 씨의 아파트.

(아파트 엘리베이터)

기자: 몇층에 사시는데요?

이순희: 3층이요.

기자: 3층이면 걸어 올라가도 되겠는데요

이순희: 다리가 아파서 못걸어 올라가요.

기자: 15층 꼭대기에 사시는 줄 알았어요.

전자식 자물쇠에 비밀번호를 입력하자 음악소리와 함께 문은 열렸고 깨끗하게 정리된 부엌으로 이어지는 거실 겸 방이 눈앞에 들어옵니다.

(이 씨의 아파트)

이순희: 들어오세요

기자: 뭘 이렇게 준비를 하셨어요

이순희: 미국에서 오신 분인데 한국 간식 좀 드셔보시라고 과자를 조금 샀어요.

기자: 상자체로 이렇게 많이..빵을 몇 개를 사신거예요?

이순희: 과자 좋아 하시잖아요. 드리고 싶어서요. 사탕도 있는데..

기자: 그만 가져 오세요. 다 먹지도 못하는데…과일도 하나만 하시지 포도에 사과에 배, 귤에…

이순희: 반가와서요.

기자: 안먹으면 버려야 하잖아요

이순희: 내가 북한 순대도 일부러 해왔거든요.

도착하자 마자 갑자기 분주해 지는 이순희 씨.

기자: 북한 순대를 만드셨다고요?

이순희: 아니요, 친구가 만든 것을 내가 한키로 달라고 해서 가져왔어요.

기자와 약속했던 만남의 날이 다가오며 며칠동안 생각날 때마다 과자며 사탕이며 간식꺼리를 잔뜩 준비했던 겁니다. 잠시 어수선한 상황을 정하고 한숨을 돌린뒤 기자는 바로 탈북과 남한생활에 대해 질문을 이어갔습니다.

기자: 이순희 씨는 몇 년에 탈북하신 겁니까?

이순희: 2006년 1월 겨울에 탈북했어요.

기자: 탈북이유는 뭔가요

이순희: 북한에선 남한영화를 보면 안되는데 제가 남한영화를 보다가 들켰어요. 그래서 붙잡혀가서 취조받는 과정에 이것은 엄중하기 때문에 교도소를 간다는 것을 눈치챘어요. 경찰서에 있었으면 탈출을 못하는데 허접한 동사무소에서 조사 받다가 창문을 통해 탈출했어요.

기자: 바로 한국에 왔나요?

이순희: 중국에 2년 정도 있다가 한국에 온 것은 2009년에 왔어요.

기자: 한국에 왔을 때는 꿈도 크고 두려움도 있고 마음이 혼란스러웠을 듯한데요.

이순희: 네 그렇죠. 우리가 전혀 살면서 너무나 몰랐던 미지의 세계랄까? 그리고 북한에서 적대 세력으로 비판하고 비방하던 사회에 대한 두려움과 호기심 이런 것이 많았어요. 북한에서 남한영화를 보긴 했지만 너무나 남한을 몰랐다는 정부에 대한 배신감도 있었고요. 현실이 돼니까 호기심이 많이 작용했어요.

기자: 남쪽에서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무엇이었나요.

이순희: 거리가 화려하고 깨끗한 것이요. 그리고 고층건물과 차가 많은 것이 눈에 들어왔어요. 북한은 차를 개인 소지가 안돼서 도로에 차가 별로 없어요. 그런데 (남한에는) 너무 차가 많아서 놀랐어요. 그리고 여성들이 차를 모는 것이 눈에 들어왔어요. 북한에서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없는데 너무 부러웠어요. 특히 저는 새로운 직업을 찾자고 하다 보니까 간호조무사가 운전을 해야 한다는 구인구직을 봤어요. 그래서 나도 차를 사야겠다고 하고 샀어요. 제 소원이 내 차를 몰고 고향에 가는 것입니다 이런 말을 했었는데 그 소원이 풀린 셈이죠.

간단한 탈북동기와 남한정착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고 숨을 돌리면서 이야기의 화제는 자연스럽게 며칠전 구입한 자동차에 집중 됩니다. 그리고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직접 어떤 차인지 보기 위해 아파트 주차장으로 나갔습니다.

(주자창)

기자: 어떤 차인가요? 이순희: 경차인데 여자들이 타기는 괜찮아요.

기자: 배운지는 얼마나 됐습니까?

이순희: 이제 3-4일밖에 안됐어요.

기자: 운전하실만 하세요?

이순희: 조금더 배워야 할 것같아요. 그런데 하루이틀 배우다 보니까 막 몰고 나가고 싶은거예요. 그래서 한 며칠 더 하고 도로에 나가보려고요

기자: 시동한번 걸어보시죠

이순희: 네

(자동차 시동걸고)

기자: 보통 시통을 걸 때 안전벨트 안하세요?

이순희: 네, 안전벨트 꼭 해야죠. 먼저 안전벨트 하고 시동을 걸어야 하는데…배워주는 분은 잘 알려줬는데 깜빡했네요.

(네비게이션 작동)

기자: 이게 무슨 소리죠?

이순희: 네비게이션 켜지는 소리예요

기자: 이것도 가입을 하셨군요

이순희: 네, 자동차 파는 센터에서 써비스로 하나줬어요

기자: 길 찾기는 문제가 없겠군요

이순희: 입력만 하면 전혀 모르는 길도 찾아갈 수 있더라고요

기자: 그런데 운전석 앞에 아무것도 없어야 하는데 사과는 뭔가요?

이순희: 이거 왜 갖다 놨냐면 차 안에 사람이 안탈 때는 냄새가 나요. 그래서 냄새 안나라고 갖다 놓은 거예요. 방향제도 있고요

기자: 운전할 때 사과 굴러 떨어지면 어떻게 해요?

이순희: 운전할 때는 사과를 치워야죠. 주차할 때 냄새 잡으라고 갖다 놨어요.

기자: 창문을 좀 열어보죠

이순희: 항상 차를 탔을 땐 앞뒤 창을 열어서 환기를 하고 타요.

기자: 옆에 거울을 맞춰 놨나요?

이순희: 네 맞춰 놨어요

기자: 차를 사는 것이 소원이라고 하셨는데 소원 이루셨네요

이순희: 그렇죠. 특히나 차를 모는 여성을 보면 부러웠는데 오늘 드디어 제 소원이 풀렸어요. 아마 북한에 있는 형제들도 제가 차를 몬다고 하면 깜짝 놀랄거예요. 알려주고 싶어요.

제2의 고향 오늘은 기자가 대구에 살고 있는 이순희(가명) 씨 집을 방문한 이야기를 전해드렸는데요. 다음 시간에는 이 씨의 남한정착과 늦은 나이지만 대학에 진학한 사연을 방송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